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당신의 빈자리에 남겨진 하루

당신 없는 식탁 위의 그리움

by 시니어더크


2024.12.30(월)


사랑하는 나의 아내 정숙씨,

오늘도 문득 당신 생각에 손이 멈췄습니다.

감기가 좀처럼 나을 기미가 없어서

아침에 성모의원에 다녀왔어요.

그런데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너무 많더군요.


결국 그냥 발길을 돌리고,

리치마트 옆 롯데리아에 들러 햄버거라도 사려고 했습니다.

딸에게 브런치로 햄버거를 사다 준다고 했거든요.

당신과 함께였던 우리 집은 늘 하루에 두 끼를 먹곤 했죠.

아침을 간단히 먹어도

당신과 함께라면 늘 든든했는데, 이

제는 허전함만 남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롯데리아는 문을 닫았더군요.

안내문을 보니 어제부로 영업을 종료했답니다.

어쩌면 덕계역 근처 상업지구로 이전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요즘 그 지역으로 많은 매장들이 옮겨가고 있으니까요.

어쩔 수 없이 허탕을 치고 리치마트에 들러

반찬거리만 조금 사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아들에게 롯데리아가 문을 닫았다는 얘기를 했더니,

곧바로 맥도날드에 햄버거를 주문하더군요.

우리 셋은 햄버거로 아침 겸 점심을 때웠습니다.


만약 당신이 있었다면,

늘 그렇듯 "뭐 맛있는 거 해줄까?" 하고 물으며

정성껏 음식을 준비했겠지요.


하지만 당신 없는 우리의 식사는

이제 간단하고 대충이 되어버렸어요.

그래도 가끔 아들이 요리다운 요리를 만들어내곤 해요.

오늘 저녁에는 제가 두부조림을 만들었습니다.

김치 반찬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하니까요.





오늘 날씨는 참 포근했어요.

낮 기온이 영상 10도에 가까웠습니다.


오후에는 강호치과에 다녀왔어요. 당신도 자주 다녔던 곳이지요.

스케일링을 받는 동안 물이 목으로 넘어가 불편했어요.

당신은 올해 초 스케일링을 받을 때도

꼼짝하지 않고 잘 참았었는데,

나는 그러질 못해서 간호사도 힘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끝나고 나니 개운한 기분이 들더군요.

몇 년 만에 받은 스케일링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매년 한 번씩은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치과를 나온 뒤, 다시 성모의원으로 향했어요.

감기 증상이 약해지긴 했지만 콧물이 막히고 기침이 나서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병원 대기실은

여전히 가득 차 있었어요.


한참을 기다린 끝에 약국에서 약을 타와

저녁에 한 봉지를 먹었지요.

빨리 감기가 나아야 여러 가지 일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은 머리가 묵직하고 몸이 무거워서

누워만 있고 싶더군요.


당신이 없는 삶은 이렇게 모든 것이 단순해지고,

어쩌면 무미건조해졌습니다.

아침 식사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밥상에 올라갈 반찬도 그저 대충이면 됩니다.


하지만 옛날 당신이 차려주던

따뜻한 밥상과 정성 가득한 손길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마치 당신과 대화하는 것 같아

잠시 위안을 얻습니다.


당신이 떠난 자리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일이 이렇게도 낯설고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그래도 당신을 향한 마음만은

여전히 변치 않았음을 전하고 싶어요.

그리움 속에서 오늘도

당신을 떠올리며 하루를 마칩니다.


늘 사랑하고, 여전히 그리워하며,

당신의 곁을 지키던 사람이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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