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음이 가벼운 날

2025.6.4 (수)

by 시니어더크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웠다.

무엇 때문인지, 선뜻 알 수는 없었다.

그저… 어제와는 다른 공기가 느껴졌을 뿐이다.


며칠 동안 마음속 어딘가가 무거웠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묵직한 무엇이 눌러앉아 있었다.

그게 오늘 아침,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날씨가 맑아서였을까.

하지만 어제도 맑지 않았던가.

그런 생각을 하며 괜히 창밖을 한참 바라보았다.


살다 보면 이유 없이 마음이 가벼운 날이 있다.

그게 계절 때문인지, 공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주 작고 사소한 무의식의 신호 때문인지 모를 일이다.


어쩐지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어졌다.

말간 햇빛처럼 마음속 어딘가가 반짝였다.

그 느낌이 참 신선했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묘하다.

순간순간 바뀌고,

가끔은 나도 모르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요즘은 이상할 정도로 나라 걱정을 많이 했다.

5,200만이나 되는 국민들 가운데 하나인 내가,

왜 그리도 정세에 마음을 뺏겼을까.


아마도 불안한 미래 때문이었으리라.

그동안 정치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돌아가는 흐름이 불안하게만 보였다.


아이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아직 젊고 어린 그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조금은 더 단단하고 따뜻하길 바라는 마음.

그 바람이 내 안의 불안을 키웠던 것 같다.


오전 11시 무렵, 일산 사시는 넷째 형님이 들르셨다.

당신 떠난 후 처음이었다.

생전 당신을 가장 자주 챙기시던 분.

그 따뜻했던 발걸음이, 어느 날부터 멈췄었다.


오늘은 포천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렀다고 하셨다.

형수님과 함께 오셨고, 빈손은 아니었다.

우유와 윌, 곶감, 보리굴비, 떡까지 한가득 안겨주셨다.

아이들과 나눠 먹으라며 다정히 웃으셨다.


당신이 있었다면 참 좋아했을 곶감.

그걸 보자 문득 당신 생각이 났다.

형님도 당신을 떠올리며 챙겨 오신 게 아닐까.


냉장고를 채우고도 남은 음식을 보며

당신이 떠난 자리가 다시금 선명해졌다.


“나이 들수록 단백질을 꼭 챙겨 드세요.”

당신이라면 그렇게 말했겠지.

스스로 잘 챙기라 말하던 당신.

그 말이 이제는 더 깊은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형님 내외가 다정하게 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마음이 무너졌다.

우리도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건강만 허락되었더라면, 우리도 그렇게 살 수 있었을 텐데.


함께한 시간이 그리웠고,

함께하지 못할 앞으로의 시간이 아쉬웠다.

세월이 흘러도, 아쉬움은 선명하다.


남은 날들을 어떻게 써야 할까.

소중하게, 아깝지 않게,

다시는 후회하지 않도록 살아야겠다.


당신 없는 하루.

그러나 또 하나의 인생의 페이지가 되었다.

오늘도 나는, 그렇게 하루를 살아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