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은 계절, 여전히 당신과 함께
사랑하는 정숙 씨,
오늘은 5월 21일이에요.
바로 부부의 날이지요.
둘이 하나가 되는 날이라고 해서 만들어졌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젠 그 말이 조금 쓸쓸하게 느껴져요.
제 곁에 당신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당신을 더 깊이 떠올리게 되는 날입니다.
오늘 낮엔 기온이 29도까지 올랐어요.
이 편지를 쓰는 이 시간에도 22도나 되니,
유난히 더운 날이었죠.
이러다 정말 여름이 시작되는 건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늘 얘기했잖아요.
봄은 금방 사라지고,
가을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고요.
그 말처럼, 올해 봄도 참 짧았네요.
오늘 저는 선풍기를 꺼냈어요.
창고 구석에 넣어두었던 것들을 꺼내
하나하나 조립해 방마다 놓았습니다.
거실엔 당신과 제가 함께 쓰던 선풍기를 뒀어요.
그 앞에 조용히 앉았습니다.
예전처럼 둘이 아닌,
이젠 저 혼자서만 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그 선풍기 앞에서
우리는 수박을 먹기도 했고,
말없이 앉아 바람만 쐬기도 했죠.
때론 아무 말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던 밤들이 생각나요.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당신이 누워 있는 그곳이 떠올랐어요.
햇살이 이렇게 뜨거운 날이면
대리석이 데워지진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겨울엔 차가웠을 그 자리,
지금은 또 얼마나 뜨거울까요.
하늘나라엔 사계절 내내
고요하고 따뜻한 햇살이 머물겠지요.
춥지도 덥지도 않은
완벽한 평온이 있는 곳.
그래도 저는 여전히
당신이 더울까 봐 걱정이 됩니다.
혼자가 된 오늘,
그 어떤 날보다도 이 말이 마음에 맴돕니다.
'부부'라는 말.
'둘이 하나'라는 그 의미가
이젠 저에겐 그리움으로 남았어요.
그래도 믿고 있어요.
당신과 나,
여전히 마음만은 하나라고.
몸은 떨어져 있어도
영혼은 여전히 함께라고요.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당신 곁을 서성이며 살아가는 날들이지만
이 마음조차도 저는 감사하게 여깁니다.
오랜 시간을 함께했기에
이토록 오랫동안 그리워할 수 있는 거겠지요.
오늘처럼 당신이 더 생각나는 날이면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됩니다.
“정숙 씨, 잘 지내고 있지요?
오늘도 당신을 많이 그리워합니다.”
계절은 또다시 흘러가고
기억은 그 계절마다 다시 피어납니다.
그러니 부디,
그곳에선 언제나 따뜻하고 편안히 지내세요.
내 사랑, 내 아내.
내 마음속의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었던 당신.
오늘도 조용히 이 편지를 띄웁니다.
사랑은, 여전히 당신입니다.
그리고 내일도, 당신에게 편지를 쓸 겁니다.
기다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