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틸레의 하늘(2)
지난주 크루거 국립공원에 다녀왔다.
오프로드를 거침없이 달려준 우리의 폴로 비보가 많이 더러워져 큰맘 먹고 세차를 했다.
우리 동네 Matatiele에서의 세차 가격은 단돈 50란드(약 4천원).
내부에 기름칠까지 해주는 혜자스러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그늘에서 한 시간 정도 책을 읽으며 기다리니 종업원이 세차가 다 됐다고 알려주었다. 세차비를 지불하고, 감사의 마음 10란드(약 800원)를 드렸다. 돌아가려고 차에 탔는데 종업원이 같이 타는 게 아닌가. 그는 대시보드에 기름칠을 마저 슥슥 해주고는 다시 내렸다. 감사의 마음을 받고 뭐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차에서 내린 그가 다음에도 또 오라며 수줍게 인사해주었다.
오후가 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요 며칠 한동안 안 내리던 비였다. 하필 내가 이동해야 할 시간에 맞춰서 내리다니.. 세차할 때만해도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이었다. 세차의 마법은 한국에서도 아프리카에서도 똑같나 보다.
그래도 모처럼 신기한 하늘을 본 것은 좋았다. 360도 탁 트인 마타틸레 하늘에서는 한눈에 여러 날씨를 볼 수 있다. (참고 : 마타틸레의 하늘) 아래 사진처럼 비가 내리는 곳과 맑은 곳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커텐을 친 듯한 모습의 빗줄기는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린다. 오늘은 특별히 무지개까지 같이 보여 좋았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먹구름 한가운데에 웬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 같은 구름이 있었다. 먹구름과 파란 하늘이 같이 있다 보니, 가끔 먹구름 속에 혼자만 햇빛을 받는 녀석이 섞여 있기도 하다.
우리 동네 마타틸레는 거창한 관광지는 절대 아니다. 그치만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소소한 풍경들이 있다. 나는 이런 풍경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작은 것에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도 좋다. (폿홀 시위 때는 좀 무섭지만.) 이렇게 오늘도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을 동네부심이 하나 더 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