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피플탐구] 공간콘텐츠실 서선영 팀장
[더함 피플 탐구] “타인과 함께, 타인을 통해서 협력할 때에야 비로소 위대한 것이 탄생한다”(by 생텍쥐페리). 일을 하면서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만큼 큰 복이 또 있을까요? 서로 공감하고 협력하며 더함에 다양한 색채와 가치를 더해 가는 사람들을 만나 봅니다.
‘현장’. 지금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움직일 수 있는 삶의 장소를 말하는데요. 몸담고 있는 일터, 치열하게 고민하는 주제 등 우리에겐 저마다의 현장이 존재합니다.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변해 가듯, 이 현장도 계속 변해갈 수밖에 없는데요. 늘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의식하고, 어디에 새로운 뿌리를 내려야 할지를 고민하는 이와 만나면, 그 활력이 내게도 옮겨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공간콘텐츠실에서 ‘페이지 명동’의 PM으로서 공간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서선영 팀장을 인터뷰하는 동안, ‘현장’, ‘현장성’이라는 말이 맴돌았습니다. 앎이 그저 지식에 그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 도시 연구자, 기획자로서 갖게 된 고민을 실천할 현장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 서선영 팀장의 일상, 현장에 대한 고민과 실천들을 소개합니다.
저는 더함이 만들어 내는 공간에 어떤 프로그램을 넣을지, 어떤 임팩트를 낼지에 대해 고민하고 기획해서 실행하는 공간콘텐츠실에 있어요. 저희 실은 기획팀과 운영팀으로 나뉘는데, 저는 기획팀의 팀장을 맡고 있고요. 현재 페이지명동 프로젝트의 실무 PM으로서, MD 구상, 테넌트 유치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부는 도시공학, 석사는 도시설계를 전공했어요. 어렸을 때 공원을 좋아해서 집 근처에 공원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도시공학과에 가면 공원이 있는 동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도시공학을 선택하게 됐죠. ‘동네를 만든다’에 가장 근접한 게 설계였고, 전공도 잘 맞았어서 도시설계로 석사 과정까지 밟게 됐어요. 첫 직장은 건축사무소였는데요, 주로 도시 공간을 디자인하는 도시설계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지속하다 보니, 도시설계만으로는 도시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좋은 공간이 나오기 위해서는 디자인 이전에, 법과 제도의 틀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 문제 의식에서 정책 연구소로 일터를 옮기게 됐습니다.
서울연구원,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는 보행 도시, 저탄소 도시 등에 대한 연구를 했었는데요, 하다 보니 정책 제언의 형태로 담당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는 것이 아쉽더라고요. 뭔가 현실에서 떨어져 있는 느낌, 내가 현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일지 물음이 자꾸만 들었고, 현장에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연구소 이후로는 공간의 기획과 설계 자체보다는 공간을 채우는 사람, 프로그램과 관련한 일들을 했어요.
마을 공동체 지원, 지역 공동체 창업 지원 등 도시재생과 관련한 일들을 하면서 공간과 사람, 경제 등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생각할 시간이 있었고요. 이런 경험들 끝에, 실제로 공간을 개발하는 지금의 일에 다다르게 된 것 같습니다.
독일 베를린에 언니가 살고 있어서 그곳에서 3개월간 지냈어요. 베를린에선 푹 쉬기도 했지만, 거기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선배와 함께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도시재생 아이디어 공모전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마장축산물시장 일대에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이 있는데요. 마장동 청계천변의 일대를 도시재생에 어떻게 활용할지, 그 활용 방안에 대한 공모였어요.(링크)
그때 저희는 마장동의 오래된 산업인 축산가공업이 어떤 형태로, 어떤 방식으로 미래에도 도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또한 주변 주민들과 시장상인들의 갈등(시장악취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기술적인 방법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방법을 고민했었어요. 그런 고민에 대한 결과물로 나온 것이 마장역사문화관, 고기전문가 아카데미, 마장 청계광장에 마장 푸드 스트리트 조성, 경의선에 마장산책로 조성, 도매중심 축산물시장 상인과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마장 푸드트럭 운영 등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때 특히 신경을 썼던 부분은 이해관계자들의 협의체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연차별로 어떻게 실행해 갈 것인지였는데, 이 점을 높게 평가 받았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대상을 받아 매우 뿌듯했던 기억이 있네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청년허브’의 지원을 받아 신촌에 ‘리페어카페’를 열었어요.(링크) 리페어카페는 네덜란드의 한 비영리 단체가 시작한 것인데요(링크), 작은 가구나 생활 기기를 고칠 수 있는 도구들을 무료로 공유해 주고, 사람들이 직접 와서 고칠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고장 난 물건을 버리지 않고 되도록 고쳐 써서 환경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공간인데요, 고장 난 물건을 가져온 사람과 수리 기술을 가진 자원봉사자들이 만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경험까지 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찾아보니 이 리페어카페가 유럽, 미국, 캐나다에는 되게 많은데 한국에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랑 둘이서 우리가 지도에 한국 깃발 한 번 꽂아보자고 시작한 거예요. (웃음) 신촌도시재생센터가 이대 앞의 작은 공간을 빌려주셔서 거기에서 시작을 했는데요, 봉사자도 받고 직접 페이스북에 홍보도 하면서 운영했습니다. 사실 너무 좋아서 더 이어가 보고 싶었는데, 공간을 무료로 빌릴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못했어요. 아직도 지인뿐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에게서도 가끔 페이스북으로 연락이 와요. 언젠가 시간이 난다면 다시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합정에 위치한 여성전용작업실 ‘씀씀’이라는 공간(링크)에서 글쓰기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베를린에서 방문했던 공간들을 주제로 글을 써서 브런치에 연재를 했습니다(링크)
‘씀씀’은 작가님이 운영하고, 작가 지망생 또는 그저 책과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었어요.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서로 동질감을 느껴서인지 따뜻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봐주고 지지의 말들을 건넬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엄청난 끈끈함은 없었지만, 그래서 더 좋았고 따뜻함과 안정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휴식기를 가진 후, 공간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직접 실행해 보고 싶다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 개발회사들을 찾아봤어요. 그러던 와중에 더함을 알게 됐는데, 말랑말랑해 보이는 회사 이미지에 눈길이 갔죠. 더함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공간도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공간인 것 같아 저랑도 잘 맞겠다 싶었고요.
