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지 않는 이름
2024.11.25(월) 맑음
정숙 씨,
당신을 떠나보낸 지 오늘이 딱 열하루째가 되었네요. 장례를 치르고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지만, 막상 일이 끝나고 긴장이 풀리니 몸과 마음이 지쳐서 그런지 감기까지 걸렸네요. 콧물이 계속 나서 불편하지만, 그런 건 약을 먹으면 나을 거예요. 그런데 정말 큰 문제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당신 생각이 더 선명해져요. 아들, 딸이 바깥일로 나가고 점심 무렵부터 집에 홀로 남아 있으니,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꾸 떠올라 참을 수 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집안이 너무 고요해서 사람이 사는 집 같지가 않아요. 당신이 있을 때는 조그만 대화, 웃음소리, 식당에서 나는 음식 먹는 냄새 하나까지도 집안에 온기를 불어넣었는데, 이제는 그 모든 게 사라진 것 같아요. 당신이 없는 지금, 조용함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다가옵니다. 오늘은 특히 더 그리워서 당신의 흔적을 찾느라 옛날 동영상을 틀어봤어요. 화면 속 당신을 보면서 그나마 위안을 얻으려고요. 내가 당신의 존재를 얼마나 크게 의지했는지, 이렇게 되고 나서야 뼈저리게 깨닫게 됩니다.
정숙 씨, 앞으로가 더 걱정이에요. 이제 당신이 없는 현실이 점점 더 가슴에 와닿고, 매일 당신 생각에 잠길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이런 감정이 무뎌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반대네요. 오랜 세월을 함께했던 당신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고, 그리움이 더욱 깊어지는 것 같아요. 이런 슬픔에서 벗어나려면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할까요? 아니면 취미라도 가져야 할까요? 하지만 아무것도 시작할 엄두가 나질 않아요.
요즘은 꿈속에서라도 당신을 다시 보고 싶어 간절히 기다리는데, 왜 당신은 내 꿈에 나타나지 않는 거예요? 한 번이라도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대신 요즘은 악몽만 꾸고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안전운전 꼭 하라고 잔소리를 하게 돼요. 당신이 항상 걱정하던 아이들, 내가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듭니다.
내일은 동사무소에 가서 당신이 떠났다는 신고를 해야 해요. 그 순간부터 우리 가족의 주민등록에서도 당신의 이름이 사라지겠지요. 몸도 없고, 이름마저 없어지면 정말로 세상에 당신이 남아 있지 않게 되는 거겠죠. 그 생각에 마음이 너무 허전하고 쓸쓸합니다. 이후엔 당신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경춘공원을 자주 찾아가려고 해요. 거기서 당신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으려 해요.
정숙 씨, 우리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당신 부모님도 모두 천국에 계시지만, 당신이 없는 이 세상은 너무나 텅 비어 있어요. 특히 나의 동반자였던 당신이 사라진 빈자리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크나큰 공허함을 남기네요. 세상 모든 것을 준다 해도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겠지요. 장례식장에서보다도 지금 이 순간이 더 슬프고 당신이 더 그리워요.
당신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귀염둥이 강아지를 안아도 보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아요. 당신이 내 곁에 있을 때 얼마나 큰 힘이 되어 주었는지, 지금에서야 절실히 깨달아요.
정숙 씨, 오늘 밤에는 꼭 내 꿈에 와주세요. 당신이 얼마나 보고 싶은지, 당신의 따뜻한 위로가 얼마나 필요한지 아시겠지요? 오늘 밤엔 꼭 나타나서 나를 안아주고 위로해 주세요. 기다릴게요.
당신을 그리워하며, 나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 삶의 모든 순간에 당신의 사랑이 느껴져요. 내 마음속에는 영원히 당신의 자리가 있습니다. 항상 당신을 사랑하며, 당신이 남긴 추억들을 가슴 깊이 간직할게요.
글을 마치며, 나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감습니다. 정숙 씨, 내 사랑, 나의 모든 것. 그리움이 가득한 밤, 당신의 따뜻한 품을 기다립니다.
당신의 사랑을 영원히 기억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