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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그리움 위에 담근 김치 한 통

사랑하는 사람 없이 맞는 겨울 준비, 그리고 새로운 다짐

by 시니어더크

2024.12.2 (월) 흐림


보고 싶은 정숙 씨,

오늘 하루는 반찬을 만들며 보냈습니다.

아침 기온은 영상 10도였습니다.
포근했습니다.

하지만 밤이 되자 다시 쌀쌀해졌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이맘때가 되면
당신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함께한 시간이 자꾸 떠오릅니다.


며칠 전,
지난 김장 때 남은 양념으로
김치를 더 담그기 위해
고읍동 하나로마트에 다녀왔습니다.


배추 한 단, 무 두 개, 메추리알, 소고기를 샀습니다.
그곳은 당신과 함께 자주 갔던 마트입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당신의 기억이 따라왔습니다.


예전 같으면
천천히 걸으며 하나하나 구경했을 것입니다.


당신이 이것저것 살펴보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혼자 마트를 도니
허전하고 어딘가 모자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집에 와보니 냉장고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먹을 반찬이라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를 꺼내 깍두기를 담갔습니다.
무가 커서 한 개로도 충분했습니다.
남은 무는 아직 어떻게 쓸지 고민 중입니다.


장조림도 만들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참고했습니다.
맛은 자신 없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좋아하는 반찬이기에
저녁에 꼭 맛을 보게 할 생각입니다.


소고기, 메추리알, 꽈리고추, 마늘, 삶은 달걀을 넣었습니다.
당신이 옆에 있었다면
중간중간 간을 봐주었겠지요.
“좀 더 졸여야 해요” 하며 말했을 것입니다.


배추는 아침에 절여두었습니다.
저녁 7시가 되어도 덜 절여져 있었습니다.
소금을 적게 넣은 탓 같습니다.


절임배추를 사고 싶었지만
품절이었습니다.
생배추 세 포기 묶음, 망배추를 샀습니다.
가격은 7,600원이었습니다.
잘 산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늦어
그냥 버무리기로 했습니다.
두세 번 물에 헹군 뒤
김치를 버무렸습니다.


혼자서 한 시간가량 걸렸습니다.
작은 김치통 두 통 분량이 나왔습니다.


올해 김장으로
김치, 총각김치, 동치미, 깍두기까지
총 열 통을 담갔습니다.


이번 겨울은 반찬 걱정은 없겠습니다.
당신이 곁에 없다는 사실이
이럴 때마다 더 아프게 다가옵니다.


모든 일을 마치고 나니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당신처럼 성실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시 다짐해 봅니다.


그래서 경비 교육을 받기로 했습니다.
망설였던 일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떠오르면서
용기를 냈습니다.


당신은 새로운 일을 앞두고
언제나 담담했습니다.
그 모습이 떠올라
나도 배워보기로 했습니다.


교육을 마치고 나면
또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겠습니다.
늦은 나이지만
도전을 피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자야 할 시간입니다.
내일은 이른 아침에 나가야 합니다.


오늘 밤
당신의 꿈을 꿀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함께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날이 갈수록 더욱 느껴집니다.


당신이 남긴 말,
그 따뜻한 눈빛과 손길이
지금의 저를 지탱해주고 있습니다.


언제나 곁에서 힘이 되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정숙 씨, 잘 지내지요?
그곳에서도 평온하고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리움 가득 담아,
당신의 곁에 남은 사람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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