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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2월의 첫날, 당신 없이 맞는 예배

당신 없는 처음의 12월

by 시니어더크

2024.12.1 (일) 맑음


정숙 씨,

12월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신이 떠난 후 처음 맞이하는 새달입니다.
올해도 이제 딱 한 달만 남았네요.


오늘은 주일이었습니다.
혼자 교회에 다녀왔습니다.
예전처럼 당신과 함께 차를 타고 가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현실이 낯섭니다.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목욕을 하고 예배 갈 준비를 마쳤지요.
아이들은 어제저녁을 충분히 먹었는지
아침은 굳이 안 먹겠다고 했습니다.
덕분에 식사 준비는 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 시간에 어제 미뤘던 설거지를 끝냈습니다.


주방 정리를 마치고,
조용히 집을 나섰습니다.

정류장까지 걸어가
80번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제 모습이
스스로도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당신과 늘 차를 타고 다녔던 시간들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많이 아팠던 날에도
우리는 함께 차에 올랐고
그 일상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이제는 그 익숙함마저 사라졌습니다.
그 빈자리가 참 크네요.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몇 년 만에 다시 타보는 버스.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앞으로 이런 날들이 더 많아지겠지요.


교회에 도착했을 때,
마음 한편이 허전했습니다.

예배당 안, 익숙한 자리.
늘 당신과 나란히 앉던 그 자리엔
이젠 저 혼자였습니다.


찬송을 부르던 순간.
서로 눈을 마주치며
기도하던 그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기억들이
오늘따라 더 선명했습니다.


예배 시간 내내
당신이 곁에 없는 사실이
가슴 한쪽을 시리게 했습니다.


식사 시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신 없이 앉은 식탁은
낯설고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교회에서 버스정류장까지 걷는 길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걸으면서 생각도 정리되고
몸도 가벼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왕복 버스비는 2,900원이더군요.
차로 다닐 때의 기름값과 비교해
어느 쪽이 더 경제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에게
중요한 건 비용이 아니라
당신을 기억하는 방식이겠지요.

혼자 걷는 시간도
이제는 익숙해져야 하니까요.


예배 중엔 온전히
당신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더는 아프지 않고 오직 평안과 기쁨 속에서
지내시길 바랐습니다.

그 기도가 닿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렇게 해야 남겨진 제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혼자 드리는 예배는 외로웠지만
목사님의 설교말씀에 집중하며
당신을 떠올렸습니다.


기억나시지요?
3년 전,
우리 함께 구약 성경 공부를 했던 시간들.


열심히 공부한 덕에
당신과 제가 나란히 100점을 받았던 날.
많은 박수를 받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기뻐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후 신약도 함께 공부하고 싶었지만
당신의 건강이 나빠져
끝내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그게 두고두고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그때의 기억을 꺼내어
신약 공부를 다시 시작해 보려 합니다.

당신과 함께한 약속을
혼자서라도 이어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함께 올렸던
성경 낭독 영상도 자주 떠오릅니다.

당신의 목소리는
아픔 속에서도 맑고 또렷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담담히 읽어 내려가던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오늘 하루를 마치며
건조기에 넣었던 빨래를 꺼내
조용히 개었습니다.

따뜻한 수건을 접는 순간
당신의 손길이 문득 그리워졌습니다.


정숙 씨.
오늘도 당신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내가 드린 기도가
당신에게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곳에서는 평안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이곳에서 저는
당신의 빈자리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오늘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밤도 부디 편히 쉬세요.


당신을 사랑했던,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그리고 영원히 사랑할

당신의 남편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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