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과 먹고 마시고 즐기며 좋은 시간을 갖는 것
-가족들과 친구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즐겨라. 당신이 좋아하는 곳을 방문하고, 새롭고 신나는 곳을 찾아가라. 인생이란 즐거움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순간들의 연속이다 인생은 결코 생존의 게임만은 아니다. 내일을 위해 아껴두었던 무언가를 오늘 사용하도록 하라.
-윤중모, 잠언시-
지인, 친구들이 대부분 작은 아이도 대학졸업을 했거나 아직 대학생으로서 돌봄이 필요한 자녀양육은 졸업한 상태다. 더러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있기도 하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시기. 우리나라 2차 베이비붐세대로서 초중고등학교 때 한 반에 60명씩 있던 시절을 지나왔다. 그래서 동창회, 동호회가 40대 이하보다 활발한 편이다. 그동안 자녀양육, 맞벌이, 친정, 시댁을 챙기느라 종종거리며 살았던 시기를 거의 지났다. 나는 양가 부모님들이 모두 돌아가셨고, 친구들의 부모님들도 대부분 세상을 떠나거나 요양병원에 누워계신다.
아직 친구들 대부분이 일을 하고 있지만, 그 분야에서 이미 베테랑이 되었기에 일에 대한 부담도 없다.
한마디로 자녀양육, 부모부양, 생계문제의 무게가 가벼워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지지고 볶으며 살았던 남편도 이제 적응과 순응, 체념, 기선 제압 사이를 오가며 날 선 것들이 무뎌졌다.
인생이라는 등산을 하며 헉헉거리며 올라왔던 시간들이 이제는 능선에 올라 쉬엄쉬엄 걷는다. 가끔씩 뒤를 돌아보면 저기를 어떻게 올라왔나 싶기도 하고, 탁 트인 풍경을 담으며 미쳐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 올라야 할, 어쩌면 정상가까이에는 결코 경험하지 못했던, 험한 길이 있을 수 있다.
그동안은 가족들을 위한 역할에서 이제는 우리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 트레킹은 가족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진한 공감이 있다. 뭔가 깜빡깜빡하며 자괴감이 들거나 비슷한 일들로 마음이 구겨질 때 친구들과 함께 하다 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너도 그렇구나.'라는 느낌에 위로를 받곤 한다.
친구들과의 관계 역시 사는 건 조금씩 달라도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더러 소소한 언짢음이 있어도 솔직한 대화를 해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적어졌다. 물론 나와 결이 다른 친구들도 있지만 그의 환경, 시선을 생각할 때 나와 다르다는 걸 인정하니까 사람관계가 훨씬 편해졌다.
그동안은 우리 자신을 위한 시간보다 가족들을 챙기는 역할에 더 충실했다. 이제는 온전히 우리를 위한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가끔씩 낯선 곳으로 함께 여행하면서 자연 풍경에 감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연을 찬미하고 노래한다. 저녁에는 그동안 능선을 오르며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을 겪려 하기도 한다. 인생의 속살을 다 드러내 보이지는 않지만, 그 집이나 이 집이나 인생사는 비슷했다. 이제 노후대비를 해야 하는데 충분한 준비가 없는 것도 비슷했다. 우리 부모세대들은 우리들을 공고육만 시키면 되었지만, 우리는 자녀 사교육까지 짊어지며 아이들을 양육했다. 맞벌이를 하면서도 부모를 부양했던 시간들 속에 정작 우리 자신을 위한 노후대비까지는 버거웠다.
얼마 남지 않은 경제적 활동 시기에 우리를 위해 지출을 하기보다는 노후대비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 말도 맞지만 지금 가슴 떨리고 다리 성하고, 치아 튼튼할 때 먹고 마시고 놀자고 했다. 그렇다고 흥청망청 소비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차여행이나 우리 지역 근교로 트레킹을 하거나 평일 저녁에 저녁 식사를 하는 정도다. 그런 시간 속에서 웃고 떠들고 위로받고 공감을 느낀다.
그동안 주변을 챙기느라 고생했다고 우리 자신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세월흐름의 속도는 나이만큼씩 빨리 흐른다고 한다. 하늘의 뭉게구름이 보일 때, 봄꽃이 설렐 때, 빗소리마저 아름답게 느껴질 때, 바다를 보며 환호성을 지르고 싶을 때 친구들과 함께 설렘을 만끽할 것이다. 여자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가 지금인 것 같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다 보면 자녀가 독립을 하며 떠나는 빈둥지증후군이니, 갱년기우울증을 느낄 시간이 없다. 여자인생의 황금기는 지금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