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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린나 Jul 12. 2018

[남아공에서 살기] 남아공에서 중고차 사기(2)

Consumer 'Un'friendly Market


[남아공에서 살기] 남아공에서 중고차 사기(2)


한국에 있을 때는 한국 차 값이 다른 곳보다 비싸다고 불평했었다. 그런데 남아공은 더 심하다. 남아공 국내 생산 차량이 없어서인지 모든 차 값이 우리나라보다 더 비싸다. 거기에 땅덩이가 넓으면서 대중교통은 부족하고 치안은 불안하기 때문에 자동차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결국 공급이 적고, 공급 비용은 높으며, 수요는 많고, 수요의 가격 탄력성은 낮아(경제학 전공자입니다. ㅋ) 자동차 관련 비용은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마타틸레에 중고차가 얼마나 있겠냐는 생각으로 처음에 도착할 때부터 자동차는 더반에서 사야지 마음먹었다. 5일간의 휴가를 얻어 더반 시내에서 가장 많은 중고차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를 찾아갔다.

중고차일지라도 비쌀 것이라고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실제로 돌아보니 더 심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기아 피칸토(모닝)가 중고인데도 1400만원이라니..! 물론 500km 밖에 타지 않은 아기 자동차이긴 하다. 그래도 한국 풀옵션 신차 가격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가격이었다. 게다가 오토 트랜스미션으로 하려고 하면 300~400만원 정도 더 비싸진다니... 머리로는 알겠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남아공 차 값에 결국 한국 브랜드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게 됐다.

예산과 안전(마일리지)에 그나마 맞추어가며 타협한 결과가 바로 우리의 폴로 비보(Polo Vivo). 수동 트랜스미션(5단)과 수동 창문, 수동 사이드미러라는 경이로운 수동 3 대장은 무려 2014년에 생산된 차량에 달려있는 편의 장치들 되시겠다. 의자를 젖힐 때도 손잡이 같은 것을 태엽을 돌리듯이 한참 돌려줘야 한다. 5만 km 이상 달린 이 수동 덩어리 중고차를 13만 란드(약 1,200만원)에 샀다.


그래도 가다가 멈추지는 않겠거니 했으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EPC 경고등 문제로 수리 중이다... 고속도로에서 경고등이 뜨며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할 때는 정말 무서웠다. 아프리카는 수리 비용도 비싼데 인젝터 1개 교체에 2,100란드(약 19만원) 공임비 1,400란드(약 13만원)가 들었다. 

그래도 있어보이게 나오는 우리의 비보. 아프지마 멍청아.

힘들게 차량을 결정하고 준비해온 현금으로 결제를 하려고 하자, 현금은 못 받고 은행에 가서 계좌이체를 해오란다. 아무래도 치안 문제로 그렇게 하는 듯했다.

그래서 딜러와 함께 은행을 갔다.
-우선 계좌이체를 위해 줄을 기다려서 가지고 온 현금을 입금했다.
-텔러에게 계좌이체(여기서는 transfer대신 payment라고 함)도 해달랬더니 은행 안에 비치된 노트북으로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라며 쫓아냈다.(여기서 한번 확인해줬었다면..)
-기다려서 인터넷 뱅킹으로 Payment를 시도했더니 일일 이체 한도에 걸려있었다.
-기다려서 텔러에게 다시 갔더니 한도를 늘려주었고, 이체는 역시 인터넷 뱅킹으로 하란다.
-시도했더니 안된다.
-직원을 수소문해 알아봤더니 일일 이체한도의 일일 증액 한도가 10만란드란다. ㅋㅋ.... (13만 란드 이체한다고 했잖아요..ㅠㅠ)

-총 13만 란드를 이체해야 하는데 어떡하냐고 했더니 딜러가 다행히도 오늘 10만란드, 다음날 나머지를 이체해도 된단다. 그렇게 이틀에 걸친 계좌이체로 차를 살 수 있었다.

내 돈 가져가라는데 그걸 안 들어준다.. 자동차 사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남아공에서 중고차 사기 요약>
(소비자) 왜 이렇게 차 값이 비싸? 그리고 차 사는 건 왜 이렇게 불편하게 해놨어?
(판매자) 그래서 안 살 거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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