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빈자리에 머무는 소망
오늘부터 며칠간 올리는 글은 지난 2024.12.8일 ~ 2025.5.19일까지의 편지입니다.
이 편지를 "정숙 씨에게 보내는 편지" 매거진에 올려놓겠습니다.
2024.12.8 (일) 맑음
사랑하는 정숙 씨,
오늘은 주일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목욕을 마치고 교회에 다녀왔습니다.
이제 겨울이 본격적으로 찾아온 것 같아요.
낮에도 찬바람이 불며 쌀쌀하더군요. 당신과 자주 걸었던 그 길을
이번에도 혼자 걸었습니다.
집 앞 정류장에서 80번 버스를 타고 교회에 도착했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허전함이 가득했습니다.
당신의 빈자리가 내 마음을 더 춥게 만들었나 봅니다.
오늘은 대림절 두 번째 주일이었습니다.
주님께서 이 땅에 오셨던 것을 기억하며 다시 오실 날을 기다리는
절기라고 하더군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지내는 시기라니,
그 말이 참 마음 깊이 와닿았습니다. 당신과 함께 대림절을 보내며
기도하던 그 시간이 떠올랐어요.
당신 손끝의 따뜻함, 당신 눈가의 미소가 너무나 그립습니다.
예배를 마친 뒤 속장이신 박 권사님과 찬양을 인도하시는
남편 이 권사님과 셋이 교회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메뉴로 카레가 나왔는데, 당신이 좋아했던 음식이라서인지
한순간 당신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함께 나누던 따뜻한 말 한마디, 웃음소리가 그리워지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1층 카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장로님과 권사님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지요.
우리가 늘 앉았던 자리, 여전히 그대로였습니다.
그리고 그 커피 값도 여전히 한 잔에 1000원이더군요.
하지만 그 자리에 당신이 없으니 커피의 따스함조차
온전히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당신과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커피를 마시던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전 예배는 무사히 지나갔지만,
오후 예배 중에는 감정이 북받쳐 더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목사님께서 설교 중에 당신 이야기를 꺼내셨거든요.
병상에서도 기도에 헌신하며 끝까지 소망을 놓지 않았던 당신의 믿음을
회상하는 말씀에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당신이 내 옆에 앉아 찬송가를 부르던 모습이 어찌나 선명히 떠오르던지요.
하지만 이제 그 자리는 비어 있습니다.
그 빈자리를 바라보는 순간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길은 참으로 쓸쓸했습니다.
한없이 멀고 고독하게도 느껴졌고요.
차가운 겨울바람이 내 몸을 스쳐갔지만,
그보다 더 차갑고 쓸쓸한 것은 당신이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더 허전함이 몰려왔습니다.
당신이 앉았던 소파, 당신이 만지던 물건들, 당신이 남긴 흔적들은
모두 그대로인데, 당신만 곁에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견디기 힘들더군요.
대림절은 주님의 빛과 소망을 기다리는 시간이라지요.
정숙 씨, 나는 당신이 남긴 사랑과 기도, 그리고 믿음을 붙들며
하루하루를 견뎌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남긴 따뜻한 기억이 내 삶 곳곳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당신이 없지만, 당신의 사랑은 내 마음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어요.
오늘도 당신을 떠올리며 소망을 품고 기도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당신이 내 곁에서 조용히 미소 짓고 있는 듯 느껴지네요.
당신과 함께했던 그 모든 순간이 내게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보물이었습니다.
당신이 가르쳐 준 소망을 붙잡고 이 겨울을 이겨내겠습니다.
언제나 당신을 사랑하는 남편이
이 편지를 당신께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