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의 2017~2018 요양병원 이야기 (2018년에 돌아가심)
엄마는 첫 입원했을 때는 재활에 정말 열심이었다. 약도 먹고 물리치료도 열심히 하면 일어설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같은 병실의 할머니들과도 잘 어울리며 식사도 잘했다. 기저귀를 찬 상태에서 큰 볼일 볼 때는 화장실에서 처리했다.
처음에는 엄마는 왜 자신이 이렇게 되었는지 삶을 뒤돌아보는 모습이었다. 1년쯤 지나자 간병사들이 화장실에 앉히는 게 너무 힘들다며 기저귀에 볼일을 보도록 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엄마는 그게 너무 싫었는데 간병사에게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정신은 멀쩡한데 스스로 움직일 수도, 볼일을 볼 수도 없다는 사실이 절망감과 함께 수치심까지 느끼지 않았나 싶다. 인간의 가장 낮은 의식 레벨이 수치심이다.
그래서 우리가 갈 때마다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게 했다. 그때 병원 측에 간병사가 엄마 대변을 화장실에서 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했어야 했는데, 그게 아쉬웠다. 자꾸 이것저것 요구하면 엄마에게 잘 못할까 봐 끝까지 요구하지 못했다.
이런 문제들이 누적되면서 엄마는 서서히 삶의 의욕을 잃어갔다. 아이든 노인이든 스스로 존엄성을 잃어버릴 때 삶의 의지도 놓는 것 같았다.
입원할 당시에 마주 보는 할머니와 말도 잘 통해서 이런저런 얘기도 주고받았다.
“친구야, 다 나으면 맛있는 회도 먹으면서 놀러 다니자.”
고 했는데, 그 할머니가 갑자기 다른 병실로 가면서 엄마는 친구를 잃어버린 듯했다. 새로운 할머니가 입원하면서 성격이 공격적이었다. 엄마에게 말로 시비를 거는 듯했다.
그 할머니에게 말로써 타이르기보다는 엄마와 잘 지내라고 먹을 것도 주었지만 별로 소용없었다. 엄마를 다른 병실로 옮겼어야 했는데, 그냥 할 수 없이 그 병실에 머물게 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엄마의 병실을 옮기려고 하다가 다른 병실에 가도 어차피 그런 할머니들이 있을 수 있어서, 그 병실에 그대로 머물렀다. 그래도 당장 소나기는 피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간병사의 차가운 태도, 약간 노인성 치매를 앓으면서 주변을 괴롭히는 병실의 할머니 등으로 차츰 우울증이 발병했다. 밤에 잠을 깊게 못 자서 수면제도 처방이 되었다. 나중에는 무기력과 체념,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갈 때마다 유언 같은 말들을 하거나, 돌아가신 아버지가 왜 빨리 데려가지 않는지 살아있는 자체가 고통스러운 일로 느끼는 것 같았다.
사람을 존중하고, 웃는 얼굴로 대하며 배려하는 태도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 준다. 노인이 되기 전에 성숙한 모습으로 늙어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시간이었다.
내 주변에도 늘 불만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호통치고, 지적하며 핀잔을 주는 성격이 있다. 아직 중년일 때, 자신의 모습을 보며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부정적 성격은 결국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나면서 연화장애까지 왔다. 먹는 걸 제대로 못 먹으니, 급속도로 살이 빠지고 근육도 빠지기 시작했다. 2년이 다 되어갔을 무렵에는 거의 가죽만 남았다.
* 한줄 요약: 요양병원에 있는 어르신들의 존엄성을 지켜주어야 한다.
매일 매 순간 접하는 간병사와 함께 입원한 할머니들의 태도에
따라 마음 상태가 좌우되었다. 보호자가 자주 들려서 이런 상황들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