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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함 Jan 04. 2021

좋은 습관과 실천으로 기쁨을 지켜 가는 ‘기쁨주의자’

[더함피플탐구] 커뮤니티실 김은지 매니저

[더함 피플 탐구] “타인과 함께, 타인을 통해서 협력할 때에야 비로소 위대한 것이 탄생한다”(by 생텍쥐페리). 일을 하면서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만큼 큰 복이 또 있을까요? 서로 공감하고 협력하며 더함에 다양한 색채와 가치를 더해 가는 사람들을 만나 봅니다.

더함에는 ‘-지기’라는 별칭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기’는 보통 특정한 공간에 상주하면서 공간을 가꿔 나가는 사람을 뜻하는 말인데요. 겉보기에는 분명 같은 공간이라 하더라도, 채워가는 사람의 바지런함과 철학에 따라 공간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지곤 합니다. 이런 경험들 속에서, ‘-지기’는 공간을 지키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가치와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커뮤니티실의 김은지 매니저는 일과 중에는 청신호명동의 지기로 활동하고, 그 외 시간에는 ‘기쁨곡간’의 곡간지기로 활동 중인데요. 공간을 잘 지켜가기 이전에, 일상 속 기쁨을 지켜가는 사람으로서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 집에 놀러갈 때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가듯, 함께 기뻐하고 연결될 수 있는 방법들을 늘 고민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통통 튀는 표현들 덕분에 더욱 즐거운 인터뷰였습니다.


“사람은 원래 기쁜 존재라고 생각해요. ... 저에게는 기쁨을 추구하는 것이 제 정체성을 지키는 일 같아요.”  

오늘은 기쁨을 지키기 위해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실천하는 사람, ‘기쁨주의자’ 김은지 매니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업에 대한 관심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현재 더함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커뮤니티실 김은지 매니저입니다. 더함에서 위탁 운영 중인 ‘SH청신호명동’ 공간의 운영 업무를 맡고 있고요,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 등도 진행하지만, 주로는 마케팅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청신호명동’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클릭)



Q. 원래 전공은 무엇인가요?


원래는 국제개발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학부에서 국제개발을 배울 수 있는 대학이 많지 않다 보니, 차선으로 포괄적인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경영학을 선택했습니다. 전공은 국제개발 분야가 아니었지만, 대신 방학 때마다 국외/국내에서 봉사 활동을 많이 했어요. 졸업할 무렵에 계산해 보니 대략 1000시간 정도 했더라고요. 


국제개발 쪽에도 식수, 보건 등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요, 저는 그 중에서도 특히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교직을 이수했습니다.




대학생 해외봉사단 ‘라온아띠’로 캄보디아에서 5개월간 활동할 때의 모습 (사진 제공: 김은지)




Q. 처음 커리어를 시작한 건 강연 및 공연 기획사였다고 알고 있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학창 시절 국제개발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했는데요. 교수님의 제안으로, 학교 내에서 제 경험을 토대로 강연할 기회가 몇 번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강연’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한창 ‘세상을 바꾸는 시간15분’, ‘TED’ 등 강연 콘텐츠가 유행하기 시작할 때이기도 했고요. 10분~20분 남짓의 짧은 강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영향을 줄 수 있고, 변화의 계기가 된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강연 및 공연 기획사에서 일하던 당시의 모습 (사진 제공: 김은지)




Q. 첫 회사 이후로는 주로 마케팅 홍보 분야에서 일을 했다고 들었어요.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이후에 국제개발협력 NGO에 입사하여 2년 정도 일을 했는데요, 여기서 처음 마케팅 업무를 시작했어요. 작은 규모의 조직이다 보니 홍보물의 디자인과 영상제작 작업까지 맡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이때 홍보나 마케팅 분야에서 적성을 발견했습니다. (웃음)


국제개발 일을 하면, 열악한 환경에 놓인 아동들을 많이 만나게 돼요. 이 아이들의 상황을 사람들에게 잘 알려 내고 싶었는데, 이러한 일이 홍보, 마케팅 업무와 맞닿아 있었던 거죠.


대학에서 마케팅 홍보 분야를 전공한 것도 아니었고, 사수가 없는 작은 조직에서 일한 터라, 초기에는 회사 밖에서 따로 교육을 많이 들었어요. 마케팅 홍보 분야에 대해 많이들 오해하고 계신 게 있는데요. 젊은 사람들은 평소에 SNS를 많이 하니까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더 깊게 들어가면 채널별, 타깃별로 화법이 달라져야 해요. 그리고 광고를 돌리는 법이나 데이터 분석하는 법도 채널별로 배워야 할 수 있거든요.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마케팅 일에 대해 배우다 보니 점점 흥미가 생기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계속 생겨났어요.




