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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REview

음악과 색이 만나는 축제

공연, <2025 Color in Music Festival>

by 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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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인뮤직페스티벌(Color in Music Festival, 이하 CMF)'은 이름처럼, 색과 음악이 어우러진 거대한 팔레트였다.


11월 1일과 2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아티스트들이 한데 모여 자신만의 색을 펼쳐냈다. 이소라, 우즈, 페퍼톤스, 송소희, 크러쉬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라인업은 색다름 그 자체였다. 음악이 스펙트럼처럼 확장되는 순간마다 관객들의 표정에도 다양한 색이 번졌다.


라인업만큼이나 CMF의 마케팅 방식도 눈길을 끌었다. 출연 아티스트들의 '컬러별 플레이리스트'를 공식 인스타그램 댓글로 추천받아, 공연 전부터 관객들의 참여와 기대감을 높였다. 이미 '색'으로 소통하는 축제가 시작되고 있었던 셈이다.


이번 CMF가 열린 인천 파라다이스시티는 최근 주목받는 페스티벌 장소 중 하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방문한다면 공항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점에서 접근성 측면은 다소 아쉽지만,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부지와 숙박시설, 그리고 다양한 편의시설 덕분에 여행과 축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손색이 없었다.


지난 사운드플래닛페스티벌에 이어 두 번째로 찾은 이곳은, 아침저녁으로는 늦가을의 바람이 차가웠지만 낮에는 포근한 햇살이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입장 시 제공된 하얀 짐색에는 물과 협찬사의 음료 및 교환권, 핫팩, 목걸이형 안내문이 담겨 있었는데 목에 걸 수 있는 안내문에는 타임테이블, 사이트맵, F&B 리스트 등이 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어 관객을 세심하게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


입장권의 경우, '스카이블루권'과 '그린권'으로 구분되어 각각 별도의 존이 마련돼 있었는데, 스카이블루권 스탠딩 존은 비교적 여유로워 관객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편하게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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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F의 포문은 안신애가 열렸다. 마련된 피크닉 존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음악을 즐기다 보면, 관객들의 웃음소리와 인천의 햇살이 어우러져 설레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근처에는 자신이 원하는 색깔로 만들 수 있는 비즈 팔찌 제작 부스와 이곳에서만 찍을 수 있는 포토 프레임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줄로 북적였다.


F&B존에서 배를 채운 뒤 스탠딩존으로 이동하자 페퍼톤스의 무대가 시작됐다. 페퍼톤스의 능숙한 무대 매너와 특유의 유머는 관객들의 미소를 이끌었다. 마지막 곡이었던 '21세기의 어떤 날'을 서로 큰 목소리로 외치는 모습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CMF 속 장면이 되었다.


권진아의 무대 중반에는 약한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관객과 함께 비를 맞겠다며 무대 끝으로 다가와 노래를 이어가 관객들의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권진아의 바로 뒤 순서였던 크러쉬는 폭우 속 지난 열린음악회 무대를 떠올리며 웃음을 나눴다. 특히 드라마 <도깨비>의 OST로 유명한 'Beautiful'이 울려 퍼지자 단숨에 공기의 흐름이 바뀌는 듯했는데, 앞서 보여준 힙합 분위기와는 또 다른 크러쉬의 감미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식지 않는 열기 속에서 축제는 계속 이어졌다. 기대했던 우즈(WOODZ)의 차례에서는 다시금 축제의 에너지가 최고조에 달했다. 미발매 곡을 포함해 올 한 해 역주행 신드롬의 'Drowning'이 울려 퍼지자 무대 위 흩날리는 컨페티는 하이라이트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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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자면 스탠딩 존을 가득 메운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단위 관객, 엄마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무대를 기다리던 모녀,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인 사람들까지. 출연진만큼이나 다채로운 색의 관객들이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해가 짧아진 계절, 어둠이 내려앉은 무대 위로 이찬혁, 규현, 이소라, 잔나비의 공연이 이어졌다. 곡의 분위기에 따라 색이 바뀌는 전광판의 조명은 늦가을의 스산한 공기와 어우러져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아티스트와 교감하던 관객들의 모습까지.


무대의 조명, 가을밤의 공기, 관객의 환호가 겹쳐지는 순간마다 ‘음악이 가진 힘’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새삼 느끼게 된 현장이었다. 음악과 색, 그리고 관객들의 온기가 한데 어우러져 완성된 이번 CMF라는 팔레트 속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새긴다.



해당 글은 <아트인사이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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