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피플탐구] 공간콘텐츠실 오송민 매니저
[더함 피플 탐구] “타인과 함께, 타인을 통해서 협력할 때에야 비로소 위대한 것이 탄생한다”(by 생텍쥐페리). 일을 하면서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만큼 큰 복이 또 있을까요? 서로 공감하고 협력하며 더함에 다양한 색채와 가치를 더해 가는 사람들을 만나 봅니다.
바야흐로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입니다. 자신이 속한 곳, 하는 것마다 정체성을 조금씩 달리하며 우리는 각자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곳저곳, 유연하게 적응하며 나의 가능성을 넓혀가는 것이지요.
공간콘텐츠실 오송민 매니저의 세계는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일로 가득합니다. 충실한 디즈니 덕후인 그는 꿈과 사랑, 희망 등 진부해 보이는 가치들이 세상을 바꾼다고 말하며 더함에서는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을 관리하는 인턴으로, 바깥에서는 청소년들에게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실천을 제안하는 ‘이벤져스’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초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만의 ‘다중우주’를 구축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이 너무 많아 문제다’는 그의 고민을 들었을 때, ‘하나의 일에 전부 쏟아내기보다, 나다움을 잃지 말고 다양한 스테이지에서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라’던 강상중 교수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애정 하는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그들이 언젠가 나를 지탱하는 단단한 지반이 되어주지 않을까요? ‘사회 혁신’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송민 매니저의 부지런한 ‘덕질’이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양분이 되길 바라봅니다.
공간콘텐츠실에서 마실 대관 및 홍보를 맡고 있는 오송민이라고 합니다. 마실을 대관하고자 하는 분들과 협의하고, 마실을 외부로 알리는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 홍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저를 소개할 때 전공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제 전공이 너무 좋거든요. 어릴 때는 ‘왜’를 묻는 철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좀 더 실용적인 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그런 점에서 문화인류학은 ‘어떻게’에 집중하는 학문 같습니다. 나아가 주류에서 벗어난 것들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에요. 전공의 특성상 다른 분야에 비해 보편적이지 않은 것들, 심지어는 인간이 아닌 존재나 사회에서 배제되고 차별받는 소수자들에 관심을 쏟고 다양한 주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2년에 가까운 시간을 학생회로 보냈는데, 그 배경도 문화인류학을 통해 학생 사회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현재까지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교육 프로그램인 ‘이벤져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환경과 문화’라는 전공 수업의 과제였는데, 실제로 실행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환경보호를 떠올리면 추상적인 말들이 대부분이에요. 이런 진부한 말들 때문에 사람들이 환경보호에 무감각해졌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규모 있는 집단으로서 대학이라는 기관과 학생들이 환경에 어떤 파급력을 미치는지 자각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고요. 이런 상황에서 환경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가능하다면 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 을 내렸어요. 학원과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실천 가능한 환경 보호법과 이를 둘러싼 불균등한 문제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죠. 비건을 하는 이유, 대규모 도살 시스템의 문제 등 아무렇지 않게 소비되는 것들의 이면에 어떤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온라인으로 참여형 환경 토크 콘서트를 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열정적으로 참여해주는 학생들을 보니 정말 기쁘고 고맙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린다면 더 빨리 바뀔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자극받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교육 환경은 환경 문제에 대한 실천보다는 이론 위주의 교육이 많아 아쉽다는 의견을 듣기도 해서, 그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진로요. 학창 시절 오각형의 형태로 결과 수치가 보여지는 적성검사를 한 적이 있는데, 저는 모든 면이 고른 정오각형이 나왔어요. 담임 선생님이 저를 보고 대체 뭘 좋아하냐고 물을 정도였죠. 생각해보면 문화인류학을 택했던 것도 다양한 분야를 모두 건드리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여전히 정오각형의 인간이고, 사회를 바꾸고 싶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몸담고 싶은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사회혁신과 소수자 문제인데, 그 안에 여러 갈래가 있잖아요. 그 속에서 꼽아보자면 지금은 페미니즘과 환경 쪽에 가장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웃음) 하지만 좋아하는 것이 많다고 그 모든 일을 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잘하고 싶었고, 그렇게 살아왔는데 정작 전문적인 하나가 없어요. 지금은 그 하나를 찾는 과정인 것 같아요.
