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사랑하는 당신께, 올해의 마지막 편지

이별의 해, 그 마지막 날에

by 시니어더크


2024.12.31(화)


정숙 씨,

오늘은 2024년의 마지막 날이에요.

올해는 제 삶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해로 남게 되었습니다.

당신을 아주 먼 곳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해이기 때문입니다.


당신 없는 세상은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제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흔들리게 합니다.

하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제 하루하루는

온전히 당신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내일은 당신을 떠나보낸 지 49일이 되는 날입니다.

동시에 2025년이라는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네요.

당신과 함께 이 새해를 맞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당신이 없는 하루가

이렇게 고되고 아플 줄은 몰랐습니다.

평범했던 일상이 당신과 함께라서

얼마나 따뜻하고 소중했는지,

이제야 그 깊이를 알 것 같습니다.





오늘은 카센터에 다녀왔어요.

며칠 전 자동차 종합검사에서 엔진오일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거든요.

올해 마지막 날이니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새로 갈아 넣은 오일 덕분인지

차가 부드럽게 잘 달리는 기분이었어요.

내일 이 차를 타고 당신을 만나러 갈 겁니다.

아이들과 함께

당신이 좋아했던 꽃도 준비하려고 해요.

세상 사람들은 이런 날을 49재라고 부르지만,

저는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을 뿐입니다.

당신이 남긴 따뜻한 흔적들과 함께요.





요즘 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나라가 뒤숭숭해졌어요.

오늘은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죠.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그 법을 무너뜨렸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체포 과정에서 혹여 충돌로 인해

누군가 다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 사람의 잘못이 또 다른 이들의 고통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내일 당신을 만날 생각만으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내일 날씨가 얼마나 좋은지 아세요?

마치 당신이 저를 환하게 맞아줄 것만 같아요.

낮 기온도 평소보다 크게 오른다니,

그 길이 당신에게 다가가는 길이라 더욱 설렙니다.





오늘 밤에는 교회에서 송구영신 예배가 열립니다.

당신과 함께라면 손을 꼭 잡고 갔을 텐데,

이제는 저 혼자 가야 하네요.

감기가 채 낫지 않아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능한 한 가려고 합니다.


새해 첫 예배에서는

하나님께 당신을 위한 기도를 드릴 겁니다.

내일 당신을 찾아가는 길에서도

하나님께 당신의 평안을 간절히 빌겠습니다.


정숙 씨, 당신 없는 세상은 길고도 외롭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제게 남겨준 사랑과 추억이

저를 버티게 합니다.

내일 당신이 좋아했던 꽃을 들고 당신을 찾아가겠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당신과 마음을 나눌 시간을 기다리며,

당신이 저에게 남겨준 모든 순간들을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정숙 씨, 부디 편히 쉬세요.

내일 당신을 만나러 갈게요.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하는 남편이 2024년도

마지막 편지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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