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 꽃을 닮은 당신에게

꽃다발과 카네이션 바구니

by 시니어더크

2025.5.3 (토) 비


정숙씨,

오늘은 딸과 제가 함께 주문한 꽃다발이 도착했어요.

딸이 고른 꽃다발은 박스에 담겨 직접 배달되었는데,

상자를 여는 순간 은은한 향기와 함께 마치 봄빛이 쏟아지는 것 같았답니다.

꽃이 얼마나 풍성한지, 상자가 가득 찰 정도였어요.



곧 어버이날이라,

딸이 미리 카네이션 바구니도 함께 주문했더라고요. 이 바구니는 당신 사진 밑에 둘거고요,

아름다운 꽃다발은 내일 당신을 만나러 갈 때 드리려고 준비한 거예요.

사실 저도 같은 생각으로 따로 꽃을 주문했는데,

우연히 딸과 마음이 통했나 봅니다.

그걸 보니, 우리 딸 마음속에도 당신이 깊이 자리하고 있단 걸 느꼈어요.



잠시 뒤, ‘띵똥띵똥’ 초인종 소리가 울렸고,

이번에는 제가 주문한 꽃이 도착했어요.

박스를 열어보니, 향기로운 꽃 한 다발이 예쁘게 담겨 있었지요.

꽃내음이 코끝을 간질이며 당신 생각을 또 불러왔습니다.


딸은 출근하는 날, 회사에서 미리 주문해 도착 날짜를 오늘로 지정해뒀더라고요.

회사에서 어버이날을 맞아 직원들에게 저렴한 꽃 사이트를 지정해 알려주었다네요. 회사에서 사전에 업체와 협의를 한 특별한 배려였나 봅니다.



덕분에 예쁜 꽃바구니를 아주 풍성하게 마련했지요.

그에 비하면 제가 준비한 꽃은 조금 왜소해 보이기도 했어요.

그래도 마음만큼은 둘 다 똑같았어요. 당신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이요.


꽃을 보며 당신 생각이 많이 났어요.

예전에도 꽃을 받으면 꼭 사진부터 찍고,

정성껏 꽃병에 꽂아두곤 했잖아요.

“꽃도 예쁘지만 나한테 더 잘 어울리지?”

하며 웃던 당신 모습이 선명히 떠오릅니다.

전 그 웃는 얼굴이, 꽃보다 더 좋았어요.


정숙씨,

이번에도 꽃을 보면 분명 예쁘다며 웃어줄 것 같아요.

당신은 늘 꽃처럼 따뜻하고 향기로운 사람이었으니까요.

꽃은 시들어도, 당신이 제게 남긴 사랑은 여전히 매일 피어나는 것 같아요.


내일 이 꽃들을 당신 곁에 놓아드릴게요.

그곳에서도 꽃을 좋아해 주었으면 해요.



빨간 카네이션은 꽃잎 하나하나가 곱게 피어 있었어요.

그 꽃을 당신 사진 아래에 놓아두고, 오래도록 바라보며 지낼게요.

꽃 위로 시선이 닿으면, 자연스레 그 위에 걸린 당신 사진도 마주하게 되겠지요.

참 따뜻하게 웃고 있는 당신 모습.

저는 늘 그 사진을 보며 당신을 떠올릴 거예요.


예전 같았으면 어버이날,

아들과 딸이 당신 가슴에 예쁜 카네이션을 달아주었겠죠.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겐 얼마나 아플까요.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그 마음속엔 말 못 할 슬픔이 담겨 있겠지요.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저도 편치 않았어요.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그것이 더 아프게 느껴지는 날이었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당신 덕분에 우리 모두 마음속에 따뜻한 꽃이 피었습니다.

내일 아들과 딸과 함께 당신을 만나러 갈께요.

잘 지내요. 안녕.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