brunch

매거진 이면도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함 Sep 03. 2021

우리가 몰랐던 명동·을지로 - 1

[CUT] 로투스랩/mwm/커넥티드북스토어


흡사 빌딩숲처럼 보이는 을지로, 명동의 지하에서 분주한 직장인들을 맞이하는 작은 가게들,

관광객들의 눈길이 잘 닿지 않는 골목에 위치한 내실있는 가게들을 소개합니다.



01 로투스랩




장소를 뜻하는 Location의 lo와 우리를 뜻하는 Us를 합해(+) 탄생한 로투스(lo+us). 여기에 실험실을 뜻하는 lab(laboratory)을 붙였다. lo로 시작하거나 lo의 형태로 풀어낼 수 있는 단어라면 얼마든지 합쳐질 수 있는데, 말하자면 어떤 맥락에도 어울릴 수 있다는 것. 과연 그 이름처럼 이곳이 가진 맥락은 무한한데, 우선 찾는 이의 취향에 맞춰 커피를 낸다는 게 그러하다. ‘시원한 것’이라든가 ‘새로 들어온 것’ 따위의 간단한 말도 주문이 될 수 있다. 예멘, 에티오피아, 멕시코 등 커피 산지에서 직접 공수한, 다양한 스페셜티 원두가 준비되어 있고 이 또한 계속 바뀌어 매번 달라지는 개성 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바리스타라는 업의 가능성을 한계 짓거나 규정하지 않고, 어떤 맥락이든 그 속에 자신을 던져 넣는 것. 그것은 로투스랩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함이 아닐까. 사람들의 취향과 기호에 맞게 새로운 음료를 뚝딱 만들어 내는 데서부터 바리스타들의 동반성장을 지향하는 행사를 여는 것까지. 이곳에서 바리스타는 주인공이 되어 자신을 표출하고 가능성을 실험한다. 그리고 그렇게 내어 놓는 한 잔의 커피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대관절 커피 한 잔이 어떻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위로가 필요하지만 취하기에는 어쩐지 민망한 한낮, 로투스랩으로 향해 보자. 바에 앉아 자신의 맥락을 늘어 놓으면 거기에 맞는 음료를 내어 줄 테니.


▮ 로투스랩 :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 9길 6 명진빌딩 101호




02 mwm




mwm은 사진 작업을 하는 전수만, 편집 디자인과 도예를 하는 최수지가 만나 문을 연 도예 작업실 겸 카페다. 이름은 미국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Love is a Losing Game’이란 노래의 가사 ‘mess we made’에서 앞 글자만 따왔다. 다소 투박하게 직역하자면 ‘우리가 만든 엉망‘인데,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내어놓고 싶은 편안함과 겸손함이 느껴진다. 이들은 에어로프레스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와 티를 내는데, 네 가지 베리를 넣어 직접 만든 콤포트 베이스의 ‘프룻 파워‘는 여름 더위를 가시게 하기에 좋다.





듣는 순간부터 혀끝에서 맴도는 ‘엉망’이라는 단어는 왠지 그들이 치대는 색색의 반죽을 떠올리게 한다. 자유롭게 색을 사용하며 그릇을 비롯해 도자기로 된 인센스 홀더와 오브제등을 판매하는데, 어떤 것들은 한 폭의 일러스트 작품 같아 그 위에 담아내는 것들마저 모두 일러스트가 될 것만 같다. 게다가 같은 모양을 만들어도 디테일을 조금씩 바꾸어 내기에 하나하나 다르고 특별하다. 흔히 장인의 영역이라고 여겨지곤 하는 도예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 mwm : 서울시 중구 수표로 35-1 4층



03 커넥티드 북스토어




묵묵하고 정적인 인상을 주곤 하는 서점의 스테레오타입을 비웃기라도 하듯, 유튜브와 SNS 채널을 비롯해 오프라인 행사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커넥티드 북스토어는 스포츠로 따지면 크로스핏같이 끊임없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세운상가에서 시작해 올해 두 번째 매장인 커넥티드 북스토어 을지로를 열었는데, 일러스트와 텍스트 기반의 독립출판물을 고루 취급한다. 서가에 진열된, 소장하고 싶은 예쁜 표지의 책들은 지나가던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좋은 내용은 기본이다.





‘커넥티드‘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커넥티드 북스토어는 서점을 통해 독립출판물을 알려내는 일뿐 아니라 여러 서점과 창작자들을 엮어 내는 일을 하고 있기도 하다. 겨울이면 운영난을 겪곤 하는 독립서점들의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자 시작한 ‘커넥티드 북페어‘, 그리고 인쇄업체의 프로세스에 허들을 느끼는 창작자들을 위해 그들의 원고를 출판물로 만들어 주는 ‘프린트 X’까지. 올해는 겨울에만 열리던 북페어를 한여름의 유람선에서 개최할 예정이라고.

▮ 커넥티드 북스토어 :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20길 24-6 1층



* * *
Behind the city & local


매거진의 이전글 이면도로 issue #2 : undergroun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