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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삼우제, 당신을 다시 만난 날

그 빈자리에 피어난 그리움

by 시니어더크

2024.11.18(월) 맑음


오늘은 나와 아들, 딸… 우리 셋이 함께 당신을 만나고 왔어요. 하늘나라로 떠난 지 다섯 번째 되는 날. 삼우제라고 부른다더군요. 전통의 형식이야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지 몰라요. 다만 우리에게는, 그 어떤 날보다도 당신을 가까이 느끼고 싶은 마음 하나로 다녀왔습니다.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난 날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아들이 얼마나 울었는지, 당신도 지켜보았겠지요. 누구보다도 크게, 누구보다도 오래 울었어요. 아마 당신을 보내야 한다는 현실이 아들에게는 너무 가혹했던 모양이에요. 그날 아들은 몇십 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하며 땀을 흘렸지요. 필사적으로 당신을 깨우려 했지만, 결국... 그 손끝은 당신에게 닿지 못했어요. 그 아이의 간절함과 절망이 얼마나 컸을지, 생각할수록 가슴이 무너집니다.


오늘 당신 앞에는 예쁜 조화를 놓고 왔어요. 향기는 없지만, 오래도록 그 자리를 아름답게 지켜줄 거라고 믿어요. 그러고 보니, 문득 결혼 38주년 기념일에 당신에게 선물했던 꽃바구니가 떠올랐습니다. 그때, 꽃을 들고 활짝 웃던 당신의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 꽃은 이제 말라서 피아노 위에 조용히 놓여 있어요. 하지만 그 말라버린 꽃조차도 참 소중해요. 바라볼 때마다 당신이 떠오르니까요. 우리가 함께한 마지막 기념일이 그렇게 지나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당신을 뵙고 난 후, 우리는 가평 자라섬 근처의 닭갈비집에 들렀어요. 기억하시죠? 어디를 가든 항상 네 명이 함께였고, 식사도 언제나 네 사람 몫이었지요. 그런데 오늘은 세 사람만 식탁에 둘러앉았습니다. 빈자리가 얼마나 크게 느껴졌는지 몰라요. 당신이 있던 자리는 유난히 따뜻했고, 언제나 그 자리가 식탁을 풍성하게 했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세 사람만의 식사는 왠지 어색했고, 조용히 놓인 그 한 자리의 빈 공간이 우리 마음의 빈자리 같았습니다.


닭갈비가 나왔을 때, 무심코 말이 나왔어요. "엄마가 있었으면 정말 좋아했을 텐데." 그 한마디에 우리 모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지요. 그 순간 깨달았어요. 당신이 우리에게 얼마나 깊은 존재였는지를요. 그 자리는 단순히 의자 하나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 한복판이 허전해진 자리였다는 것을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무척 조용했어요. 세 사람 모두 말없이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옆자리의 당신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넸겠지요. 그런 당신의 말 한마디, 웃음소리 하나가 이렇게도 그리울 줄 몰랐습니다. 적막한 차 안의 침묵이 오늘따라 더 크게 가슴에 스며들었습니다.


정숙 씨, 당신과 함께했던 일상이 여전히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어요. 당신은 우리 가족의 중심이었고, 당신이 있는 곳은 언제나 따뜻하고 환했지요. 그런데 이제는 당신 없는 집으로 돌아오고, 당신 없는 식탁에 앉고, 당신 없이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낯설고 서글픕니다.


그래도 오늘, 당신을 찾아가며 ‘삼우제’라는 이름으로라도 당신과 이어진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신이 하늘나라에서 평안히 쉬고 있으며, 우리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습니다.


결혼기념일에 선물했던 그 꽃처럼, 당신이 남긴 사랑과 추억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숨 쉬고 있어요. 당신의 온기와 기억은 바람처럼, 햇살처럼 우리 일상에 깃들어 있습니다.


정숙 씨, 당신이 하늘에서도 평안하시길, 그리고 언제나처럼 우리 곁을 지켜주시길 기도합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당신의 영원한 동반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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