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봄
언제부턴가 비 맞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습니다. 우산은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었고요. 결국 흠뻑 젖을 거면서 날씨는 왜 확인했나 몰라요. 그러게 우산 챙기어 다니라니까 하고 잔소리 듣거든 젖은 머리나 툭툭 털며 멋쩍게 웃기도 했습니다. 우산이 있는데 비를 맞는 사람이 어디 저 하나뿐인가요? 들고 마중 나오지 그랬어요. 하여간 말도 참 더럽게 안 듣지요?
봄비가 내렸습니다. 우산은 당연하게 챙기지 않아서 또 흠뻑 젖었고요. 결국 또 한소리 듣고도 나는 뭐가 좋아 웃었나요. 비릿한 비 냄새가 좋다고 해볼까요. 신경 써줘 고맙다고 할까요. 나 이런 날엔 술 생각을 자주 했는데 웬일인지 생각이 없었고요, 대리만족하게 일부러 먹으라면 그게 골려주고 싶어 혼자선 안 먹을 겁니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다가도 꼭 하라면 이것 봐, 나 또 안 해요. 다정할 땐 한껏 겁내다가도 쌀쌀맞거든 그제야 더욱 좋아하고 싶은 것처럼 말이에요. 이런 청개구리 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