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DE] 엘피러브, 미오레코드
레코드숍 주인들이 추천하는, 지하도를 걸으면서 듣기 좋은 노래를 소개합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지상에 비하면 조금 낫지만, 걷다 보면 미지근하고 텁텁한 느낌이 들곤 하는 지하도.
흐르는 땀을 걷어내는 신선한 바람처럼 생기를 되찾고 싶을 때는 테드 호킨스의 <Happy Hour>를 추천한다.
어려서부터 음악에 뜻을 두었으나 험한 시기를 보내고 거리 악사로 자신을 알려왔던 그의 목소리에서는 거칠지만 따스함이 느껴진다. 더위를 위로하고 나를 감싸주는 편안한 린넨 같은 음악. 노래가 다 끝날 즈음이면 이미 따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Welcome to happy hour!’
밝고 명료한 태양빛과 대비되는 침침한 지하상가의 불빛, 걷다 보면 저도 모르게 나른해지는 것 같다. 이럴 때는 어떤 고민이나 번뇌도 모두 내려놓고 그저 걸음에 몸을 맡기고 싶다. 여기에 프로듀서 Akimbo가 설립한 Tonal Unity 레이블의 두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을 들어 보는 건 어떨까. ‘아시아를 포함한 그 이상의 순수한 사운드‘를 지향하는 레이블의 특성답게, 다양한 국적을 가진 프로듀서들이 전통 악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몽롱한 사운드가 당신을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 줄 테니.
‘지하’라는 말은 뭔가 퇴폐적이고, 날것의 거친 느낌을 상기시킨다. 시선을 비스듬히 치켜들고, 고개를 까딱일 만한 노래를 찾는다. 프로듀서 아방가르드 박의 다섯 번째 앨범, <The UPALOOPA vol.2>가 눈에 들어온다. 여러 개의 곡을 하나로 이어 붙이는 샘플링 기법을 이용해 일정한 마디의 음을 반복해 내는 것이 특징. 컴퓨터 시퀀싱을 배제한 채 아날로그 믹서, 턴테이블 등으로 작업된 이 앨범에서는 지하를 걸으며 원했던 어두운 정서가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