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의 사랑, 그리고 마지막 인사
2024년 11월 14일 새벽 3시 16분.
세상이 조용히 멈춘 듯했습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고, 가장 소중히 여겼던 정숙 씨가 오랜 병마와의 싸움을 마치고 하늘나라로 떠난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정숙 씨는 내 삶의 전부였습니다.
38년을 함께하며 기쁨도, 슬픔도, 고된 현실도 나란히 걸어온 인생의 동반자였습니다.
서로의 말투와 표정만으로도 마음을 읽을 수 있었던 우리는, 둘만의 언어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당신이 떠난 지금, 세상은 텅 빈 것처럼 느껴집니다.
친구이자 반쪽, 삶을 비춰주는 따뜻한 빛.
정숙 씨와 함께한 시간들은 내 삶을 풍요롭게 했고,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아름다웠습니다.
당신은 늘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착하게 다가갔고, 누구보다 강인한 사람이었습니다.
무려 14년 동안 병과 싸우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모든 치료를 견뎌낸 당신.
끝까지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모든 순간을 이겨낸 당신은 내 삶의 중심이자, 내가 기대 쉴 수 있는 든든한 나무 같은 존재였습니다.
당신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며 느낀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평화로움이었습니다.
마지막 숨을 내쉬며 눈을 감은 당신의 얼굴은, 마치 긴 여정을 마치고 안식을 찾은 사람처럼 고요했고…
그 순간, 내가 평생 본 당신의 모습 중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주님 곁으로 가는 그 길마저도 당신은 평온했고, 나는 그 모습 앞에서 그저 깊이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당신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낯설고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이성은 당신이 떠났음을 알고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당신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록 아직 결혼하지 않은 아들과 딸이 내 곁에 있지만, 당신 없는 일상은 상상할 수 없는 무게로 나를 짓눌러옵니다.
당신은 내 삶의 길잡이였고, 언제나 조용히 나를 지켜주는 버팀목이었습니다.
당신 없는 삶은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불안하기만 합니다.
이제 나는, 혼자 남은 세상에서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생전에 당신이 내게 가르쳐 주었던 수많은 지혜와 삶의 방식들이 머릿속에 희미하게 떠오르지만,
곁에서 직접 손을 잡아주던 당신의 따뜻함은 이제 더 이상 느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결심했습니다.
이제 남겨진 삶 속에서, 당신과 함께했던 그 시간들을 나의 길잡이 삼아 살아가겠다고.
당신이 내게 남겨준 모든 가르침과 다정한 미소, 따뜻한 손길은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정숙 씨와 나눈 사랑은 단순히 시간이 흐른다고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 사랑은 내 마음 깊은 곳에 뿌리내려, 내 삶을 지탱해 줄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앞으로 당신이 없는 세상을 걸어가면서도, 나는 언제나 당신을 기억하고 가슴 깊이 품고 살아가겠습니다.
당신은 이제 내 곁에 없지만, 함께한 기억과 사랑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따뜻하게 살아 있습니다.
당신이 늘 그렇듯 환하게 웃으며 바라보던 그 미소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다시 조금씩 용기를 내 보려고 합니다.
그 사랑이 나의 길을 비추는 빛이 되고, 당신이 남긴 따뜻함이 내 삶을 밝혀줄 것이라 믿습니다.
이 세상에 당신이 없다는 사실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나는 조금씩 익숙해져 가겠습니다.
가슴속에 영원히 함께할 당신과의 모든 순간들이,
앞으로 남은 삶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되었음을…
나는 매일 더 깊이 새기며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나는 매일 당신에게 편지를 쓸 것입니다.
이 세상에 남겨진 나와 아들, 딸의 이야기.
그리고 쿠키와 나쵸, 우리가 사랑했던 그 반려친구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아 보낼 겁니다.
당신이 그리워하고 궁금해할 모든 순간을 이 편지에 담겠습니다.
잘 있지, 정숙 씨.
오늘도 당신이 그리운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