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시간, 지워지지 않는 이름
2024.12.10(화) 맑음
사랑하는 정숙 씨,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스물일곱 날이 지났습니다.
한 달이 가까워졌는데도, 여전히 당신이 내 곁에 있는 것만 같아요.
당신이 그저 이웃에 있는 친구네 집에 잠시 놀러 간 것처럼 느껴집니다.
늘 친구 집에 갈 때마다 당신은 "내가 전화하면 데리러 와~"라고
말하곤 했죠.
그러면 나는 기쁜 마음으로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당신을 데리러 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일이 없겠지요.
아무리 내 마음이 부정하고 싶어도, 당신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을 것이고,
내가 당신을 데리러 갈 일도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당신이 떠나는 모습을 내 두 눈으로 확인했는데도,
당신 없는 세상을 받아들이는 일이 이렇게 힘들지 몰랐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내가 혼자라는 사실이 점점 더 실감 나겠지요.
그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서러움이 밀려오겠지만, 그래도 살아가야겠지요.
이제 나의 남은 생은 오직 아이들을 위한 삶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낳고 사랑으로 키운 아들과 딸이 슬픔을 딛고
앞으로 자신들의 길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하니까요.
나는 요즘 교회에 갈 때마다 아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 주시고, 그들의 앞길을 평탄한 길로
인도해 주세요." 이 기도가 지금 내 유일한 바람입니다.
정숙 씨도 하늘에서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해 주세요.
당신의 따뜻한 마음이 아이들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늘은 당신과 함께했던 많은 기억들이 떠오르는 하루였습니다.
시청 차량등록과 에 가서 우리가 함께 소유했던 차의 공동 명의에서
당신 이름을 빼는 서류를 처리했습니다.
당신과 함께 이 차를 타고 여행도 다니고, 병원도 자주 다녔던 기억이
생생해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내가 운전할 때 당신이 힘든 와중에도 손을 들어 간식을 건네주던
그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났습니다.
우리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휴게소에 들러 군것질하는 걸 얼마나 좋아했는지요.
당신과 나는 여행을 좋아했기에 마음이 잘 맞았었지요.
오늘, 그 차에서 당신 이름을 빼야 한다는 현실이 참 슬펐습니다.
시청 일을 마친 후에는 국민연금공단에 가서 당신이 받던 연금을
중단하는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정리할 때마다 당신 없는 세상이
더 실감 나고 마음이 아파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쿠키와 함께 덕계공원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쿠키는 여전히 당신을 기다리는 것 같았어요. 내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산책하자고 애원하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저녁에는 아이들을 위해 카레를 만들어 놓고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지금은 밤 10시,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정숙 씨, 나는 요즘 매일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이렇게 글을 쓰며 당신과 대화하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당신이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앞으로도 매일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당신이 없는 시간들이
고독하고 어렵지만,
이렇게라도 당신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며 하루를 살아갑니다.
오늘 밤도 당신이 하늘에서 평안하길 기도합니다.
내일 또 편지를 쓸게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는,
남편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