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속에서, 그리움은 더 짙어집니다
오늘도 봄비가 내렸습니다.
촉촉하게, 조용히, 마음을 적시듯 흩뿌렸습니다.
옷이 살짝 젖을 정도의 가벼운 비였지만,
쿠키는 산책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지난번 수술 부위가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아서
며칠은 더 드레싱을 받아야 한다고 하네요.
수의사 선생님이 상처 부위 사진을 보여주셨습니다.
새살이 조금씩 돋고는 있지만,
보기에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습니다.
선생님도 일주일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붕대를 계속 감고 있어서 회복이 더딘 모양입니다.
하지만 덜 아문 상처를 드러낼 수도 없으니
그저 조심스럽게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숙 씨가 그렇게 아끼던 쿠키입니다.
요즘 치료받느라 많이 힘들어합니다.
뛰지도 못하고, 가만히 누워 있는 모습이
참 안쓰럽습니다.
정숙 씨가 곁에 있었다면
쿠키를 조용히 안아 하루 종일 쓰다듬었겠지요.
“가엾다”, “얼른 나아야지” 하며
따뜻하게, 다정하게 바라보았을 겁니다.
정숙 씨는 누구보다 아픔을 잘 아는 분이니까요.
투병의 시간을 견디며
고통과 기다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몸소 체험했으니까요.
쿠키도 어느새 일곱 살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분양받았던 날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병원에서는 노령기라 하네요.
전에 키우던 해피가 열다섯 살까지 살았으니
쿠키는 딱 절반을 살아온 셈입니다.
사람 나이로 치면 마흔다섯이나 쉰 즈음,
이제 성숙하고 원숙한 시기를 살아가고 있지요.
저도 마흔이 되어서야 늦게 차장이 되었지만
그 시절이 가장 활발했던 때였습니다.
쿠키 역시 지금, 인생의 깊은 시간을
조용히 지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요, 정숙 씨.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정작 당신은 그런 시간들을
거의 병원에서 보내야 했잖아요.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누려야 했던 시기에
아픔과 싸워야 했던 삶,
곁에서 지켜보는 저도 매일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그럼에도 정숙 씨는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으려 애썼고,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챙겼습니다.
햇살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 집을 늘 환하게 밝혀주었지요.
오늘 오후엔 나쵸도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왼쪽 뒷발을 절뚝이며 걷지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더군요.
만지면 소리를 낼 정도로 아파했습니다.
캣타워에서 뛰어내리다 다쳤나 싶어
아들과 함께 급히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다행히 골절도, 혈전도 아니었습니다.
엑스레이를 보니
어릴 적부터 무릎인대가 비정상적인 구조였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로 인한 통증은 아니라고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며칠간 소염진통제를 먹이면 괜찮아질 거라 합니다.
진료비는 6만 5천 원이었습니다.
오늘은 그렇게 쿠키와 나쵸 때문에
병원에 두 번이나 다녀왔습니다.
딸아이는 아침 일찍 회사로 갔고,
저녁엔 팀 회식이 있어 늦게 들어온다고 했습니다.
저는 혼자 간단히 저녁을 먹고,
이렇게 정숙 씨께 편지를 씁니다.
그리고 이따가 브런치스토리에 들어가
좋은 글들을 천천히 읽어보려 합니다.
저도 정숙 씨께 쓴 편지를 가끔 올리고 있어요.
다른 작가님들이 제 글에 댓글을 달아주실 때면
조금은 위로받는 기분이 듭니다.
브런치에는 정말 좋은 글이 많습니다.
수필가도, 소설가도, 드라마 작가도 있고요.
책을 따로 사지 않아도
그들의 이야기를 마음껏 읽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날씨는 약간 후덥지근합니다.
그래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앉아 있습니다.
제가 원래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잖아요.
회사 다닐 때도
가장 먼저 여름옷을 입고
겨울옷은 늘 늦게 꺼내 입었지요.
기억하시죠?
한겨울 전기장판을 켤 때면
항상 정숙 씨 쪽만 따뜻하게 해 두고
제 쪽은 꺼두곤 했잖아요.
그랬던 제가 이제는
겨울보다 여름이 더 좋아졌습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차가운 계절이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정숙 씨도 겨울을 참 싫어했지요.
우리는 종종 이야기했어요.
“따뜻한 나라로 이민 가면 어떨까?”
그 말,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런 추억들이
이 밤에 불쑥 떠오릅니다.
정숙 씨,
지금 이 순간, 유난히 그립습니다.
곁에 정숙 씨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오늘처럼 조용한 밤,
함께 요리하고 웃으며
오래도록 이야기했을 텐데요.
그곳에서는 잘 지내고 있겠지요.
따뜻한 햇살이 내리고,
아픔도, 고통도 없는 곳이겠지요.
정숙 씨가 이 세상에서 다하지 못한 행복,
그곳에서는 꼭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그날이 오기까지
이곳에서 정숙 씨를 그리워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