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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최악의 간병사 대처법

친정엄마의 2017~2018년까지 요양병원이야기 (2018년에 운명)

by 데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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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의 일부 간병사들은 청결이나 환자를 다룰 때 몰지각한 말과 행동들도 했다. 나는 그 당시 사교육을 하고 있어서 오전에 주로 갔고, 어쩌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 오후에 방문하기도 했다. 다른 세 분의 환자 보호자들도 있을 건데, 내가 갔을 때 마주친 경우는 드물었다. 나는 평일, 휴일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평균 주 4~5 회는 병원에 방문을 했다. 간병사들이 보호자가 있는 상태에서도 눈에 거슬리는 언행들을 하는데,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엄마의 표정이나 컨디션이 간병사의 태도에 따라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해도 컨디션이 안 좋아질 수는 있다.

엄마가 입원한 지 몇 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번에는 덩치도 있고, 여장부 스타일의 간병사가 와 있었다. 간병하는 일이 육체적으로 만만찮은 일인데 그 분은 힘들지 않게 일을 할 것 같아서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간병을 받아야 되는 할머니같은 분이 왔을 때는 그 분이 힘들까봐 엄마보다는 간병사를 걱정해야 했다. 처음 온 분들에게 항상 고개 숙여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한다. 요양병원에서는 간호사들보다 간병사들이 환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침 병실에 방문을 했는데, 엄마 침대로 가까이 가니, 왠지 냄새도 났고, 침대 커버는 얼룩도 묻어 있었다. 옷 소매도 두어겹 걷어 있었다. 옷 소매를 풀어보니 국물이 묻었는데 그게 말라 있었다. 아마도 혼자 밥을 먹으면서 옷 소매가 국물에 닿은 것 같았다. 그래도 간병사에게 특별한 말은 하지 않고, 간호사에게 얘기해서 침대 커버와 환자복을 달라고 했다. 보호자가 간병사에게 이것저것 요구하면 나중에 환자에게 안 좋은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기저귀를 갈 때 옆에서 봤는데, 큰 볼일을 봤을 때, 여자는 앞에서 뒤로 닦아야 된다. 안 그래도 면역력이 약한 환자가 대장균에 감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뒤에서 앞으로 닦았다. 뒤처리도 물티슈로 두어번 쓱 닦는 게 끝이었다. 노인도 아기 기저귀 갈 때처럼 위생적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대충 물티슈로만 했다. 휠체어에 앉힐 때도 짐을 의자에 놓듯이 했다. 내가 옆에 있는 상태에서도 그렇게 했다. 평소에 내가 병원에 들리면 간병사가 하는 일을 내가 직접 다 한다. 휴일에 다른 형제들이 왔을 때는 같이 목욕을 시키기도 했다. 간병사들이 목욕을 자주 시켜주지는 않았다.


엄마가 양치가 끝나자, 간병사는 컵이랑 받침대를 화장실로 가지고 갔다. 화장실 문이 열려 있었는데 우연히 화장실을 보니 걸레로 사용하는 1회용 물티슈가 세면대 안에 틀니와 함께 담궈져 있었다. 틀니 전용 칫솔이 있는데 물티슈로 대충 헹궈내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기급했지만 말을 하려다가 어차피 내가 안 본 상태에서 그렇게 해 왔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못 본 채 했다. 그 날 바로 간호사에게 모든 상황을 얘기하며 간병하는 위생상태를 점검해 달라고 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목격했을 때 너무 비상식적인 건 얘기했어야 했는데, 나의 개인적인 성격도 한몫 한 것 같아서, 약간 후회가 되었다. 다른 형제들에게 그 상황을 얘기했더니,

그 때는 간병사에게 바로 얘기를 하는 게 맞았다고 했다.


그 간병사는 엄마에게 상처도 많이 주고, 심지어 내가 다른 할머니들에게도 나눠줄 간식을 적게 가져온다고도 했다. 가끔씩은 많이 가져갈 때도 있고, 집에 몇 개 남아있는 과일을 가져갈 때도 있다. 일주일에 4~5일을 가면서 매번 다른 할머니들 간식까지 많이 가져갈 수도 없었는데 그런 얘기까지 했다. 또 내가 냉장고 문을 열어 감시한다며 나의 뒷담화를 엄마에게 하기도 했다. 냉장고를 보고 뭐가 필요한지 확인하는 거였는데 그렇게 악담을 했다.


병원에서는 그 간병사가 다른 병실에서도 환자나 보호자들이 말이 많다며 그만두게 할거라고 했지만, 간병사 인력 수급 부족으로, 또는 그 간병사는 체력이 좋아서 체중이 많이 나가는 환자들을 돌보는데 필요하기도 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그 간병사를 한동안 계속 일을 하게 했다.

그러나 나쁜 간병사보다는 좋은 간병사들이 더 많았다. 간병사들이 엘리베이트에서 주고받는 말을 들었다.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은 간병사를 꺼려해서 대부분 나이 든 사람들이고, 조선족이 아니면 간병할 사람이 없는가봐. 중국인들은 완전 딱이지. 병원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돈도 많이 받으니까."


그 요양병원에는 간병사들에게 친절 인센티브 차원에서 친절한 간병사로 추천을 하면 포상제도도 있었다. 그만큼 간병사의 친절을 위해 병원에서도 시스템을 마련해 놓았지만, 최악의 간병사도 있었다. 간병사 개인의 성향은 어쩔 수가 없기 때문에 결국 간호사와 보호자가 환자의 상태를 자주 세밀하게 점검해서, 제대로 간병 받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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