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말수가 적다가도 가끔은 앙칼진 소리를 내뱉기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는 날카롭다가도 흐리멍덩한 눈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기도 한다. 어설프게 그루밍하기를 좋아하고 하늘을 올려다보기를 좋아한다. 요새는 부쩍 외로움이 밀려오면 내색 없이 몸을 둥글게 말았다가 현관문으로 외로울 누군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린다. 야옹. 조심스레 울어본다.
비염도 심한 놈이 무슨 고양이를 키우냐더라. 글쎄. 단지 예쁘기만은 아니었는데. 나도 모르게 이끌려버린 마음이려나. 녀석들과 함께한 지가 벌써 오래도 되었다. 이제 가끔은 인간처럼 보일 때가 있는데 아니 실은 내가 그들이 되어버린 것일 테다. 더는 코도 간지럽지 않을걸 보아하면. 매일 나를 핥는 바람에 그들 무언가가 피부 깊숙이 스며든 것이 분명하다. 아님 전생이라던가.
고양이가 비교적 외로움이 적다는 말을 누가 했는지 궁금하다. 당신이 그것을 어찌 아느냐고 되묻고 싶다. 그게 아닌데.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데. 표현할 줄을 몰라 조용히 삼켜냈다가 무리 지어 뒤엉켜 잠드는 우리인데.
외로운 우리는 바란다. 저 문이 열리기를. 뜬눈을 비비고서라도 달려 나갈 수 있기를. 당신 또한 외로울 테니 온몸 부비며 나를 가득 묻힐 수 있기를. 당신 위해 준비했다며 깜짝 놀랄 것을 물어다 주고 말똥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당신 손길 한 번에 그르릉소리 내었다가 당신 무릎 맡에 포근하기를. 외로운 당신과 외로운 우리가 서로 무리 지어 뒤엉켜 사랑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