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하리보 골든베렌의 100주년 생일 기념전>
HARIBO macht Kinder froh und Erwachsene ebenso!
하리보는 아이들은 즐겁게 해요, 그리고 어른들도요!
하리보 브랜드의 대표 슬로건이라 말할 수 있는 이 문장으로 이번 [하리보 골드베렌 100주년 생일 기념전]을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말이라 그런지 전시장 근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 번호를 받기 위해 줄까지 길게 늘어서 있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 주위를 힐끔 둘러보니 연령대가 꽤 다양했다.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가족단위부터 연인 혹은 친구와 전시를 즐기는 2~30대까지.
본격적인 관람에 들어가기 전에도 새삼 하리보 파워를 실감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기다림 끝에 입장한 전시장 입구에서는 하리보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과 전시장 내에서 다양한 체험을 도와주는 어플, HariboWorld의 간단한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혹시 핸드폰에 어플을 깔 용량이 부족하다면 꼭 정리 후 방문하자. 이 어플과 함께여야 전시를 200%로 즐길 수 있다.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하리보의 세계
예매한 관람 티켓을 직원 분께 보여드렸다면 하나씩 나눠주신 하리보 젤리와 함께 전시장에 입장해보자. (입장 전, 모든 관람객들에게 하리보 젤리 하나씩을 나눠주는 이런 세심한 전시기획이라니!)
입장과 동시에 이어지는 공간은 바로 [하리보리안의 방]이다.
하나의 방 안에 하리보와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와 물품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는 이곳은, 10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에도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하리보만의 매력을 잘 담아내고 있다. 특히나 작은 하리보 피규어들이 늘어져 있는 책장은 하리보 팬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까지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방문 당시 많은 관람객들로, 줄을 서서 한 걸음을 내딛으면 잠시 정지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식으로 느리게 이동하였음에도 작은 소품 하나하나의 디테일을 구경하느라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잘 꾸며져 있었다.
하리보리안의 방에 이어 또 하나의 커다란 포토존 공간을 지나면, 다양한 형태로 구현된 하리보들이 뛰어다니는 자연을 마주하게 된다. 물론 이곳은 스크린 속 세상이다. 하지만 함께 꾸며진 다양한 전시 용품들은 마치 내가 하리보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아이도, 어른도 사로잡은 체험형 전시
이번 전시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대부분의 전시 구성이 단순한 관람에 그치지 않고 관람객들의 참여를 요하는 '체험형 전시'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입장 전 다운로드한 어플 속에서 자신만의 하리보 캐릭터를 생성하여 전시에 참여하는 이 방식은, '내가 만든' 하리보 캐릭터가 대왕 하리보의 100번째 생일파티에 직접 초대를 받아 이곳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나의 아바타 하리보를 만드는 행위 자체로, 관람객들에게 '내가 만들고 이름 지은' 하리보 캐릭터에게 애정과 친근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전시에서 [하리보 히스토리]라는 구간 역시, 일방적인 정보전달의 공간이 아니었다. 하리보의 역사를 소개하는 액자 중간중간마다 AR마커를 이용해 이를 카메라로 비춰보면, 정적이었던 액자 속 사진이 동적인 모습으로 변모하여 관람에 흥미를 더한다.
지루할 법한 이야기에 이런 식으로 활기를 불어넣는 방식이 내게 인상 깊었던 이유 중 하나다.
또한 필자가 가장 열정적으로 임했던 3종의 오락실 기계들은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동심을 자극하고, 아이들에게 재미난 체험거리가 되어주기에 충분했다. 어린 친구들 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게임에 참여하는 부모님의 얼굴 속에서도 미소가 가득했다.
게임을 더 하고 싶어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기면, 사방이 스크린으로 구성된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입장 전 깔았던 어플 속 본인의 캐릭터를 대형 스크린으로 옮겨와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스크린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젤리를 많이 먹을수록 포인트가 올라가는 게임으로, 게임이 끝난 뒤에는 해당 판의 1,2,3위를 발표하는 작은 시상식까지 열린다.
참고로 여기서 1등을 차지하면 관람이 끝난 뒤 선물이 있다고 하니 만약 참여한다면 최선을 다해보자. (필자는 2등에 그쳐 정말 아쉬웠다.)
쉽게 지나치지 못할 걸? 하리보 스토어
참새가 과연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하리보에 별 관심이 없었더라도, 앞선 전시를 보고 나면 하리보라는 캐릭터에 푹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바로 이런 굿즈 판매 공간이 이어진다니!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보이는 하리보들의 향연에 눈이 돌아가 자칫 자제력을 잃어 텅텅 빈 지갑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니 조심하자.
여러 종류의 하리보 젤리들은 물론이고, 하리보가 쏙 들어가 있는 귀여운 도시락통과 크록스,(크록스의 사이즈가 210까지 밖에 나오지 않아 정말 아쉬웠다.) 다양한 종류의 문구용품과 모자나 티셔츠 같은 의류까지. 이 물품들과 함께라면 나도 명예 하리보리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랄까.
함께 방문한 일행과 연신 "귀여워!"라는 비명을 지르며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하리보 스토어를 구경했다. 참고로 이곳은 전시를 보지 않아도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니, 관람보다는 하리보 굿즈를 원하는 이들은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을 도와주는 안내원분들께 이야기를 하고 바로 들어가 보시길!
전시에서 엿본 하리보의 장수 비결
10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하리보'라는 하나의 브랜드가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사실 이제와 고백해보자면, 나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 젤리 브랜드 중 하나로만 하리보를 생각했던 무관심한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하리보가 걸어온 길,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행복까지 바라는 브랜드의 슬로건까지 자연스레 알게 되니 하리보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렸다. 어른이 되어버린 나의 행복까지 책임지는 브랜드에게 정을 주지 않을 수 없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작고 동글동글한 하리보의 외형은... 정말 귀엽다... 어디서 들었다. 누군가가 귀엽게 보이는 순간이 온다면, 그건 사랑에 빠진 확실한 증거가 된다고. 어쩌면 이 전시를 '귀여운데 한 번 보러 가볼까?'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부터 나는 하리보에게 빠지게 될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전시를 즐기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보니, 앞으로 시간이 오래 흐르게 될지언정 하리보의 치명적인 귀여움은 다음 세대에게도 유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대를 막론하고 귀여운 하리보 앞에서는 모두 무장해제의 미소를 짓게 된다.
그러니까, 이곳을 통해 다시 한번 사심을 담아 외쳐본다.
생일 축하해, 하리보!
해당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