사회적 정의, 연대, 그리고 기쁨



Q. 광주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나셨다고 알고 있어요. 최근 [from더함]에 소개되었던 에세이에서 삶을 열정적으로 살게 된 배경에 대해 “광주 사람이라 그래요. 좋은 DNA를 받았거든요”라고 설명하신 부분을 무척 인상 깊게 읽었어요. 매니저님 존재 깊숙한 곳에 흐르는 DNA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일단 광주에서 20년을 살았으니 지역의 분위기 속에서 크고 작은 영향들을 받았어요. 자연스레 ‘사회적 정의’나 ‘연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멀리서 듣거나 본 것이 아니라, 그 현장에 있던 친인척, 부모님에게서 들었던 것이라 더 영향이 큰 것 같아요. ‘광주 사람들은 촛불집회가 아니라 횃불집회를 한다’는 말이 있기도 하죠. 그만큼 가치 있다 생각하는 무언가를 지키고자 할 때 남다른 뜨거움이 있고, 저도 그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Q. 회사 업무 외에 ‘기쁨곡간’이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계시기도 한데요. 이 공간을 통해 지키려는 ‘기쁨’이라는 가치에 대해 좀 더 듣고 싶어요. 매니저님이 평소 생각하는 ‘기쁨’은 무엇인가요?


저는 개인 브런치 소개글에 ‘찬란한 기쁨주의자’라고 써 놓았을 만큼, ‘기쁨’이란 말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빠르게 향유되는 콘텐츠 속에서 느끼는 ‘재미’, ‘즐거움’ 등과는 조금 다른 개념인 것 같아요. 


기쁨에는 ‘함께함’과 ‘슬픔’이 동시에 내포되어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슬픔에 함께할 때 재미있거나 즐겁지는 않지만, 기쁠 수 있는 것처럼요. 그저 편안하고 재미있는 것과는 다른 것이라 생각해요.


사람은 원래 기쁜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기쁨을 앗아가는 일들이 요즘 시대엔 너무 많을 뿐인 거죠. 기쁨곡간은 사람들이 기쁨을 빼앗기지 않도록, 창조성을 잘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이에요. 사람들은 고유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을 때 기뻐하잖아요. 그런 일들을 사람들과 함께할 때 저도 기쁨을 느낍니다. 저에게는 기쁨을 추구하는 것이 제 정체성을 지키는 일 같아요.




은지 매니저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기쁨곡간'이란 이름의 공간을 운영 중이다. 기쁨곡간은 '기쁨을 보관하고 흘려보내는 곳'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은지 매니저는 '곡간지기'로서 




더함의 발견



Q. 더함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기쁨곡간을 운영하며 만난 분의 소개로 더함을 알게 됐어요.


장기적으로는 ‘거점 공간을 가진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더함은 위스테이를 통해 이미 실현을 하고 있더라고요. 더함이란 회사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던 차에 공고가 나와 지원을 하게 됐습니다.


Q. 더함에 와서 새롭게 발견한 모습, 재능이 있을까요?


‘인테리어’에 원래 관심이 많기는 했지만, 더함에 들어와 커뮤니티 공간의 인테리어를 진행해 보면서 ‘내가 여기에 흥미를 느끼고 있구나. 어쩌면 재능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더함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평소 브랜딩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요, 저는 더함이라는 브랜드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보통 브랜딩이 가치 있으려면 레드오션에서 굉장히 튀는 존재이거나, 혹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존재여야 하는데, 더함은 후자인 것 같아요.


부동산 개발과 사회적 가치 사이에서 적정한 지대를 찾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더함이 던지는 메시지 자체가 사회에 던지는 임팩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Q.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매니저님을 힘나게 하는 말이 있다면요?


여유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함께 일하는 매니저님들이 ‘커피 한 잔 하자’는 말을 건네 줄 때가 저는 참 좋더라고요. 서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지만, 쉬어 가자는 이야기인 거죠. 정작 마시러 가지 못하는 날도 있지만, 말 한마디에도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나만의 템포를 찾는 시간



Q. 퇴근이나 주말에는 주로 어떤 일을 하세요?


요즘 러닝에 흠뻑 빠져 있습니다. 몇 번 얘기 안 했는데, 회사에 소문이 자자하더라고요. (웃음)


사실 운동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어렸을 때 육상선수를 했는데, 그때 경험이 너무 힘들어서 운동을 안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체력이 점점 떨어지는 걸 느끼게 되면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운동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정작 못하고 있다가, ‘기쁨곡간’에서 러닝하는 친구를 만나게 됐어요. 그 친구 제안으로 ‘기부 러닝’도 하고 있습니다. 아마 혼자서는 못했을 거예요. 처음에는 6km를 뛰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꾸준히 달리다 보니, 하정우 배우도 그렇고, 사람들이 왜 ‘걷는 것’에 대해 책을 쓰는지 알겠더라고요. 확실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돼요.


