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그리움 속에서 당신에게 쓰는 편지

당신이 있어 따뜻했던 시간들

by 시니어더크






2024.12.29 (일)


정숙 씨,

오늘 아침은 영하 10도의 매서운 추위로 시작되더니

낮에는 영상 4도까지 올라 비교적 포근한 하루였어요.

하지만 감기 기운이 심해져 교회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영상으로 예배를 드렸습니다.


올해의 마지막 주일 예배를

이렇게 집에서 보내게 되어 마음이 조금 무겁네요.

더군다나 오후에는 교회에서 당회가 열려

내년 계획이 발표된다고 했는데,

함께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어서 감기가 나아야 마음껏 다닐 수 있을 텐데요.





정숙 씨, 요즘 세상이 너무 어수선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과 관련해 탄핵되었고,

한덕수 국무총리마저 탄핵 소식을 들었어요.


이런 혼란스러운 시국 속에서

오늘 아침 또 하나의 비극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전라남도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비행기가 폭발해 179명이 목숨을 잃고

단 두 명만이 생존했다고 합니다.

그 생존자들도 승무원들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극적인 상황이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비행기 탑승자 대부분이 태국에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던 사람들이었다고 해요.

이 비극을 마주하며 문득 당신이 말하곤 했던

"삶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정말, 사람의 목숨이란

이렇게도 덧없고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니,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오늘 저녁엔 아들이 삼계탕을 만들어줬어요.

어제 장을 보며 사온 닭으로 정성껏 준비했더군요.

딸도 교회에서 돌아와 삼계탕을 함께 먹었습니다.


아들의 요리 솜씨가 좋아 모두들 맛있게 먹었는데,

는 조금만 먹고 말았습니다.

배가 불러서가 아니라, 당신이 없는 빈자리가 너무 커서

음식 맛조차 예전 같지 않더군요.


당신과 함께일 때는 밥 한 그릇도 얼마나 맛있었는지,

지금은 매일매일 깨닫고 있어요.


정숙 씨,

당신이 곁에 있었던 모든 순간들이 그립습니다.

당신의 따스한 미소, 다정한 말투,

함께한 소박한 하루들까지도요.


요즘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당신이 나에게 남긴 사랑과 추억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가?"라고요.

아직은 답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당신의 빈자리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오늘처럼 슬프고 무거운 소식이 들려오면,

당신과 나누었던 대화들이 떠오릅니다.

"삶의 무게가 클수록 더욱 감사해야 한다"라고 말하던

당신의 목소리,

그리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라"던 당신의 조언이요.

당신은 내게 삶의 힘이자 빛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이 편지가 당신에게 닿을 수 없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마치 당신이 내 곁에 앉아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아

마음이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정숙 씨, 그곳에서는 부디 아프지 않고 평안하기를 바랍니다.

당신과 함께했던 날들은

나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선물이었어요.


당신을 그리워하며,

오늘도 사랑을 담아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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