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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주일 예배를 드리며, 당신을 떠올렸어요

하늘 예배당에서 당신도 예배드리고 있겠지요

by 시니어더크

2025.5.25. (일) 맑음


나의 사랑 정숙 씨.

오늘은 주일이었어요.

하지만 어제 우려했던 것처럼 결국 교회에 가지 못했답니다.

몸이 무거웠고,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었지요.

뻐근하고 지쳐서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겨우 일어나 세수만 하고, 영상예배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당신과 함께 드리던 영상예배가 생각났어요.

코로나 때부터 시작했던 영상예배를 틀어놓고

우리는 주일이면 늘 함께 식탁에 앉아서 예배를 드리곤 했었죠.


그러나 오늘은 예배영상이 안보였습니다.

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아무리 찾아봐도 영상은 없었어요.

그동안 꾸준히 올라오던 예배 영상이 끊긴 모양이에요.

속장님이 바뀌어서 그런 걸까요.

아쉽고 허전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우리가 다니던 교회 사이트를 찾아 들어갔어요.

그 교회는 당신과 제가 25년 넘게 함께 섬기던 곳이었잖아요.

다행히도 주일 예배 영상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화면을 보는 순간, 마음이 뭉클해졌지요.

오랜만에 그 교회의 찬송가와 기도 소리를 들은 겁니다.


그 시절의 우리가 선명히 떠올랐어요.

그때의 담임목사님은 이미 은퇴하셨고,

이제는 새로운 목사님이 말씀을 전하고 계셨습니다.

정숙 씨도 익히 알고 계시지요?


장로님들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권사님이었던 분들이 지금은 장로님이 되었고,

예배 시간에 단상에 올라 단정히 기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대표기도를 하면은 모두가 쥐 죽은 듯 고요했었지요.

모든 성도들이 숨을 죽이고 조용히 제 기도에 귀를 기울였지요.


기도가 끝나고 내려오면 많은 성도님들은 어쩌면 그렇게 목소리가 좋으냐,

우리 교회에서 제일 목소리가 좋다며 난리를 치었죠.

저는 기도를 잘 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목소리 때문이라니...

실망을 했어요. 하지만 하나님은

제 진심이 들어간 기도를 충분히 들어주셨으리라고 믿었지요.


저만 그런가요. 정숙 씨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잖아요.

형부의 친형님이 KBS 방송국 보도국장일 때 좀 더 일찍 정숙 씨를 만났다면

확실하게 성우를 시켜 줬을 텐데, 아쉽다고 했지요.

왜 성우는 나이 들면 안 되나? 내심 저는 아까웠지요.


우리도 만약 그 교회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저도 장로가 되어 있었겠지요.

재정 일을 맡으며 봉사하고 있었을 거예요.

권사로서 상당히 오랫동안 재정과 감사로 거의 재정에 관한 일만

봉사했었으니까요.


당신과 함께 예배당을 오가던 시간이 그립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우리는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때부터 우리의 신앙생활도 바뀔 수밖에 없었고요.

공기 맑고 물 좋은 곳을 찾아 우리는 살림을 옮겼고,

우리는 새로운 교회에도 적응을 해야 했어요.


오늘 예배에서는 낯익은 얼굴이 보였답니다.

예전에 속회예배를 함께 드리던 이 권사님이 대표 기도를 하셨어요.

이제는 장로의 직분으로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거지요.

기도를 들으며 눈을 감았습니다.


당신이 떠올랐습니다.

몸이 힘들어 누워 있으면서도

주일이면 일찍 일어나 꼭 말했지요.

“아빠, 교회 가야죠.”

당신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오는 듯합니다.


마음은 늘 예배당에 가 있었던 당신.

그 믿음을 저는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런 당신의 마음을 아셨던 건 아닐까요.

이젠 하늘나라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을 당신.

이 땅에서 보다 더 가까이,

하나님 곁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을 거라고.


정숙 씨.

오늘은 특별히 부탁드릴게요.

저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당신이 없는 빈자리에 머무르지 않게 해 주세요.

매일을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늘에서 응원해 주세요.


우리의 꿈, 기억하시나요.

아들, 딸을 좋은 인연에 보내고

손주를 안아보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전에 당신이 떠났습니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어요.

많은 이들이 결혼을 늦게 하는 세상으로 생각이 바뀐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예외는 아닌가 봅니다.

딸은 현재 누군가를 만나고 있긴 해요.

자주 만나는 걸 보니 마음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아직 저에게 소개를 해주지는 않는군요.

그 마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한 가지 걱정이 있어요.

결혼 준비는 대개 엄마와 함께하잖아요.

딸이 당신 없이 그 시간을 맞이한다면 얼마나 외롭고 슬플까 말이죠.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잖아요.

엄마로서 해주어야 할 일이 있는 것이고,

당신처럼 다정하게 챙겨주기도 어려울 것이니까요.


예배 얘기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교회와 가족 이야기로 길어졌네요.

그래도 당신과 이렇게

오래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당신이 다니던 마지막 교회,

지금은 영상이 없어 아쉽지만

가급적이면 매주일만이라도 직접 나가야 되겠죠.

그렇게 되더라도 교회 사이트는 개선을 많이 했으면

좋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정숙 씨.

오늘도 이렇게 당신과의 대화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내일 밤에도 다시 만나기로 해요.

그때는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요?

그리운 당신.

편안히 잘 쉬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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