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 컬처 탐구] ‘더함에서 일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더함다운 것’은 무엇일까요? 나누고 싶은 더함의 문화와 제도를 소개하고, 그 안의 잘 보이지 않는 노력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하루 여덟 시간, 혹은 그 이상을 보내는 회사생활에서 우리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순간들은 언제일까. 두 어깨에 근심과 피로가 한가득해 보이는 동료에게 ‘바람이나 쐬자’며 건네는 말들. 책상 위에 사탕이나 초콜릿을 살짝 놓고 가는 손길(이럴 때 꼭 한 번씩 등장하는 클리셰, “오다 주웠다”). 별것 아닌 일들이 우리를 와르르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또 이렇게 작고 귀여운 모멘트들이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한다.
더함에는 작은 동아리들이 있다. 회사에 웬 동아리?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직장은 직장일 뿐, 불필요한 관계 내지는 또 하나의 사회생활을 만드는 일이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막상 해보면 별건 아니다. 책 읽자고 만나서 수다만 떨다 헤어지고, 농사 짓자고 만나서 모종에 난 열매만 나누어 먹다 끝나는 일이 더 많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지만, 웃는 서로의 얼굴을 보며 어느새 마음이 데워지는 일. 동아리는 그런 일이다. 그저 ‘옆 부서의 조용한 누구’였던 관계가 일상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관계로 변화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은 더함의 동아리들을 소개한다.
개설일: 2019년 11월
인원: 2020년 11월 기준 11명
동아리의 고전격이라 할 수 있는 ‘책읽기 모임’이다. 페미니즘 책을 함께 읽고,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는 가부장제에 대해 고민한다.
개설 당시 펭수에 입덕한 멤버들이 많았다. 모임 시작에 ‘펭-하(펭수 하이)’라며 인사를 나누다가, 우리는 ‘페-하(페미니즘 하이)’라고 인사하자며 자연스럽게 이름이 제안되었다.
‘페-하’는 그 이름의 유래처럼, 일상에서 자주 인사를 나눈다.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사회 이슈가 있을 때마다 동아리 슬랙방에서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고 서로의 안녕을 묻는다.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오면 서로 진심으로 환대해 준다. 특히 모 구성원의 시그니처 인사인 “가부장제 사회에서 안전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페-하!”라는 인사말은 들을 때마다 반갑고 설렌다.
『82년생 김지영』 을 시작으로,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와 『김지은입니다』를 완독하고, 『미투의 정치학』을 읽고 있다. 여름에는 서울여성독립영화제에 출품된 장지혜 감독님의 <사빈과 아나>, <리:플레이> GV, <미스비헤이비어>무비나잇, 책거리 파티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비대면 방식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방식을 고민 중이다. 온라인 책 읽기 모임을 진행하기도 하고, 최근 SNS상에서 연재되고 있는 #내가이제쓰지않는말들 (링크) 릴레이를 자체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 우리가 은연중에 썼던 차별의 말들을 고백하고 이를 모으고, 어느 정도 쌓이면 다른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
#2 명작(明作,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작’물 기르기)
개설일: 2020년 7월
인원: 2020년 11월 기준 8명
시작은 청신호팀에 건네진 오이와 방울토마토 씨앗이었다. 씨앗에서 싹이 날 때까지만 해도 다들 열매가 맺힐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바쁜 일상 중에도 멤버들은 적당한 물과 햇볕을 제공하고, 오이와 토마토의 성장을 기록하여 슬랙에 공유했다. 마트에서 가지런히 놓여 있는 모습만 보았지 줄기와 이파리의 생김새는 알지도 못했던 구성원들에게 이들의 성장은 신기한 일이었다.
오이의 수확 때에는 나름의 세리머니도 했다. 오이의 성장을 다함께 축하했다. 세리머니에 참석한 이들에겐 ‘오이팩’을 선물하기도 했다. 오이는 샐러드로 만들어 에너지랩에서 함께 나누어 먹었다.
이 작은 경험은 많은 더함피플의 기억에 강하게 각인됐다. 클릭 한 번으로 싱싱한 농산물을 집으로 배송해 먹는 시대에, 비록 작은 화분이라도 농사를 지어 보고 싶은 멤버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각자 키우고 싶은 모종을 사고, 베베(블루베리), 추추(고추), 질질(바질), 토토(토란) 등 이름도 붙여 주었다. 화분들은 건물 옆 빈 공간에 나란히 두었다. 쉬는 시간마다 들여다보러 왔다 마주친 멤버들과 수다 한 보따리를 늘어 놓기도 했다. 그렇게 키운 바질을 피자 위에 얹어 먹고, 블루베리를 수확해 한 알씩 나누기도 했다. 직접 키워 보니 싼값에 많이 사두었다가 방치해서 버리곤 했던 농작물들이 마음에 걸렸다.
최근 동아리 인원이 늘어 경작지를 고민 중에 있다. 도심에서 한 평 농사짓기란 참 어려운 일임을 절감한다. 하지만 ‘기동성 있는 경작’을 콘셉트로 건물 사이사이, 틈이 있는 공간마다 크고 작은 화분을 놓고 싹을 틔워 볼 예정이다. 명동을 지나다 초록빛 소담한 화분들을 발견하시거든, 반갑게 인사해 주시길!
개설일: 2020년 7월
인원: 2020년 11월 기준 5명
한창 때는 날밤 새워 게임했던 열정 게이머들이었지만, 이제는 컴퓨터를 켜기도 전에 지쳐 버리는 슬픈 직장인들이 다시 열정을 불태우려 뭉쳤다.
비대면 시대에 걸맞는 동아리로, 정기 모임일이 ‘금요일 밤’인 만큼 거리두기 실천에도 모범을 보이고 있다. 금요일 저녁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온라인에서 만나 게임을 즐긴다. 집에서 즐기는 취미활동이고 동료들과 함께하는 활동이니 명분(?!)도 있다.
스타크래프트를 주로 하고(연령대 추측은 금물), 카트라이더와 크레이지아케이드 등 다양한 게임으로 넓혀 갈 예정이다.
하는 일들이 다르고 바쁜 시기도 제각기 다르다 보니, 실은 월 1회 모이기 힘들 때도 많다. 그럼에도 시간을 쪼개고, 단 두세 사람이라 할지라도 만나려 노력한다. 동아리는 서로가 만나야 할 구실과 이유가 되어 주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미지의 동아리를 주제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가기도 한다. ‘우리 낚시 동아리 만들까?’, ‘우리 볼링 동아리 만들래?’라고 얘기하고, 가상의 계획도 세워 본다. 언제든 같이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마음을 이렇게들 확인한다.
오늘도 사무실 키친에서는 ‘우리 사무실에 음악방송할 방송부(?) 만들어 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잠깐이지만 박장대소하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 작은 동아리 하나쯤은 품어 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해당 글은 2020년 12월 10일 사회혁신기업 더함 공식홈페이지에 송출된 인터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