기획을 하고 싶어요. 정해지진 않았지만 소수자 문제나 혁신이 비교적 느린 사회영역을 위한 기획이 될 것 같습니다.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을 때 힘있는 연대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뚜렷한 전문성과 더불어 대중성 있는 기획을 하고 싶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디지털 매체에서 대중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맞아요. 어릴 때부터 디즈니를 좋아했는데, 지인들에게 종종 디즈니에 입사할 거라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디즈니에서 말하는 메시지들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잖아요. 저도 그걸 보면서 컸고요. 그들이 현재는 주류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이를테면 노동자, 채식주의자가 주인공인 이야기 등 사회의 다양한 면면을 비춰주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자연스럽게 대중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는 그런 프로젝트를 디즈니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전공에서 배운 지식을 실제 사회에서도 쓸 수 있을까, 쓰인다면 어떻게 쓰일까 궁금해서 무작정 사회혁신기업을 검색해보았고, 그중 더함이 가장 눈에 띄었어요. 입사에 가장 큰 동력이 되었던 것은 ‘피플탐구’였습니다. 거기서 SNS 메시지로 기업의 문을 두드렸다는 인터뷰를 보고 용기를 얻어 더함 페이스북 페이지로 메시지를 보냈죠. 사실 저 같은 사람이 많을 줄 알았어요.(웃음) 답변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따뜻하게 답을 해주셔서 입사 전부터 감동받았습니다.
임기응변이요.(웃음) 남에게 피해 주는 걸 싫어해요. 첫 사회생활이라 미숙하게 행동해서 업무에 지장이 생기면 어떡하나, 유치한 대답을 하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7월의 저와 지금의 저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실무에 바로 투입되다 보니 말투나 문서 작성, 대관 전화 응대 시에도 사회인으로서 태도가 몸에 배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상사분들의 물음에 조금 더 원활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고요.
흔히 말하는 ‘꼰대 문화’가 적은, 건강한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인턴을 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게 배려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또한 워크숍이나 회의를 할 때, 사회혁신기업이 아니면 고려하지 않을 세세한 것들까지 논의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런 모습을 목격할 때 여기에 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아가 반복된 업무 속에서도 사회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 조금씩 피부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동년배 인턴이 저뿐이라 쓸쓸하다는 점이 있겠네요.
평소 고민하던 지점에 대해 공감 가는 답을 들었을 때에도 만족감을 느낍니다. 팀 워크숍 때 ‘우리가 사회혁신기업이라는 것을 내세우지 않아도 인정받아야 성공한 거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공감됐어요. 어쩌면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대중적인 파급력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는 무조건 다양한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장점인 것 같아요. 같은 공간을 보더라도 어린이의 시각과 어른의 시각이 다르듯,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 자체가 소중하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서로 다르다는 점 때문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바꾸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성문화를 눈앞에서 마주할 때도 있었어요. 그러고 나면 내가 무엇을 바꾸고 싶어 했는지를 상기하게 됩니다. 사람을 많이 만난다는 것이 바로 장점이자 애로사항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니저님이 하시는 콘텐츠 업무요.(웃음) 현재는 마실의 SNS를 위한 짧은 콘텐츠를 기획하기도 하는데 바깥으로 보이는, 회사의 전체적인 맥락을 아우르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입사 후 한 달 만에 마실로 사무공간을 옮겼는데, 정말 아쉬웠죠. 그래도 공간 관리라는 업무의 특성상 이곳에 상주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단절된 느낌이 들어 슬프기도 합니다.(웃음) 앞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더 늘어나서 저의 존재를 많이 알아주셨으면.
