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맞춤수업하며 기다려주기
재원이의 상태를 명확하게 알고 나서는 가능하면 재원이 또래 이야기로 된 동화책을 선정해주었다. 내용도 쉽고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느낀 책들 위주로 주었다. 책을 함께 읽으면서 어느정도 독해력이 생기자, 혼자서 한 권을 읽어오게 했다. 어느 날은 앞 부분에 내가 조금 읽어주고 나서, 그 뒷부분에는 재원이의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혼자 읽어오게 했다. 그런데 책을 전혀 읽지 않고 수업에 왔다. 순간적으로 이럴 때, 혼을 내야하는지 여부를 갈등했다. 그래도 야단치지 않았다.
“괜찮아. 수업시간에 같이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잖아.”
안 그래도 주눅 든 아이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지지해 주었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책벌레들>을 읽으면서 안철수가 나오자, 평소에 TV에서 자주 봤고, 어머니가 안철수를 좋아한다고 했다. 안철수의 독서법은 줄거리보다는 주인공의 판단과 선택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부분이 나온다.
“나도 안철수처럼 주인공의 판단을 보면서 주인공이 멍청하게 보이기도 하고, 잘했다는 생각도 했어요.”
“우와, 그렇구나! 재원이는 조립하는 걸 좋아하니까 책을 열심히 읽으면 나중에 조립용 포크레인이 아니라. 진짜 멋진 차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수업 목표는 책 내용을 이해하고, 책읽기의 즐거움을 맛보게 하는 것이었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말과 글로써 표현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잡았다. 재원이가 수업을 힘들어할 때는 아예 같이 레고를 이용해서 아이가 관심있어 하는 것을 같이 만들기도 했다. 논술 교재의 시스템대로 하기보다는 거의 재원이에게 맞춤수업을 하는 식이었다. 즉 재원이가 수업 중에 내게 사소한 것이라도 질문할 때는 재원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설명해 주었고, 수업내용과 무관한 것으로 대화가 흘러가도 아이의 궁금증이 해소될 때까지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재원이에게 완전 맞춤수업을 하며 2년이 되던 즈음이었다.
“선생님, 저 글짓기 대회에서 상 받았어요.”
재원이는 처음에 수업을 시작할 당시, 글씨도 엉망이었고, 문장도 완결문을 쓰지 못했다. 책 읽기가 안 되니, 글쓰기도 당연히 안 되었다. 그런 아이가 학교에서 비록 장려상이었지만 상장을 받았다는 것에 무척 고무되는 것 같았다. 물론 그 전에 어머니가 내게 전화로 알려 와서 알고는 있었지만, 내심 먼저 알려주기를 바라며 내가 먼저 글쓰기 관련 얘기를 꺼낸 것이다.
상장을 받고 난 이후, 상장은 아이에게 성장의 당근이 된 것 같았다. 수업 후, 1년이 지났을 무렵에는 ‘책을 싫어하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재원어머니의 바람은 당연히 이루어졌고, 스스로 책을 읽고, 독서의 즐거움도 알게 되면서 내게 2탄이 없냐고 묻기까지 했다. ‘양파의 왕따일기’를 읽고 나서 재원이가 내게 물어봤기 때문에 ‘양파의 왕따일기 2’가 있는 줄 그때 나도 알게 되었다.
개인이나 그룹 과외식으로 수업을 하다보니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독해력이 떨어지거나, 성적이 낮은 아이들은 대부분 그룹수업보다는 개인수업 위주로 했다. 그룹수업할 때는 독해력이 좀 떨어지는 아이들은 책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도 있다. 그럴 때는 학생에게 ‘맞춤 수업’을 하면서, 아이에게 필요한 정서적지지, 칭찬, 눈높이 지도를 해 보면, 아이들의 자고있는 잠재력을 깨울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adhd 증상을 가진 아이조차, 집중력이 높아지고, 책을 좋아하게 된 케이스다.
초, 중 사교육 논술 수업을 하면서 이 일이 단순히 아이들 독해 지도, 글쓰기 지도의 차원을 넘어서서 한 아이에게 독서의 즐거움과 자존감을 살려주는 역할도 한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대부분의 초, 중등 아이들은 영어와 수학은 필수적으로 사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에게 필요한 수업은 학교와 학원에서 놓치는 아이들의 세세한 인성 함양, 독해력 지도를 하는 논술 수업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토의, 토론을 하면서 이런 토의 토론 능력이야말로 다양화된 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익혀야 될 필수 덕목이라는 생각도 든다.
때로는 ‘초등학생이 사교육으로 논술까지 다니는 현실’이라는 말도 들었다. 논술지도 교사마다 마인드나 수업 커리큘럼이 조금씩 다르지만, 성장기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교육은 ‘세심한 관찰로 아이에게 필요한 영양분과 당근’을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