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2 추억 속의 따뜻한 대화

그리운 당신 곁에 따뜻함을 놓고 갑니다

by 시니어더크


2024.12.26 (목)


사랑하는 정숙 씨,

오늘 저녁은 어제와는 사뭇 다르게 쌀쌀합니다.

경기북부에는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졌다고 하니

내일은 몹시 추울 것 같아요.


당신이 있는 곳도 혹시 추워질까 걱정입니다.

어제 당신을 찾아갔을 때는 따뜻한 날씨가 반겨주더니,

내가 돌아오고 나니 다시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네요.


당신이 우리 곁에 있었다면

이런 추위도 아마 덜 느껴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다 당신 덕에 따뜻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렇지 않은 현실이 참 서글픕니다.





오늘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집에만 있었습니다.

점심쯤에 밖으로 나가 한 시간 정도 걸었어요.

처음엔 쌀쌀했지만 걷다 보니 몸이 따뜻해지며 땀이 흐르더군요.


앞으로도 이렇게 꾸준히 걷고 싶어요.

건강에도 좋고, 당신이 곁에서 늘 챙겨주던 것처럼

나 스스로도 몸을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문득, 당신과 함께 걸었던 그 길들이 떠올랐어요.

산책하며 나눴던 소소한 이야기들,

웃음 가득했던 순간들이 이렇게 선명하게 남아 있다니,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오늘 아들은 오후 2시에 음악학원에 갔습니다.

그의 조용한 뒷모습이 왠지 든든하면서도 안쓰럽더군요.

딸은 오후 4시에 일을 마치고

대학 시절 동아리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어요.

오랜만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며

기분 좋아하던 딸의 모습이 당신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당신은 항상 아이들의 일상을 세심히 챙기며

그들에게 용기를 주곤 했죠.

지금도 딸과 아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잘 지내는 모습은

당신이 남긴 가장 큰 선물 같아요.





오후에는 혼자 책을 읽으며

앞으로의 삶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당신이 없는 시간 속에서의 계획이란 것이

어쩐지 무겁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요.


당신은 늘 말했었죠.

“나는 괜찮으니 당신은 힘내서 살아가야 해.”라고요.

그 말이 아직도 내 마음을 붙잡아 줍니다.

당신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나는 다시 하루를 살아갑니다.








저녁에는 넷플릭스를 틀었습니다.

우리가 예전에 함께 즐겁게 봤던

<오징어 게임>의 시즌 2가 올라왔더군요.


첫 시즌을 보며 나눴던 대화들이 떠올랐습니다.

드라마는 흥미진진했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람 목숨의 경중을 가볍게 다루는 이야기가

우리 둘 다 마음에 걸렸었죠.


당신은 그때 이렇게 말했어요.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건,

서로의 생명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야."

그 말이 지금도 내 마음을 울립니다.


이번 시즌도 여전히 화려한 영상 속에 담긴

인간의 본성과 비극을 이야기하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더 깊이 이야기를 나눴을 겁니다.

당신이 옆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을 나누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정숙 씨,

당신이 없는 이 하루하루는 여전히 낯설고 허전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편지를 쓰며 당신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내게는 큰 위로가 됩니다.

당신이 늘 곁에서 들려주던 따뜻한 말들,

당신의 미소, 그리고 당신의 존재 자체가 내게는

아직도 가장 소중합니다.


오늘 밤은 유난히 춥다고 하니,

당신이 있는 곳도 따뜻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편안하고 밝은 미소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정숙 씨,

다음 편지에서도 나의 하루와 나의 마음을

가득 담아 당신께 전할게요.


당신을 그리워하는 남편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