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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간병사가 웃으니, 엄마도 웃었다

친정엄마의 2017~2018년 요양병원이야기(2018년에 운명)

by 데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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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장기간 부모를 돌본다는 게 힘들다는 얘기다. 엄마의 요양병원 이야기를 올리면서 간병사의 안 좋은 이미지를 올렸는데, 그런 분들은 일부다. 대부분이 간병사 교육을 제대로 받고, 어르신들을 정성껏 돌본다. 자식들이 못하는 일, 그분들이 해 주니 감사할 뿐이다.


엄마는 식사 때나, 물리치료실에 갈 때 외에는 거의 누워서 지냈다. 그 병원은 오전에 1시간, 오후에 1시간 두 번을 물치치료를 해 주었는데, 양 한방을 함께 치료해주었다. 물리치료실에 갔다오면 조금 피곤해서 누워있는데, 내가 갈 때마다 휠체어에 앉혀서 산책을 시켜 주었다.


정신은 멀쩡한데 하루아침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에서 얼마만큼의 좌절과 절망을 느꼈을지, 나는 가늠할 수 없었다. 다만 엄마의 표정, 말투, 목소리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걸 보면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듯 했다. 그래도 정말 따뜻하게 정성을 다하는 간병사의 돌봄을 받을 때는 기력이 조금은 살아나는 듯 했다.


간병사의 따뜻함이란 대단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엄마가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눈을 맞추며 말 한마디라도 더 건네면서 웃어줄 때 엄마도 따라 웃었다.


어떤 간병사는 정말로 내 가족같이 정성을 다해주었다. 화장실도 늘 깨끗했고 환자들의 기저귀를 자주 갈아주니까 병실에 냄새도 안 났다. 엄마의 기저귀를 갈아줄 때도 큰 볼일을 본 뒤에는 깨끗이 닦은 다음에 다시 스프레이를 뿌려서 씻어주었다. 그런 후 다시 물티슈로 물기를 닦은 다음에는 파우더까지 발라 주었다. 엄마가 식사할 때에도 움직이지 못하는 왼쪽팔은 배게를 받쳐주면서 조금이라도 편안한 자세로 밥을 먹을 수 있게 해주었다.


양치질을 시킬 때도 일반적으로는 양치컵에 물을 한 번 받아서 양치질 후, 몇 번 헹구면 그게 끝이었는데 그 분은 양치 컵에 두 번째 물을 받아서 최대한 입을 깨끗하게 헹궈 주었다. 그래서 아예 큰 플라스틱 병을 준비해서 양치할 때 여러 번 헹굴 수 있도록 준비해주었다. 처음 입원했을 때 진작 그렇게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게 아쉬웠다. 화장실에는 개인 물컵에 치약과 칫솔이 담겨 있는데, 물 한 컵과, 대야를 준비해서 그 한 컵의 물로 양치질을 시켰던 게 나의 시행착오였다.


"조금만 더 먹자. 옳지!, 아이구 맛있게 먹네."

간병사는 입맛을 잃어가며 기력까지 쇠약해져 가는 엄마에게 식사를 많이 할 수 있도록 반찬을 밥숟가락에 올려주며 어떻게든 먹이려고 애썼다. 엄마는 아기처럼 밥을 받아먹으며 씩 웃기도 했다. 엄마 빨래를 내가 가져와서 세탁 후 갖다 드리는데, 메리야스를 직접 빨아서 입히기도 했다.


목욕도 일주일에 한 번은 시켜주었는데, 가능하면 우리 자매나 올케가 갔을 때 샤워실의 병원 목욕침대에서 목욕을 시켜주었다. 말끔하게 씻겨서 옷을 갈아입히고, 휠체어에 태워 산책을 데리고 나오면 엄마의 표정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 곳은 병원 뒤가 산이어서 공기도 좋은 편이고, 산책로의 전망도 좋았다. 산책을 하면서 옛날에 엄마와 즐거웠던 시간들을 소환하면 기억이 조금씩 희미해져 갔다. 따뜻한 봄날 팔순 기념으로 제주도에 갔던 것은 기억했다. 어르신들이 아직 심신이 건강할 때 가까운 곳에 자식들과 편안한 여행을 자주 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았다. 우리는 고작 칠순기념, 팔순기념때만 여행을 모시고 갔다. 시골에서 농사만 짓는 엄마는 여행을 안 좋아하는 줄 알았다.


이렇게 가장 따뜻하게 해 주는 이는 역시 한국인 간병사였다. 알고보니 내가 다니는 성당의 신자였다. 가톨릭 신자로서 참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뿜는 것 같았다. 신자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며 비신자들이 가톨릭에 갖는 이미지가 좌우되는 것 같다.

"저도 친정 어머니를 10년 동안이나 돌봤어요. 마지막이나마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야죠. 여기 계신 분들은 몸도 아프지만, 마음까지 같이 아파요. 거의 애기가 되죠. 우리가 엄마처럼, 또는 내 엄마처럼 돌봐드리는 거죠."

내가 간병사에게 어떻게 그렇게 제 부모처럼 돌보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이렇게 누워있는 어르신들은 간병사들이 얼마나 따뜻하게 해 주느냐에 따라서 병세의 호전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 말은 맞는 것 같았다. 그런 사소한 보살핌들을 보면서 진정으로 환자를 간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자식들이 못하는 일을 그분들이 해 주어서 감사할 뿐이었다.



*한 줄 요약: 간병사가 진심으로 어르신들에게 정성을 다할 때, 환자의

컨디션도 좋아지고 기분도 좋아진다.


*요양병원 돌봄 팁: 침대에서 양치질 할 때- 컵 이외에 입을 헹굴 수 있는 여분의 물통과 양칫물을 뱉어내는 세숫대야, 작은 물수건이 필요하다. 틀니는 틀니 전용 치약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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