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의 위해 숙제라도 독서를 하는 딸들
남편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독서를 하려고 한다. 작은 아이는 핸드폰과 함께 잠이 들었는데, 이제는 책장에 꽂혀있던 책을 책상에 두었다. 늦깎이 대학생활을 하며 가끔씩 책을 읽었지만, 끝까지 읽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동안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사피엔스, 스티브잡스 등의 두꺼운 책들은 책장에 장식용처럼 보였다. 그런 책들을 읽을만한 문해력은 되었지만 핸드폰의 유혹이 더 강렬했다.
큰 아이는 직장생활을 하며 파워블로그도 운영했다. 퇴근해서 업무 관련 공부를 하거나 블로그를 작성했다. 그래도 가족 독서토의를 한다고 하니까 숙제처럼 책을 읽었다. 마음을 먹으니까 몇 시간 만에 책을 다 읽었다.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갔을 때 어려운 전공과목도 문해력이 있으니 공부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아이들의 문해력은 어렸을 때 읽었던 독서에서 형성되었다.
큰 아이와 작은 아이는 연년생으로 아이들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무렵부터 도서관에 데리고 다녔다. 그림책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작은 아이는 업고, 큰 아이는 유모차에 태워서 마을도서관까지 20분 정도 걸어서 갔다. 작은 마을 도서관은 바닥에 아기들도 놀 수 있도록 푹식한 자리를 깔아놓아 놀면서 좌식 책상에서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들은 한글을 전혀 모르지만 구연동화로 책을 읽어주고 그림을 보면서 책 내용을 들었다. 작은 아이가 졸리면 한편에서 잠시 아이를 재우기도 했다.
책 읽기가 일상인 아이들에게 집에서 우유팩을 활용해 한글 카드를 만들어서 한글을 가르쳤다. 한글 학습지를 다 하고 나서 그림을 오려 붙여 만든 카드였다. 통글자, 단문장, 장문장 등으로 점차 늘려갔고, 벽과 옷장은 아이들의 한글놀이 게시판이었다. 큰 아이가 아직 정확한 발음이 안 되는 시기에 한글을 다 익혔다. 한글을 알게 되자 한 살 어린 동생에게 글자를 알려주었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있으면 아이들은 심심하니까 책의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투비나 (수빈아) 타가(사과) 해바"
"타가(사과)"작은 아이가 사과 발음을 '타가'라고 하니까, 큰 아이는 자신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작은 아이에게 거듭 '사과'라는 발음을 듣기 위해 또 '타가'라고 알려주었다. 그래도 동생이 '타가'라고 계속 말하니까 나중에는 울면서, "타가란 말이야. 타가. "라며 앙 하고 울어 버렸다. 동생이 '사과'라는 발음을 안 하고 자꾸 '타가'라고 했기 때문이다. 큰아이는 본인이 '사과'라고 발음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아이들이 일찍 책을 접하면서 초등학교 때까지는 책을 많이 읽었다. 내가 독서논술 공부방을 하면서 우리 집에는 아이들이 읽을 책이 넘쳐났다. 중고등학 때는 학원을 다니고 숙제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많지 않았다. 대학입학을 위한 공교육 사교육은 아이들에게 독서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정작 중요한 건 시험대비를 위한 이론 공부가 아니라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배우는 독서인데 우리나라 교육은 대학입학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대한민국이 디지털강국이라고 하지만 디지털 혁명은 아이들의 사고력과 문해력을 약화시키는데 일조했다. 아이들이 핸드폰을 갖게 되면서 책과 완전히 멀어졌다.
그랬던 아이들이지만 한 번 형성된 문해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서 책을 읽었을 때 이미 형성된 문해력으로 책을 이해하고 빨리 읽었다. 아빠가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도 읽으라고 하니까 반발하지 않고, 순순히 책을 읽고 독서토의를 하겠단다. 읽어야만 하는 숙제처럼 책을 읽어도 결과적으로는 한 권의 책을 읽었다. 만일 아빠가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말로만 책을 읽으라고 했으면 아이들은 절대로 읽지 않았을 것이다. 학령기 아이들이 책 읽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함께 거실에서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의 성격과 가치관은 부모의 영향이 크다.
가족 독서토의는 4권의 책을 사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한 권의 책을 돌아가면서 읽으니까. 그렇다고 책을 깨끗하게 읽지는 않고, 각자가 밑줄을 그으면서 접으면서 읽는다. 가족 독서토의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읽었던 책들을 보여 주면서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도 보여줄 것이다.
내가 화요일, 토요일에 브런치 연재를 하지만, 이번 주에는 일요일에 가족독서토의 내용을 게재할 예정이다.
작은 딸이 토요일에 자격증시험을 치른 후, 일요일에 책을 읽고 저녁에 가족독서토의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에 브런치에 따끈한 소식을 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