제가 평소에 아이디어들이 머리속에 떠나닐 때가 많은데, 달리는 순간만큼은 숨 쉬는 것과 내 발이 다치지 않게 내딛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잖아요. 오랜만에 달려서 숨이 찰 때는 자기반성도 되고요. ‘내가 지금 내 숨 하나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든데, 그 많은 걸 하겠다고 욕심을 부리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Q. SNS를 보면 매일매일 러닝 기록을 올리는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그게 지금 세대의 크루문화인 거죠. 워낙 지금 세대는 ‘가치소비’를 지향하니까요. 일상에서 쉽게 가능한 운동, SNS를 통해 인증하는 방식, 개인의 취미에 그치지 않고 기부로 이어지는 것까지, MZ세대와 잘 맞았다고 생각해요. SNS에 러닝 관련된 콘텐츠를 올리면, 다른 콘텐츠에 비해 특히 반응이 더 좋은데요. 그만큼 서로 응원해 주는 문화가 잘 자리 잡혀 있어요. 잘 모르는 사이더라도 강한 연대감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Q. 러닝의 매력을 좀 더 설명해 주신다면요?


저에게 있어 러닝의 매력은 ‘자기 템포’를 찾아준다는 거예요.


물론 러닝을 하며 본인의 기록을 계속 높여 가려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그런 기록보다는 호흡이 이전보다 편안해지는 것에 즐거움을 느껴요. 어제는 5km를 힘들게 뛰었는데, 오늘은 좀 더 편하면 기분이 좋아요. 어떻게 보면 근육이 적응돼서 편한 거겠죠. 제 페이스를 찾아가다 보니 기록이 늘기도 하고요. 운동이 습관이 되는 일은 좋은 것 같아요.




은지 매니저는 러닝을 하며 자신만의 템포를 찾아가고 있다. 동시에 '기부러닝' 등 러닝을 통해 작게나마 사회에 기여하고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고 있다. (사진 제공: 




Q. 하루나 일주일 중 가장 사랑하는 시간대가 있나요?


아침에 눈 뜰 때요. 물론 ‘매일 그렇지는 않다’고 꼭 조건을 달아 주세요. (웃음)


아침에 해가 뜨고 일어나는 일을 자연스럽다고 느끼지만, 그게 그렇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요즘 팬데믹을 겪으면서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결코 자연스러운 게 아니었구나’를 절감하고 있기도 하고요. 아침에 무사히 해가 떠서 하루를 시작하고, 그 하루를 내가 살아가고, 일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져요.




Remember who you are



Q. 평소 콘텐츠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상황이나 풍경을 카메라에 자주 담으시기도 하고, 평소 재밌는 볼 거리들을 추천해 주시기도 하고요. 지금 공식적인 채널 말고 개인 채널과 공간도 있는데요, 매니저님의 삶에서 콘텐츠란 어떤 의미인가요?


좋아하는 사람들을 잘 만나게 해주는 장치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오프라인 모임이 힘들다 보니, 온라인 공간에서 글로만 소통하는 ‘장마철 밀크티 북클럽’이란 이름의 책읽기 모임을 진행했었는데요. 굉장히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지금은 ‘늦여름 레몬에이드 북클럽’을 운영 중인데,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도 많이 참석하셨어요. 이렇게 멀리서도 책이라는 콘텐츠로 서로 교류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무리 좋은 사업과 프로그램도 사람들에게 알려야 의미가 있잖아요. 저는 그 모든 것의 시작이 기록의 습관인 것 같아요.



Q. 매니저님의 인생 비전은 무엇인가요?


저는 제가 누구인지, 매일 기억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는 비전을 ‘직업’이나 ‘어떠한 시점에서 완성되는 성취’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저는 제가 어떤 존재인지가 항상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어떤 존재가 되어 가는가도 중요하지만, 오늘 하루 어떤 존재로 살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느껴요. 그래서 내 정체성을 매일 기억하는 게 중요하고요. 트렌드를 계속 살펴야 하는 일이다 보니 많은 것들에 영향을 받게 되는데요, 그걸 잘 응용하지만 휘둘리지는 않았으면 해요. 최근에 읽은 책 제목이 ‘Remember who you are’인데, 그 문장이 좋더라고요.


내가 누구인지 하루하루 기억하며 살다 보면, 그게 쌓였을 때 내가 지향하는 모습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오늘이 그러하면 내일도 그러할 거니까요. 



해당 글은 2020년 9월 11일 사회혁신기업 더함 공식홈페이지에 송출된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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