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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쯤 가고 있을까

2025.5.31 (토)

by 시니어더크


누군가를 잃고 난 뒤, 삶은 종종 질문으로 가득 찬다.

그 사람은 지금 어디쯤 있을까.

나는 지금 어디쯤 걷고 있는 걸까.


봄의 끝자락에서, 나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당신이 있을지도 모를 그곳을 향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닿을 수 없더라도

어쩐지 당신이 그 하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았다.


당신이 떠난 후, 나에게는 많은 밤이 흘러갔다.

그리고 그 밤마다 당신을 생각했다.

지금쯤 어떤 풍경을 보고 있을까,

고통이 사라진 그곳에서 평안하게 지내고는 있는지.


성경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라."

(요한계시록 21:4)


그 말씀을 붙잡으며 믿고 싶어진다.

그곳에서는 눈물도, 슬픔도, 병마도 모두 지나갔을 거라고.

그래서 당신은, 그 어느 때보다 평안하고 밝은 모습으로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고 있을 거라고.


그런 상상을 하며 걷던 어느 날,

라디오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어디쯤 가고 있을까'라는 노랫말이 귓가를 스쳤다.

그 한 줄에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당신과 다시 만나는 그날을 향한 여정 중,

지금은 과연 어느 지점에 서 있는 걸까.


그리움이 한편을 짓누르고 있을 무렵,

하늘 아래 또 다른 소식을 들었다.

영종도에 사시는 셋째 형님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이야기였다.

운동을 즐기시고 늘 건강하시던 형님이셨기에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형수님의 말에 따르면,

형님은 20일 가까이 통증을 참고 지내셨다고 한다.

조카들이 병원에 가시라고 권했지만

"금방 나을 거야." 하며 미루셨다고 했다.

결국 배가 아프고 단단해져 인천 길병원에 가신 날,

복수가 차고 복막염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으셨단다.


CT 검사 결과는 월요일에 나온다고 했지만

이미 입원 치료 중이시라는 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형님은 여든이 넘은 연세에도

고혈압도, 당뇨도 없이 정정하게 지내셨던 분이다.

그런 형님이 병원에 누워 계시다니,

삶은 언제나 예고 없이 우리를 멈춰 세우는 것 같다.


작년 초, 당신과 처음으로 형님 댁에 갔던 날이 떠올랐다.

거실 창 너머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가슴이 탁 트이네요." 하며 환하게 웃던 당신.

형수님만 계셨고, 형님은 바닷가 산책로를 자전거 타고 계셨지.

그날의 공기, 그날의 햇살, 그리고 당신의 미소가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내가 육 형제 중 막내라는 사실이

요즘 들어 자주 떠오른다.

형님 다섯 분 모두 큰 탈 없이 건강히 살아오신 것만도

감사할 일이다.

돌아보면 부모님도 그러셨다.

어머니는 한 살 모자라는 백세까지 사셨으니,

우리 가족은 긴 생을 살아낸 사람들이었다.


그런데도, 한 사람의 아픔은

다른 모두의 마음을 덜컥 내려앉게 만든다.

삶이라는 길 위에서,

우리는 늘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 걸까.

종착역은 어디며, 그곳까지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정답 없는 질문들이 오늘도 마음을 물들인다.


나는 오늘도 걷는다.

당신을 향해, 그리고 나를 향해.

지금 이 순간도 어쩌면

그 끝을 향한 소중한 발걸음일지도 모른다.

비록 그 끝이 아직은 보이지 않아도.


오늘 밤도 당신을 생각하며 잠을 청해 본다.

부디 그곳에서 잘 지내기를.

우리 다시 만나는 날,

서로에게 해줄 이야기를 마음속에 가만히 담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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