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생각이 오늘의 모습을 만든다
이 문장은 사실 누구나 아는 얘기다. 특별히 깨달음을 얻을 만한 대단한 내용도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기껏 50대 후반까지 살아놓고 이 말이 맞다는 것을 온 가슴으로 느낀다. 깨우침이라는 것이 반드시 나이와 비례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 역시 함께 알게 되었다.
우리 집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4인 가구에 속한다. 물질적, 정신적, 신체적인 모든 삶의 지표들이 통계의 평균적인 구간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조사를 통해 확인한다. 지금까지 큰 인생의 굴곡을 지나 본 적은 없다. 물론 살면서 겪는 여러 갈등과 고민, 고통들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숙제라 여기며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만 돌이켜보면 나와 남편은 재테크라는 세상의 흐름과는 거리가 멀었다. 부동산, 주식, 코인 투자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이런 위험 자산들이 땅으로 곤두박질칠 때면, 우리는 '우리는 저곳에 넣은 돈이 없으니 다행이다'라며 안도하곤 했다. 온몸으로 투자에 뛰어들어 공포 심리로 지옥을 경험할 때, 누군가는 그 속에서 기회를 포착했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안전지대에 가두며 위로했다. 위험 자산에는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며 말이다.
그런 시간이 지나 시장이 서서히 날개를 달고 올라갈 때면, 우리는 멀뚱멀뚱 눈만 껌뻑이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미 지나가는 버스는 다 놓쳤으니 이번 차라도 타 보자는 심정으로 적은 차비를 들고 올라타면 그게 꼭 막차였다. 사실 그 차가 어디로 가는지, 어떤 차인지 제대로 공부도 해보지 않은 채, 그저 남들이 뛰니까 나도 뛰어야 될 것 같아서 뒤늦게 합류한 것이다. 결국 팔고 나가는 승자들에게 친히 그들의 수익에 도움을 주는, 제로섬게임의 소액 패자가 되어 있었다.
언젠가 우리 지역의 대규모 신규 아파트 단지가 전국적인 하락장보다 유독 더 큰 폭으로 가격이 떨어졌을 때의 일이다. 그 대단지에는 분양가보다 마이너스 5천만 원까지 매물이 거래될 만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잔금을 치르지 못해 5천만 원을 손해 보고 판 사람과, 그 물건을 5천만 원 싸게 산 사람이 존재했다. 그로부터 1년 후, 그 아파트 가격은 분양가에서 6억 원이 추가로 올랐다. 매수한 사람은 말 그대로 가만히 앉아서 6억 원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물론 팔아야 내 손에 이익이 생기는 것이고 부동산 가격은 늘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기에 얼마를 벌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쨌든 누군가는 시대의 흐름을 잘 타서 이익을 보았고,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롤러코스터 같은 시장에서 살아남아 부자가 되는 이들 중 정말 자신이 공부를 제대로 해서 성공하는 이는 일부라고 생각한다. 나머지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운(運), 즉 행운의 영역이 많이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시장의 흐름과 우리의 보수적인 태도를 거쳐오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삶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은 재테크와 거리가 멀었기에 재테크를 실행하지 못했다. 만일 30대 때부터 재테크에 관심을 가졌더라면, 실제로 투자했더라면 성공했을지 실패했을지는 모른다. 주변에서 투자 실패 사례도 많이 보았기에, 우리의 성향을 짐작해 보건대 아마도 실패했을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둘 다 뛰어난 두뇌도, 깊이 파고드는 집념도, 배짱과 과감함도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잃었을 때 다시 일어설 회복 탄력성이 낮았기에, 아예 있는 것만 지키고 온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위로해야 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남편은 재테크 대신 취미 생활에만 몰두해 온 것에 대해 많이 아쉬워한다. 나는 30대로 다시 돌아가도 아마도 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바빴기에, 재테크보다는 건강을 먼저 챙기고 공부를 계속했을 것 같다. 남편의 관심은 취미 생활이 지배했고, 나를 지배한 것은 건강과 공부였다. 각자의 생각이 지배한 곳에서 삶이 이어지고 그 삶 속에서 행복할 때도, 불행할 때도 있다. 지금도 허름한 상가주택 2층에 살면서 1층에는 가게를 운영하는 친구가 얘기했다. 자기는 한 번도 돈을 잘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고. 그래서일까? 지금도 상가주택 대출을 갚아가면서 가게 운영에서 나오는 적은 수입으로 살아간다. 적금이나 투자를 할 여력은 없다면서. 평생 가게문을 열어놓으면 최소한 먹고사는 것은 걱정없다고 했다. 어떤 생각에 뿌리를 내리고 사느냐에 따라서 삶이 달라진다.
만일 재테크를 해서 크게 실패했다면, 우리는 '그래도 열심히 살았지'라고 위로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자괴감에 시달렸을까? 가보지 않은 길이라서 아쉬움이 남는 것일 뿐이다.
다만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은 과거의 생각이 현재를 만든다는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들 하지만, 늦은 건 늦은 것이다. 뒤늦은 후회 중에서 가장 슬프게 들린 것은, 자신이 뒤늦게 깨달은 독서의 중요성, 재테크의 중요성을 온 영혼을 실어 이야기해도 후배나 딸이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 인생이기에 그의 말에 힘이 없다는 것이다. 만일 성공한 인생이었다면 자신이 주변에 어떤 말을 해도 믿어주었을 거라고 했다.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누군가는 작은 기회를 잘 잡아서 큰 행운으로 만들지만, 큰 기회가 와도 잡지 못하는 사람은 행운을 그대로 흘려보내버린다. 결국, 각자의 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의 행과 불행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