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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둘에서 하나였던 날, 그리고 지금

혼자 남은 계절, 여전히 당신과 함께

by 시니어더크

사랑하는 정숙 씨,
오늘은 5월 21일이에요.
바로 부부의 날이지요.
둘이 하나가 되는 날이라고 해서 만들어졌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젠 그 말이 조금 쓸쓸하게 느껴져요.
제 곁에 당신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당신을 더 깊이 떠올리게 되는 날입니다.


오늘 낮엔 기온이 29도까지 올랐어요.
이 편지를 쓰는 이 시간에도 22도나 되니,
유난히 더운 날이었죠.
이러다 정말 여름이 시작되는 건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늘 얘기했잖아요.
봄은 금방 사라지고,
가을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고요.
그 말처럼, 올해 봄도 참 짧았네요.


오늘 저는 선풍기를 꺼냈어요.
창고 구석에 넣어두었던 것들을 꺼내
하나하나 조립해 방마다 놓았습니다.
거실엔 당신과 제가 함께 쓰던 선풍기를 뒀어요.
그 앞에 조용히 앉았습니다.
예전처럼 둘이 아닌,
이젠 저 혼자서만 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그 선풍기 앞에서
우리는 수박을 먹기도 했고,
말없이 앉아 바람만 쐬기도 했죠.
때론 아무 말 없
하루를 마무리하던 밤들이 생각나요.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당신이 누워 있는 그곳이 떠올랐어요.
햇살이 이렇게 뜨거운 날이면
대리석이 데워지진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겨울엔 차가웠을 그 자리,
지금은 또 얼마나 뜨거울까요.


하늘나라엔 사계절 내내
고요하고 따뜻한 햇살이 머물겠지요.
춥지도 덥지도 않은
완벽한 평온이 있는 곳.
그래도 저는 여전히
당신이 더울까 봐 걱정이 됩니다.


혼자가 된 오늘,
그 어떤 날보다도 이 말이 마음에 맴돕니다.
'부부'라는 말.
'둘이 하나'라는 그 의미가
이젠 저에겐 그리움으로 남았어요.


그래도 믿고 있어요.
당신과 나,
여전히 마음만은 하나라고.
몸은 떨어져 있어도
영혼은 여전히 함께라고요.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당신 곁을 서성이며 살아가는 날들이지만
이 마음조차도 저는 감사하게 여깁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했기에
이토록 오랫동안 그리워할 수 있는 거겠지요.


오늘처럼 당신이 더 생각나는 날이면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됩니다.
“정숙 씨, 잘 지내고 있지요?
오늘도 당신을 많이 그리워합니다.”


계절은 또다시 흘러가고
기억은 그 계절마다 다시 피어납니다.
그러니 부디,
그곳에선 언제나 따뜻하고 편안히 지내세요.


내 사랑, 내 아내.
내 마음속의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었던 당신.
오늘도 조용히 이 편지를 띄웁니다.
사랑은, 여전히 당신입니다.
그리고 내일도, 당신에게 편지를 쓸 겁니다.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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