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사랑하는 정숙 씨에게

소소한 일상 속 그대의 자리

by 시니어더크


2024.12.28 (토)


정숙 씨,

당신이 떠난 지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저는 여전히 당신과 대화를 나누듯 하루를 보냅니다.

당신의 웃음소리와 따뜻한 손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매일매일 당신과의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으로는 늘 당신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목이 따끔거려 약을 먹었더니

오늘은 조금 괜찮아졌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콧물이 멈추질 않네요.

낮에 병원에 갔었는데,

이미 문이 닫혀 있더군요.


토요일은 진료가 1시까지라는 걸 깜박했지 뭐예요.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병원 안은 조용했고,

그곳에서 혼자 서 있자니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습니다.

문득, 당신이 있었더라면

그 허전함을 다독여주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에는 약국에서 약만 사서 먹기보다는 월요일에 병원에 가서

제대로 진료를 받아야겠어요.

예전에는 약국에서 약을 사서 임시로 해결하곤 했는데,

그게 오히려 몸에 부담이 되었던 기억이 나서요.

당신이 늘 그러던 말,

"무엇이든 확실히 해야 한다"는 조언이 떠오릅니다.

참, 당신의 그런 세심함이 그립네요.








오늘 저녁에는 딸이 김밥과 떡볶이를 시켜서 간단히 먹었어요.

딸이 그러는데,

"엄마가 있었다면 떡볶이가 너무 맵다며

물 많이 드셨을 것 같아" 하더군요.

당신 생각에 모두 웃었어요.


아들은 강의를 마치고 오는 길에 삼계탕 재료를 사 왔습니다.

오늘은 시간이 늦어 내일 끓여 먹기로 했어요.

당신이 삼계탕을 참 좋아했잖아요.

뜨끈한 국물을 떠먹으며 "역시 이 맛이야!" 했겠죠.


이렇게 소소한 일상 속에서조차

당신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져요.

당신이 함께했던 시간들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

이제야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당신과 나누었던 대화, 함께 나눴던 음식,

사소한 농담 하나까지 모든 순간이 그리워요.

어쩌면, 우리는 그런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깨닫지 못한 채 살아왔던 것 같아요.


정숙 씨, 저는 요즘 당신의 사랑과 기억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힘든 순간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당신의 미소를 떠올립니다.

당신이 남겨준 사랑이 저를 지탱해 주고,

앞으로도 제가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어줍니다.


내일은 삼계탕을 끓이며 당신과의 추억을 떠올릴 거예요.

아마도 그 냄새 속에서 당신과 나눈 이야기가

새록새록 떠오르겠지요.

그렇게라도 당신을 기억하고,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들을 다시 마음에 새기고 싶어요.


사랑하는 정숙 씨,

당신이 있는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고 평안하길 기도할게요.

제게 당신과의 38년은 참으로 큰 축복이었어요.

앞으로도 당신의 사랑과 함께 살아갈게요.

늘 그리운 마음을 간직한 채.


이 땅에 홀로 남은 남편이 드립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