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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REview

음악으로 완성되는 나만의 우주

공연,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 2025>

by 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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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최정상급 뮤지션부터,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디 밴드들까지.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함께한 이번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은, 롤링홀 30주년을 기념하며 마치 모든 별들이 모여 은하계를 이룬 듯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다채롭게 구성된 타임테이블 덕분에 나만의 ‘입맛’에 맞춰 여러 스테이지를 오가며 공연을 즐기는 재미는 오직 페스티벌만이 줄 수 있는 묘미를 더한다.


특히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특별한 콜라보 무대는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YB와 Xdinary Heroes(13일), 체리필드와 WOODZ(14일)의 합동 무대는 세대를 아우르며 페스티벌 시작 전부터 리스너들의 기대감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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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작 전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대부분의 대형 페스티벌은 서울에서 열리는 반면, 이번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은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서 무료 셔틀이 운영된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 걱정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말끔히 사라졌다. 서울과 떨어진 위치는 오히려 '행성’이라는 컨셉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셔틀버스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현실과는 살짝 단절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이곳에서만큼은 진짜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예감마저 들었다.


비 소식도 비껴간 이틀 동안, 현장은 태양보다 뜨거운 관객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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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예매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관심 있는 아티스트의 참여 여부다. 하지만 현장에서 몰랐던 뮤지션을 새로이 발견하게 되는 즐거움 또한 페스티벌이 주는 특별한 경험 중 하나일 터. 올해 내게는 크로마 스테이지에서 만난 ‘확인(HWAKIN)’의 무대가 그랬다.


더위를 피해 잠시 들어간 크로마 스테이지는 메인 스테이지에 비해 관객이 적어 쾌적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고, 마치 홍대 롤링홀에 와 있는 듯한 친밀한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랜덤 재생 중 우연히 마음이 드는 곡을 만나는 순간처럼, 뜻밖에 발견한 무대 하나가 페스티벌의 기억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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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하는 태양 아래 한로로가 부른 <비틀비틀 짝짜꿍>은 스탠딩 관객들의 합창을 이끌었고, 이어진 Xdinary Heroes의 무대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에너지로 가득했다. 특히 페스티벌 첫날 참석하지 못한 나의 아쉬움을 달래주듯, '재밌어서 난입하게 되었다'는 YB 윤도현과 즉석에서 이루어진 <박하사탕>의 무대는 이번 페스티벌에서 또 다른 하이라이트였다.


오후 내내 맹렬한 열기를 자랑하던 해가 자몽빛을 물들 무렵, 넬이 부른 <환생의 밤>은 마치 다른 차원의 문을 여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뿐만 아니라 <기억을 걷는 시간>과 <Stay>의 구간에서는 피크닉존의 관객들까지 가사를 따라 불렀고, 슬램존의 깃발들마저 떼창에 동참한 듯한 착각이 들 만큼 무대와 관객이 하나가 된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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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리를 영영 잃지 않아
너도 영영 그럴 거지?

한로로, <0+0> 중


돗자리에 누워 올려다본 하늘에는 연신 비행기가 지나가고, 귓가에는 무대 위 멜로디가 맴돈다. 어느새 희미해진 현실감각에 나는 꽤 오랫동안 이 순간을 음미한다.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에서 우리는 하나의 행성에 모여 서로의 음악과 마음을 공유했다. 나는 한로로의 가사를 빌려, 나 역시 이 날의 우리를 영영 잃지 않을 거라 대답한다.



해당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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