입사 전에는 공간보다 사람들에 집중했어요. 무엇보다 사람들의 행동과 태도가 중요하다는 믿음이 있었죠. 그런데 더함에서 공간이 기획되고 설계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공간을 만드는 사람의 역할도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느꼈습니다. 무언가를 표현하는 데에 디지털 콘텐츠나 글, 그림 등으로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공간으로도 충분히 그 뜻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공간이 있어야 사람이 모이고, 모였을 때 담론이나 소통이 생기니까요. 아무래도 더함은 공간뿐 아니라 그 안에 들어설 사람들과 커뮤니티까지 고려하다 보니 조금 더 섬세하고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간은 ‘모두가 불편하지 않은 공간’인데,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휴식의 공간이 다른 누구에게는 접근할 수 없는, 불평등한 공간이라면 그곳을 좋다고 하기는 힘들죠. 공간의 접근이나 이용에 있어서 신체적 조건, 특히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모두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곳을 찾으면 남들에게도 추천해 줄 것 같고요.
퇴근 후에는 과외나 이벤져스(환경 프로젝트)를 준비하느라 특별한 취미는 없네요. 가끔 디즈니 굿즈를 모으거나 영화를 보는데, 매일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돈을 쓰기보다 절약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인데 디즈니에 관련된 것이라면 돈을 아끼지 않거든요. 저만의 보상 같달까요. 이것마저 잃으면 나의 힐링 포인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언젠가부터 디즈니 좋아하기를 놓지 않으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고등학교 때부터 방문했던 ‘미술소품’이라는 디즈니 소품샵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들어 슬프기도 했어요. 저에게 행복을 주는 곳이고 많은 추억이 쌓인 공간이거든요.
‘미술소품’은 진짜 덕후의 향기가 느껴져서 좋아요. 다른 곳은 비슷한 감성으로 넘쳐나는데, ‘미술소품’ 사장님은 진짜 디즈니 팬이어서 각국의 디즈니랜드에서 물건을 공수해오기도 하고요. 가게에서 그 물건들에 담긴 애정이 느껴져서 좋아요.
평범하게 친구들과 밥도 먹고, 술도 마셔요.(웃음) 집에 있는 것보다 나가는 걸 선호해서 뭘 하더라도 밖에서 하는 걸 좋아합니다. 다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는 날을 둬요. 아침부터 계획 없이 생활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생산적인 일로 이어질 때가 종종 있더라고요. 저에겐 그게 최고의 휴식 중 하나 같습니다.
면접 때 저를 표현할 수 있는 세 가지 키워드를 질문받은 적 있는데요. 그중 두 가지가 ‘신념’과 ‘감수성’이었거든요. 저는 두 개를 합쳐 ‘감수성 있는 신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한없이 무의미해질 수 있는 게 삶인데, 그걸 의미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신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신념에 감수성이 없으면 타인의 신념은 배제하고, 자신의 가치가 더 숭고하다고 여기게 되는 것 같아요. 이성과 함께 감수성이 존재할 때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애매한 상황을 고려하고, 바라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다름에 공감하는 법’이라고 할까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고 진부하다시피 한 가치들이 실은 가장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바뀌지 않으니까요. 제가 디즈니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들이 강조하는 꿈, 사랑, 희망 같은 가치 때문이거든요.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변화가 분명 존재하는데, 그것들이 현실적이지 않다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돼 주변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그런 가치들이 자꾸 폄하되는 것 같아 그것들을 사람들의 의식 위로 끌어올리고 싶어요. 어떤 면에서는 사회혁신과도 연관된다고 봅니다.
다른 이야기지만, 삶의 목표는 제가 죽었을 때, 저를 알지 못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까지도 제 삶을 기억해주고 애도해 줄 만한 멋진 사람이 되는 거예요. 비현실적이지만, 꿈은 클수록 좋으니까요.(웃음)
사회의 일원으로서 한 사람의 몫을 하는 것,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전까지 고쳐지지 않았던 것들을 고민하고, 알려지지 않았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해당 글은 2020년 10월 19일 사회혁신기업 더함 공식홈페이지에 송출된 인터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