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피플탐구] 사회적자산운용실 김지윤 매니저
[더함 피플 탐구] “타인과 함께, 타인을 통해서 협력할 때에야 비로소 위대한 것이 탄생한다”(by 생텍쥐페리). 일을 하면서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만큼 큰 복이 또 있을까요? 서로 공감하고 협력하며 더함에 다양한 색채와 가치를 더해 가는 사람들을 만나 봅니다.
공연과 공간 운용/운영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존재를 빛나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인데요. 이들은 통통 튀는 예측불허의 순간에도 동료애와 기지를 발휘해 상황을 헤쳐 나갑니다. 빛이 존재하기에 어둠이 존재하듯, 무대와 공간 뒤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그 위의 찬란한 시간도 존재하지 않았겠지요.
공연기획업, 공간운영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함의 사회적자산운용실에 합류한 김지윤 매니저는 현재 더함에서 운영 중인 공간들의 운용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는 착실히 쌓아온 임기응변 능력과 동료를 아끼는 마음으로 어떤 어려움도 툴툴 털어버리곤 하는데요. 육체노동이 필요한 공연, 공간 운용이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도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저 힘세요’라는 답을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인터뷰를 하며 공간과 공연에는 공통점이 참 많다고 느꼈습니다. 그것을 기획하고 운용하는 일은 그 안을 채우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것이고, 그들의 추억과 열정이 쌓였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니까요. 지금까지 업을 해오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철야 작업이나 돌발 변수가 아니라, ‘공연자들이 속상해할 때’라고 밝힌 지윤 매니저의 진정성이 앞으로 페이지명동을 채울 사람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랍니다.
사회적자산운용실에서 임대 및 입주사 관리를 맡고 있는 김지윤입니다. 현재 페이지명동의 임대관리 PM(Property Manager)으로, 공간 운용에 관련된 예산을 관리하고 임대차, 입주사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공간의 기초가 되는 일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관악기인 호른을 전공했어요. 학과 특성상 다른 전공에 비해 하나의 수업에 할당된 학점이 적어 수업을 많이 들어야 했습니다. 연습하고, 교양 수업을 듣는 날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탓에 정신없는 대학생활을 보냈어요. 인문학 수업을 듣다 ‘소비자학’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생겨 대책 없이 복수전공을 하기도 했죠. 연습과 복수전공을 병행하느라 정말 바빴던 것 같아요.
당시 음대 다니던 친구들은 교직이수에 관심이 많았고, 경영을 복수전공하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취업이 잘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흥미가 없는 분야를 택한다는 게 싫었죠. 소비자학은 실용 학문인데, 심리학 이론들이 가미돼 있어요. 이를테면 어느 눈높이에 물건을 놓아야 잘 팔리는지 등의, 소비자의 행위,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된 분야였습니다. 그것이 제 삶과도 닿아 있다고 생각해 매력적이라 느꼈어요.
연주를 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유학을 다녀오는 것이 보통이었어요. 그런데 힘들게 유학을 다녀와도 교향악단에 입단하는 것은 쉽지 않았죠. 때문에 힘들게 노력해도 내 자리가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자연스레 공연기획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게 됐고요.
꽤나 자연스러웠어요. 연주와 공연은 뗄 수 없으니까요. 학부 시절에 해외 연주자를 초청해 공연을 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무언가를 계획하고 순탄하게 흘러가도록 돕는 일이 좋았어요. 제 이름이 공연에 올라가지도 않고, 앉아서 공연을 볼 수도 없었지만, 공연이 끝나고 만족한 얼굴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보람차고 뿌듯했습니다.
클래식 공연은 스태프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요. 게다가 귀국 독주회 같은 작은 공연들은 그 비중이 더 높죠. 그 부분을 제가 돕는 겁니다. 그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준다는 의미도 있지만, 친구들의 무대를 만들어줬다는 사실도 굉장히 뿌듯해요. 음악은 시간 예술인데, 무대에서 반짝이는 친구들의 시간이 있거든요. 그 순간을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육체노동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요. 작은 기업일수록 공연기획 전반의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데, 3-4명의 팀원이 기획 단계에서 철수까지의 모든 과정을 전담합니다. 아침 일찍 나와 새벽에 철수할 때도 있어요. 외려 가장 힘든 것은 모객이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연주자들이 제 클라이언트였는데, 관객이 적어 속상해하는 그들의 모습을 볼 때 가장 힘들었어요.
733석 정도 되는 대공연장과 200석 규모의 소공연장이 있는 구(區) 산하의 공연장에서 일을 시작했고요. 그다음 이직한 곳은 50석 되는 살롱형 콘서트장에 레스토랑도 함께 있던 공간이었어요.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강연을 정기적으로 진행했어요. 강연은 미술사, 음악사와 관련된 것을 진행하기도 했고, 일종의 원데이 클래스 형태의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꼬마작곡가’라는 이름의 사업이었는데요. 아이들에게 작곡을 가르쳐서 결과물을 발표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이외에 평소 영화 감상이나 음악 치료 등 문화 프로그램을 접하기 힘든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다음 일했던 공간은 성수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인데요. 시설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던 기존 공간들과 달리, 3천 평 규모의 공장을 개조해 만든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공간이었습니다. 리테일과 대관 공간이 섞여 있는 곳이었고요. 비어 있는 공간에 전시와 단기적인 행사들을 계속해서 유치하는 콘셉트였습니다. 저는 거기서 주로 대관 유치와 테넌트 유치 업무를 진행했어요.
더함에 오기 직전에는 인사동에 있는 1300평 되는 복합문화공간이었어요. 저층부에는 다양한 리테일, 카페, 브랜드숍이 있었고, 고층부에는 다양한 전시를 유치했어요.
