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02 정숙 씨, 당신 없는 첫 밤을 보내고

잠들지 못한 밤, 마음으로 당신을 불러보았습니다.

by 시니어더크

2024.11.15(금) 맑음


그저께 밤, 나는 당신 곁에 있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꾹 참으며 당신을 지켰지요.
그런데 어젯밤은 달랐습니다. 당신의 빈자리가 너무 커서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장례식장 대기실, 조용한 방 안에 홀로 누워 눈을 감으면, 자꾸만 당신의 모습이 떠올랐지요.
온갖 생각이 뒤엉켜 잠은 멀어지고, 나는 마음속으로 당신과 대화하듯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시간이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신과 함께했던 소중한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라, 마치 당신과 다시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아침이 되어 거울 앞에 섰을 때, 그곳엔 단 하룻밤 사이 부쩍 늙어버린 제 얼굴이 비쳐 있었습니다.
당신이 곁에 없다는 사실이, 그렇게 저를 바꾸어 놓았나 봅니다.
그래도 걱정 마세요. 이제부터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운동도 열심히 하며,
사랑스러운 아들과 딸과 함께 남은 시간을 살아가 보려 합니다.


오늘은 당신의 입관예배가 있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 온몸을 덮쳐왔고, 그 어떤 준비도 우리에게 위로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입관실로 들어서던 순간, 차갑게 누워 있는 당신 앞에서 나는 끝내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습니다.
참으려 해도 울음은 터진 강물처럼 쏟아졌고, 흐느낌은 자꾸만 목울대를 넘어왔습니다.


딸은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고,
“엄마, 저를 이렇게 잘 키워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사랑해요.”
라는 말을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뱉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습니다.

아들은 평소처럼 감정을 꾹꾹 눌러 담으려 했지만,
엄마를 끌어안고 결국 오열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 또한 무릎이 꺾일 듯 주저앉아
당신의 차가운 손을 붙잡고 “이렇게 가면 안 되지…” 되뇌며 울부짖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셋은 사랑하는 당신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우리는 당신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 영영 이별을 했습니다.


그 순간, 문득 떠올랐어요.
화장대 앞에 앉아 조용히 눈썹을 그리고 곱게 화장하던 당신의 모습이요.
그런데 오늘, 당신은 누런빛 대마옷을 입고 고요히 누워 있었습니다.
분명 내 사랑 정숙 씨인데, 그 모습은 너무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차가운 목관 위에 누운 당신을 보며, 나는 그저 손을 놓지 못한 채 당신의 온기와 웃음을 그리워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건넸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기억합니다.
당신에게 매일 편지를 쓰겠다고 약속했어요.


이 편지는 그 약속의 시작입니다.
당신과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나는 매일 당신에게 마음을 전할 겁니다.
부디 꼭 읽어주세요.


오늘도 많은 조문객들이 찾아왔습니다.
많은 이들이 당신을 기억하고, 당신의 따뜻한 마음을 떠올리며 함께 슬퍼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금 느꼈습니다.
당신이 내 아내였다는 사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를요.


내일 새벽 6시, 당신의 발인 시간이 다가옵니다.
이제 정말로, 당신의 육신이 이 세상을 떠나겠지요.
하지만 당신이 내게 남겨준 사랑, 믿음, 그리고 따뜻한 추억들은
여전히 내 곁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정숙 씨, 이건 끝이 아닙니다.
나는 여전히 당신과 함께 살아간다고 믿어요.
주님 계신 천국에서 우리의 믿음을 지켜주시고,
언젠가 다시 만날 그날까지, 우리 가족을 지켜주세요.


당신은 내 인생의 빛이었고, 내 삶의 중심이었습니다.
너무나 사랑했고,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 것입니다.


천국에서 평안히 지내요, 나의 정숙 씨.
언제나 내 마음속에 살아 있을 당신에게, 사랑을 담아 이 편지를 보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