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줄만 알던 어떤 것처럼

by 현덕


"수박씨를 삼키면 뱃속에서 수박이 자란대."


누군가 했던 그 말을 어린 나는 곧이곧대로 믿어 작은 손끝으로 붉은 과육을 한참 후벼파곤 했다. 내 안에 식물의 것이 들면 정말 자라나는 줄만 알던 때가 있었다.

언젠가 나뭇결을 쓰담다가 손에 가시가 박힌 적이 있다. 찢어진 손끝이 따끔한데 당장 손톱이 짧아 박힌 것을 뽑아내지 못했다. 얼마 후 상처가 아물자 살갗에 묻힌 가시는 이제 작은 점이 되어버렸다. 무심코 손끝을 매만지면 옛 농담이 떠오르곤 했다. 나무의 것이 들었으니 내게 나무가 자라지 않을까 하는.

언젠가 박혔던 아픈 조각도 그러할까. 오래 지나니 역시 작은 점이 되었는데. 사랑하지 말라는 누군가의 말을 곧이곧대로 여겨 한동안 후벼파내었던 내게, 이미 들어버린 사랑의 것은 언젠가 다시 자라지 않을까 하는. 이따금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수박씨를 삼키면 뱃속에서 수박이 자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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