탄력근무제로 8시부터 5시까지 근무할 수 있는 거요. 저는 아침에 집중이 잘 돼서 일찍 사무실에 출근하는 게 좋거든요. 사실 탄력근무제 자체보다도 근무 여건에 대해 조정의 여지가 있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 더 좋아요. 회사 차원에서 조직문화를 좀 더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만들려고 고민하시는 부분이 좋은 거죠.
제 생각엔 팀원들 자체가 비결인 것 같아요. 각자가 다 솔직하고 뒤끝이 없어요. 그래서 어떤 의견을 냈을 때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가감 없이 주고받을 수 있어요. 분위기 자체가 ‘일을 잘하기 위해 얘기를 해보자’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상대방이 나의 결과물에 대해서 어떤 얘기를 해도 상관이 없는 거죠.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해주는 말인 걸 아니까요.
‘명동이 생각보다 더 외부의 변화에 많이 좌지우지되는 관광산업 중심의 지역이구나’라는 것을 더 잘 알게 됐어요. 내국인보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에 국제관계에 뭔가 문제가 생기면 방문객 수가 급감하고 소비가 위축되는 것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해외 관광객들보다도 인근의 직장인들, 방문객들이 오래 머무르고 싶고, 자주 찾고 싶게 하는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현재 명동의 매력보단, 과거 명동의 매력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명동은 과거 1950~70년대에는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는데요, 액자거리라고 불릴 만큼 화랑도 많았고, 음악다방도 참 많았다고 해요. 저는 오히려 그때가 ‘찐’ 명동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향유하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명동에서 다시 보고 싶기도 하고요.
명동은 중요한 역사적인 현장이기도 해요. 페이지명동이 들어서는 한국YWCA회관 주변에는 독립운동가 이회영 생가터와 민주화의 현장인 명동성당이 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이런 스토리들이 끊기고, 희미해지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역사’라는 건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 남는 ‘기억’이기도 하잖아요. ‘페이지명동’이란 공간을 통해 명동에 새로운 스토리를 더해 보고 싶어요.
앞서 말씀드렸던 맥락과 닿아 있는데, 한국 최고의 상업지역인 명동에 ‘여유로움’을 더하고 싶어요. 과거에 명동을 찾는 사람들은 자기 개인의 문제 말고도 사회 문제나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던 사람들이거든요.
여유로움은 그저 ‘여유를 갖자’라고 해서 생기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도시 속 자연적 공간, 공공예술, 전시, 시각물 등 관점을 전환시키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드웨어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많은 공간들을 봐왔는데요, 공간은 쓰는 사람에 맞게 바뀌는 것이더라고요. 처음 설계했던 대로만 쓰이지는 않는 것이죠. 결국 그 안을 채우는 사람들,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테넌트들을 만나면서 다시 한 번 더 깨닫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콘텐츠가 잘 담겨질 수 있도록 개발 구조나 공간의 형태를 잘 만드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저는 사람들이랑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도는 편이에요. 그래서 퇴근 후나 주말에는 주로 편히 쉬면서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요. 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날씨가 좋으면 나가서 자전거를 타거나, 그런 것들요. 아, 그리고 스토리를 좋아해서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도 많이 봅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한국기행>이라는 TV프로그램이에요. 제가 자연경관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한국기행>에 지리산 자락이 나오는 걸 보며 힐링하곤 합니다. (웃음)
야근하지 않고 정시에 퇴근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근데 사실 퇴근을 해도 머리에서는 로그아웃이 안 되기는 해요. 그래서 힘들 때도 있고요. 조금이라도 뇌를 쉬게 하려고 운동을 합니다. 수영을 시작하면서부터 루틴하게 운동을 하게 됐고요, 필라테스도 조금 하다가 요즘은 요가를 하고 있어요.
기본만 잘 익혀도 잘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일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을 것 같아요.
근데 그런 것보다도 우선 일에 재미를 붙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냥 일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요. 회사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우선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알아야 하고요. 더 나아가선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강이요. 내 인생을 경험하고 사는 건 나 자신이니까, 그 주체인 내가 건강해야 생각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몸과 마음의 건강뿐만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사회, 환경도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아직 구체적으로 뭘 하고 살지는 고민 중인데, 언젠가 지역에 내려가 자연을 가까이 두며 살았으면 합니다.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초록색이 예쁘기도 하고, 밭에서 나는 경작물들이 다양하게 제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 좋아요.
위스테이처럼 협동조합 방식으로 복합상업건물을 개발해보고 싶어요. 주거뿐 아니라 복합건물의 테넌트들이 함께 가꾸어 나가는 지속가능한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사회적으로는 다양성에 기여하고 싶어요. 제가 거창하게 무언가를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더함에 열정적이고 진지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보니, 재미를 좀 더해 보고 싶습니다. (웃음) 최근 트렌드를 보면, ‘우와 재미있다. 그런데 그 안에 선한 가치도 있네’라는 방향이 되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 같더라고요. ‘엣지 있는’ 콘텐츠를 풍성하게 더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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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2020년 6월 4일 사회혁신기업 더함 공식홈페이지에 송출된 인터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