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밝으면, 세상사도 밝게

세상을 탓하기 전에 내 마음의 거울을 먼저 봐야

by 데레사

마음의 빛과 어둠의 무게


"어두운 것은 어두운 것을 끌어 모읍니다. 내가 어두우면 많은 장애를 받고, 밝으면 장애를 받지 않습니다."


- 설정 스님


세상만사를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불교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사상은 오랫동안 머리로만 이해되는 관념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특히 천주교 미사 중 신자들이 고백하는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의 큰 탓이옵니다”라는 구절은 쉽사리 가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대방의 명백한 잘못이나 세상의 불합리 앞에서까지 왜 굳이 모든 원인을 나에게 돌려야 하는가, 그것은 지나친 자기희생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세월의 굽이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아물기를 반복하는 자리에 서자, 비로소 나를 되돌아보는 새로운 시선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 깨달음의 싹에는 세상을 향한 돋보기가 아니라, 나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달려 있었다. 본인의 마음이 안정되고 밝으면 외부에서 어떤 자극이 오더라도 큰 파동 없이 잔잔하게 흘려보낼 수 있다. 반면, 마음이 어둠과 불안정으로 가득 차 있으면 사소한 자극조차도 거대한 장애물처럼 느껴지며 크게 휘둘리게 된다. 어둠이 어둠을 끌어모은다는 스님의 말씀이, 종교적 경전이 아닌 삶의 물리학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인과율은 비단 나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한 친구가 내 기준으로는 크게 분노할 일이 아닌데도 사소한 언행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았다. 나중에 그녀의 상황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 그녀는 사업을 접었고, 남편의 실직이 뒤따랐으며, 딸은 수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경제적, 심리적 불안정이라는 어둠이 그녀의 내면을 잠식하자, 세상의 작은 그림자조차도 그녀를 향한 공격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자신의 가슴이 불안정할 때 주변의 작은 자극에도 펄쩍 뛰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 현상이었다.


가족 환경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았음에도, 내 마음의 평온을 찾게 되자 예전에 문제가 되었던 상황들이 더 이상 나를 동요시키지 못했다. 내가 상황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으니, 놀랍게도 가족들 역시 덩달아 안정되어 갔다. 결국 불교의 사상이나 천주교의 교리가 강조하는 ‘내면의 책임’이 세상의 진리라는 것을 이제야 가슴으로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아직도 이 진리를 머리와 가슴 사이에서 오가는 수준이지만, 그 깨달음의 무게는 무겁고도 명징하다.


행복 역시 이와 비슷한 차원에 놓여있다. 행복은 철저히 주관적인 해석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한 동화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질투한 임금이 그 남자의 행복을 빼앗으려 재산을 몰수하고, 가족을 해치고, 심지어 사형을 집행하려 한다. 그러나 남자는 "죽어서 사랑하는 자식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행복해한다. 결국 남자의 행복을 빼앗지 못한 임금이 사형수에게 내린 사약을 자신이 마셔버린다는 이야기이다.


동화지만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행복을 좌우하는 것 같다. 남들이 부러워할 조건을 갖추고도 불행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의외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이유이다.


결국, 내 마음이 밝으면 주변에 밝게 반응하는 법이다. 유난히 입에서 험한 말이나 비수가 튀어나오는 이들은 본인의 내면이 불안정하고 어둡다는 증거다. 어찌 보면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바라봐야 할 대상일 수도 있다. 내가 주변 상황에 과도하게 휘둘리고 있다면, 가장 먼저 주변을 탓하기 전에 내 가슴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순서가 거꾸로 되어 있다. 내 안의 거울은 보지 못한 채 세상의 그림자만을 탓하기 바쁘다.


최근의 대선 정국을 보면서 이 진리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정치인들의 입에서 증오, 혐오, 비난, 악취가 난무하는 것은 그들의 가슴 상태가 어떤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셈이다. 정치판이 아무리 똥 냄새가 난다 할지라도, 예수님의 사랑, 부처님의 자비,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 정신, 세종대왕의 애민과 인재 등용, 그리고 링컨의 철학이 담겨 있는 가슴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철학이 말로 자연스레 배어 나오기 마련이다.


주변에서는 찍을 사람이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우리는 정치인들이 내뱉는 말의 색깔(빨간색이든 파란색이든)을 보기보다, 그 말에서 악취나는 증오가 풍기는지, 아니면 대한민국을 구원할 명확한 철학과 비전이 담겨 있는지, 그 ‘마음의 빛과 어둠’을 살펴보면 어떨까. 결국, 우리가 선택해야 할 리더의 자격은, 국정 운영의 능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상대방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탓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내면이 성숙한 사람이어야 한다.

월, 수, 금 연재
이전 11화'일'을 즐기면, 취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