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후기
지난 기억을 곰곰이 되돌아보며 써내려오니 벌써 생각해둔 구상의
마지막, 후기글을 적을 순서까지 오게 됐군요.
처음 이번 글을 시작으로 활동하고자 마음먹을 때도, 어떤 주제들을
다뤄야 할까 고민하다 보니 최대한 제 주관적인 시점에서의 경험과 시선을
다룰 수 있을 만한 여섯 가지를 먼저 선정했는데요.
나름 꾸준한 관심을 보내주신 것 같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찌 됐든, 이미 어느덧 반 년도 더 지난 일이고
언제까지 추억팔이만 하며 지낼 수는 없으니까요.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고
나아가자는 의미로 시작한 인생 첫 시리즈물이었으니,
이번 후기와 함께 마무리하려고 해요.
우선 본문에 따로 언급하기엔 다소 소소했지만, 꼭 언급하고 싶은 게 있어요.
생각했던 이상으로 북미 현지에서의 핼러윈의 입지가 상당하더군요.
한국에서도 각 명절마다 거진 한 달 전쯤부터 준비를 하고 들뜨는 분위기가 있듯,
북미에서는 핼러윈도 그에 준하는 입지를 가진 중요한 연례행사 느낌이랄까요?
제가 있던 시골 마을에서의 기억들만 돌아보더라도, 그 작은 마을이라도
어쨌든 근방에서 회관이라도 갖춘 마을은 그곳뿐이었는데,
그래서인지 핼러윈 당일이 오기 2~3주 전부터 주기적으로
근방 사람들이 모여서 저녁 무도회? 같은 걸 한다든지,
호박 장식들을 포함해 벌써부터 각종 코스튬들로
치장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든지,
그러다 당일이 되면 진짜 저녁부터 'Trick or Treat!'
순회공연을 하는 꼬마들도 보이고 말이죠.
게다가 진짜 그 맘때쯤 공기가 바뀌기라도 하는지, 제가 있던 곳은
해가 저무니 밤안개가 자욱해지며 유달리 들리지 않던 코요테들의
하울링이 새벽녘까지 거듭 이어지더군요.
게다가 확실히 캐나다가 한국과는 기후 차이가 있다는 게, 특히 겨울 즈음
허구한 날 쏟아지는 것도 그렇지만 해가 진짜, 너무 빨리 지더라고요.
오후 4시 정도만 되어도 해가 넘어가려 할 때의 노을빛이 보이는 지경이고,
그러다 4시 반 ~ 5시쯤에는 바로 어둠이 찾아온답니다.
밤도 금세 찾아오는데, 눈까지 자주 내리니 여기 사람들에겐 특히 겨울밤엔
일찍 귀가해 지내는 게 오히려 다행일 지경이죠. 거기다 한 번 기온이 떨어지면
영하 3~40도 가량까지도 우습게 다다르니 오죽하겠어요?
겨울에 한국 사람들처럼 길거리에서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다닌다?
뜨거운 커피잔을 들고 다녀도 5분 이내로 얼음장이 될 지경인데요, 무슨.
그리고... 뜬금없이 제가 마지막에 머물러 있던 도시 한복판에,
'파리바게뜨'가 있는 걸 보곤 놀랐답니다. 얼핏 한 번 듣기만 했는데
혹시나 하고 쭉 둘러보니 정말 있더라고요? 한국에선 사실 잘 찾아가지도 않았지만
괜히 외국에서 국산 프랜차이즈를 보니 반가운 마음에 즉시 들어가
'빵 오 쇼콜라'까지 즐겼던 기억이 나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건 땅이 넓은 나라다 보니 자연히 생긴 이점 같기도 한데요.
분리수거를 딱히 하지 않아요. Landfill Site, 즉 매립지가 워낙 여기저기
여유롭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물론! 표면상으로는 분리수거를 하도록
우리처럼 일반쓰레기, 플라스틱, 병 등으로 다 구분은 해둡니다만,
실질적으론 서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막 처리하는 거죠.
다만! 분리수거 품목 중 특히 플라스틱이나 캔 종류들은
막 버리지 않고 모아둔답니다. 왜냐?! 그걸 가득 모아다가
우리로 치면 쓰레기 고물상 같은 데에 전부 넘겨서 또 잔잔하게
용돈벌이라도 하는 습관들이 있어서 그래요.
저는 말로만 살짝, 그리고 한창 지내던 곳들마다
리터 단위의 봉투 안에 막 플라스틱 병 따위들을
모으는 걸 보고 '대체 무얼까'하다가, 떠나기 며칠 전
마침내 도시를 탐방하다가 그 고물상 같은 곳을 발견해서
실체를 알고 새삼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 마지막, 음식은 생각보다 아주 다양해요!
물론 북미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향도 맛도 센 편이다만
요샌 한국 사람들도 간을 세게 해도 잘 먹는 분들이 많으시니,
사실 그보다는 워낙 다문화 사회이다 보니 아예 한국에서
잘 접하기 어려운 중동이나 인도, 중남미 쪽의 바이브를
견뎌하기 어려워하신다면 음식을 꼭! 어딘가에서 맛집이라고
추천을 받아도 미리 좀 알아보시기를 권장드립니다.
그리고 사실 그 이전에, 외식 함부로 하기에도 팁까지 합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 들어가므로 지갑 사정을 늘 고려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밖에도 정말 잡다한 에피소드들이 많습니다만, 정말 사소한 일들도 많고
열거하자면 끝이 없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캐나다에서도 사소하지만
은은히 퍼져 있는 한류의 흐름을 느꼈던 점들을 풀어볼까 해요.
특히! 이젠 모르면 간첩 소리 들을 만한 Squid Game이,
캐나다 현지 사람들에게도 지금의 South Korea를 대표하는
Killer Content가 맞기는 한가 봐요.
그것도 신기한 게, Vancouver에선 별로 그런 얘기를
못 들었는데 나중에 몇 번 방문한 Edmonton에서
제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꼭 'Squid Game!'을 언급하며
더 친근해하고, 여기서도 열풍이 불었다 뭐했다, 신나서 떠들더랍니다.
제 입장에서도 사실 Vancouver에서 상처를 받은 마음을
거기 가서라도 아는 체해 주는 사람들과 잡담을 나누며 치유할 수 있어
뿌듯하고, 고맙고, 또 새삼 놀랍기도 하고 그랬죠.
게다가! 지난 해에 'APT.'가 한창 히트했던 당시에,
캐나다의 공영 라디오 방송국에서도 그 노래가 심심하면 울려퍼지더랍니다.
그전까지 그 방송국에서 진짜 00년대 초반~10년대 초중반 위주의 예전 노래들만
주로 흘러나오던 걸 생각하면(Toxic과 Bye*3 등은 아주 지겹게 들었죠),
한국의 위상이 진짜 얼마나 올라왔는지... 나중에는 공항 비행기 안에서
외항사 기종이었음에도, 한국 아이돌 노래가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된 것까지 하며
정말 새삼 놀랐습니다. 물론 여전히 North인지 South인지를 구분지어 칭해야
정확히 이해하는 경우도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말이죠!
앞으로 만약 제가 또 장기간 출국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또 어떤 나라에서 어떤 경험과 시선을 얻게 될까요?
이번 캐나다에서의 여정은, 그 첫걸음에 대해 배울 수 있던
기회라 여기며 오랫동안 간직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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