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있어 따뜻했던 겨울
2024.12.27 (금)
사랑하는 정숙 씨,
여기는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에요.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아침이면
한파주의보가 어김없이 울려 퍼집니다.
길을 걷는 사람들 모두 코끝이 빨개지고,
두꺼운 외투에 몸을 깊이 묻은 채
추위를 이겨내고 있어요.
당신이 있었다면,
아마도 "이제 정말 따뜻한 곳으로 이사 가야겠다"라고
말을 했겠죠.
추위를 유난히 타던 당신이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며칠 전부터 아들이 감기로 고생하고 있는데,
오늘은 나도 목이 따끔거려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도 감기에 걸릴 수 있다"라고 하시더군요.
목 따가운 증상이 시작되면
이어서 콧물과 기침이 올 수도 있으니,
심해지면 다시 오라고 하셨습니다.
감기라니요.
코로나가 한창일 때도 감기 한 번 안 걸렸었는데,
요즘 들어서야 이렇게 몸이 약해진 걸까요?
당신은 늘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했었죠.
몸이 약했음에도 불구하고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잘 지냈던 당신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그저 당신 곁에서 당신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고,
그런 당신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이제야 깨달아요.
당신이 얼마나 강하고, 또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저녁에는 작은 문제가 생겼어요.
거실에 있는 홈비디오폰이 고장이 나서
1층 현관문을 열 수가 없었어요.
결국 저렴하지만 새것으로 교체했는데, 이제야 제대로 작동하네요.
오래된 물건이라 점점 고장이 잦아졌던 거겠죠.
당신과 함께였을 때라면 이런 문제도 당신의 따뜻한 조언과 함께
금방 해결됐을 텐데,
지금은 모든 걸 혼자 해야 하니 때로는 벅차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당신과 함께 보냈던 날들이
내게 힘이 됩니다.
당신은 늘 "여기가 너무 춥다. 따뜻한 곳으로 이사 가자"고 말했지만,
정작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든 따뜻했어요.
우리가 함께라면 어떤 추위도 문제가 되지 않았죠.
당신이 없는 이 겨울은 차갑기만 하지만,
그래도 당신의 기억은
내 마음속에 따스한 온기를 남겨주었습니다.
정숙 씨, 당신은 내게 늘 따뜻함이었습니다.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들,
당신의 미소와 목소리, 당신의 손길까지 모든 것이요.
당신이 그리운 이 겨울밤,
나는 이렇게 당신을 떠올리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오늘도 당신을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