직무와 관련된 기업을 검색하다 더함을 발견했어요. 회사의 배경을 조사하는데 위스테이가 인상적이더라고요. 8년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데다 회사 이익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고 사회에 돌려주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잖아요. 협동조합형 아파트 공동체라는 모양도 신선했고요.
대표님의 인터뷰 내용 중에 ‘나누는 것이 우리 삶을 더 풍성하게 한다’, ‘함께할 때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낸다’, ‘공간과 사람을 잇는다’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다른 사람들, 브랜드는 인터뷰에서 상업성에 포커스를 맞춘 형식적인 대답을 많이 하는데 대표님 인터뷰는 매번 조금씩 다르기도 했고요. 그런 점에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공간과 사람 간의 관계, 좋은 공간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한 줄 한 줄 진정성이 느껴졌던 더함 소개서도 좋았습니다.
상용 실장님, 경호 팀장님이 문자 그대로 환하게 웃고 계셨어요.(웃음) 면접을 통해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죠. 회사에서 그냥 일하고 나갈 사람이 아니라, 가치를 함께 이룰 사람을 뽑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입사가 확정된 후에 받은, 재영 팀장님의 따뜻하고 진정성 있는 메일에서 더함 구성원들이 겉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진심을 담아 일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죠.
저를 포함해 모두 대식가들입니다.(웃음) 미식보다 대식을 추구하고요. 을지로에 위치한 밥집을 자주 가는데, 허영만 작가가 진행하는 방송에 나오기도 한 집이에요. 거기에 가면 자극적이지 않은, 맛있는 청국장과 보쌈을 맛볼 수 있답니다. 무엇보다 밥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웃음)
아직은 그런 것 같아요.(웃음) 그럴 수 있는 이유가 더함의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가치 지향적이고 서로를 존중한다고 할까요. 그 존중의 범위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넘어 바깥의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도 적용되는 것 같아요. 단순히 돈을 버는 비즈니스 관계라면 하지 않을, 디테일한 부분까지 존중한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아요.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이 힘들어요. 임기응변을 필요로 하는 공연기획업에서의 경험이 있음에도 갑작스러운 사건과 사고에 대처하는 건 쉽지 않네요. 시설 관리는 아무리 준비한다고 해도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늘 존재하기에 안전하게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임기응변이라는 게 쉽지 않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아요. ‘악기 연주’라는 제 전공도 그렇고, 대부분의 시간 예술에는 돌발적인 일들이 많잖아요. 내가 한 번 했으면 되돌릴 수가 없어요. 연주하다가 틀리면 어쩔 수가 없는 것처럼요. 이런 경험들 속에서 ‘일이 벌어지기 전에 최대한 준비를 많이 하되,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많이 얻었어요. 당황하지 않고 빨리 해결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딱 맞는 답일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항상 ‘좋은 동료’가 있었어요. 좋은 동료가 있었고, 그 팀의 시너지로 어려운 일들을 해결해 냈어요. 혼자는 정말 못 하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좋은 실장님과 좋은 팀장님과 함께하니까,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거죠.
기존에 일하며 만났던 거의 모든 동료들과 아직까지도 연락을 주고받고, 친하게 지내요. 다들 비슷한 일을 하고 있어,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공유해 주고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조언들을 많이 줘요. 지금도 막히는 대목이 있으면 이전 동료들에게 물어 보기도 해요. 이 업에서는 사람이 특히 중요한 것 같아요.
직장이 가족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웃음) 그래도 업의 특성상 동료애가 끈끈한 편이기는 하거든요.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은 출장도 많고, 야근이나 철야도 많았고요. 저는 이왕 해야 하는 일이면, 어려운 일을 함께 해주는 동료가 되고 싶어요. 쉬운 일은 누구나 해줄 수 있지만,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함께 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람이 지저분하고 혼란스런 공간에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요. 그만큼 공간이 사람에게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는데요. 비슷한 분야를 업으로 삼고 있어서 그런지 사용자를 충분히 배려한 공간을 만나면 위로가 됩니다. 작은 부분에도 이용자를 위한 생각이 묻어 있고, 말끔히 정리해 놓은 공간.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을 충분히 고려한 공간은 늘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주로 육아를 합니다.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시거나 잠깐 시간이 될 때는 부부만의 시간을 보내요. 함께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봅니다. 공원에 갈 때도 있고요. 무엇이든 주말이 되면 쉰다는 느낌을 주는 특별한 행위를 하는 것 같아요. 평일에 못하는 것들 위주로요.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잔잔한 영화도 좋고, 블록버스터도 좋아요. MBTI 결과도 그렇고, 도덕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주제 면에서는 사회의 부조리나 악을 깨부수는 영화를 좋아해요. 그래서 더함에 지원하게 됐는지도 모르겠어요. (웃음)
더함이 야근이 많은 회사는 아닌 것 같아요. 야근을 지양하기도 하고요. 그 밸런스는 잘 지켜지고 있어요.
진정성과 실천이요. 먼저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내면에 품은 진심을 잃지 않아야 해요. 거기에 작은 것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고요. 내가 지키고 싶은 것,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 것 대한 진실한 마음과 그걸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너무 모호하죠?(웃음)
부끄럽지 않게 사는 거요. 스스로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산다는 것이 참 어렵더라고요. 길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사소한 행위도 상황에 따라 지켜지지 않을 수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매순간 나쁘거나 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게 중심을 잘 지키고 싶어요.
진심을 더하고 싶어요. 제가 더함에 입사하기 전부터 느꼈던, 이곳만의 진정성과도 닿아 있겠네요. 작은 부분이라도 진심을 담아 말하고 그걸 행동으로 옮기면 세상은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요.
해당 글은 2020년 11월 5일 사회혁신기업 더함 공식홈페이지에 송출된 인터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