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중심, 다시 주님께로
주일 아침이면
당연하듯 교회로 향하던 내가
최근엔 일을 핑계 삼아
두세 번이나 빠졌다.
예배도 놓쳤다.
물론 집에서 영상으로 예배를 드려보긴 했다.
하지만 그건 내 마음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묘한 죄책감이 덮쳐왔다.
마치 남몰래 잘못이라도 저지른 듯,
내 안에서 믿음의 양심이 꿈틀거렸다.
'그래도 아직 믿음이 남아 있구나.'
그 사실 하나가
왠지 다행이었고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그날, 결심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예배당에 간다."
덥기로 소문난 31도 한여름,
나는 땀을 훔치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 앱은 10분을 기다리라고 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대기실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겨울엔 따뜻했던 그 공간.
사람들은 더울까 봐 꺼리는 눈치였다.
그들 틈에 나도 그늘에 서 있다가
무심코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놀랍게도 시원한 바람이 쏟아져 나왔다.
낮은 천장에 달린 에어컨이
한여름 무더위를 단번에 날려버렸다.
'사람들은 여전히 겨울만 기억하는구나.'
계절이 바뀌어도
기억은 그대로인 모양이다.
버스에 올랐다.
주위를 둘러보니
중년 여성들과 할머님들이 대부분.
남자는 나와 청년 하나뿐이었다.
'오늘 버스를 탄 사람들은 대부분 교회나 성당에 가는 분들일 텐데...
천국엔 여자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냐, 남자들은 차 타고 갔을 거야.'
그 순간,
같은 교회 권사님 한 분이 나를 알아보셨다.
"아니, 요즘 왜 안 보이셨어요?"
나는 민망하게 웃으며
"네, 일이 좀 있어서요." 하고 얼버무렸다.
예배당에 도착하니
장로님, 권사님들 모두 반갑게 맞아주셨다.
"오랜만이에요."
"어디 편찮으셨어요?"
그 말을 들으니
괜히 미안해졌다.
내가 빠진 그 시간에도
누군가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구나.
그날 목사님은
'가인과 아벨의 차이'에 대해 설교하셨다.
우리는 둘 다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다는 것만 기억한다.
하지만 아벨은 '처음 난 것'을 바쳤고
가인은 그저 곡식 중 아무거나 바쳤다.
중심이 달랐다.
아벨은 하나님을 마음에 모시고
정성을 다했지만,
가인은 형식적인 제사였다.
그 말씀이
그날따라 유난히 가슴에 와닿았다.
혹시 나도
가인처럼
습관적으로, 의무적으로
믿음을 흉내 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그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믿음은 중심의 문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하나님이 계셔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