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봉쇄 회복이 더딘 국제 도시
뉴질랜드 여행의 시작, 오클랜드
뉴질랜드에 오클랜드 국제공항에 도착하면 대부분 오클랜드에서 하루 이틀은 머물게 마련이다. 뉴질랜드 여행의 시작점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뉴질랜드는 수천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으니 오클랜드가 뉴질랜드의 전부라고 지례 속단하지 말 것. 오클랜드는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165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북섬의 최대 항구 도시로, 오클랜드 대학교 등 학교와 주요 기업들이 상주하고 있다. 한국 식당이나 마트도 있을 만큼 한국인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는 편이다. 메인 거리 Queen street를 걷다 보면 아시아계 젊은이들을 목격할 수 있다.
How about 오클랜드 날씨?
그동안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 중에 하나가 내가 날씨에 상당히 민감하다는 사실이었다. 한 때 베를린에서 살고 싶다고 꿈꾼 적이 있었는데 겨울의 베를린을 경험하고는 바로 그 꿈을 접었을 정도로.
8월이면 한국은 장마다, 찜통이다, 태풍이다 한창 여름인데 남반구에 위치한 뉴질랜드는 그냥 겨울이다. 북섬의 해안가 지역은 평균 12도-15도 정도로 날씨가 온화한 편이다. 그래서 오클랜드에서 이틀간 워터프런트 워프 근처에 머물렀을 때, 패딩을 입은 사람들과 반팔, 반바지 차림인 사람들이 섞여있었다.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는지라 추위에 약한 나는 생활방수가 되는 롱패딩을 입고 다녔다. 첫날 공항에서 나오니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무지개가 보여서 '뉴질랜드에 진짜 도착했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호텔 Vs. 아파트형 레지던시 Vs. Airbnb?
오클랜드 숙박에는 호텔, 아파트형 레지던시, 에어비앤비 이렇게 세 가지 옵션이 있다. 세 가지 유형을 다 경험해본 결과, 장단점이 있다. 호텔은 워터프런트 워프 근처를 선호한다. 산책하기도 좋고 편의시설 접근성도 좋을 뿐 아니라 메인 스트리트도 가까운 편이다. 단, 오클랜드 워터프런트 워프 근처의 호텔들은 대부분 주차장 운영을 하지 않아 주변 유료 주차장 사용을 권장하는데 1회 출차 시 45 NZD 수준이다. 아파트형 레지던시는 요리나 세탁이 가능해서 유용하나 위치를 잘 고려할 필요가 있다. Queen street의 슈퍼 호스트가 운영하는 역사적인 건물에 있던 에어비앤비에도 머물러봤는데 슈퍼마켓, 카페, 레스토랑, 명품샵 등 편의시설이 접근이 좋은 반면, 길가의 소음과 건너편 건물 조명이 취침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Food 오디세이
한국에서 식품회사 마케터 출신으로 같은 경력의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푸드 클럽 모임을 가질 정도로 먹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사실 뉴질랜드의 cuisine는 크게 감동적이진 않다. 우선 외식은 비싸고 양이 많다. 전체적으로 음식이 좀 짠 것 같기도 하고 메뉴도 다채롭지 않다. 물론 이스라엘 분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튀니지 셰프가 있는 곳은 다르긴 하다. 예를 들어 집에서 오븐으로 도미 요리를 하면 둘이서 1만 원의 건강한 행복을 즐길 수 있지만 외식을 하려면 4배를 지불해야 한다. 비싼 물가를 체감하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만족하냐 하면 돈이 아까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덕분에 의도치 않게 요리 실력이 늘고 있다… 고기는 한국에서는 기회가 많지 않은 Lamb 요리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클랜드 센터 디스트릭트에서 발견한 'Food Truck Garage' 식당은 분위기, 맛 (비건 메뉴 다양), 스토리 모두 추천. 'Revive' 비건 식당은 수프와 샐러드, 디저트를 판매하는데 젊은이들로 북적거렸으나 내 입맛에는 보통 수준. 골목마다 카페나 레스토랑이 많이 있지만 구글 리뷰를 잘 참고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을 듯. 도시 밖의 뉴질랜드 와이너리는 추천각.
또한 뉴질랜드는 유제품이 특히 유명한데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면 코로나19 봉쇄로 서비스가 축소되긴 했지만 Giapo 방문도 추천.
코로나 봉쇄의 여파
오클랜드의 워터프런트 워프 지역은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인기 명소이다. 2년 전에 갔던 추억의 해산물 식당을 찾았는데 공사 중이었다. 관광지역임에도 레스토랑과 카페가 문을 닫은 곳이 많아서 놀라웠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정부가 오클랜드를 정말 강력하게 봉쇄해서 그런지 아직 국경을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여파가 아직 남아있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겨울이라 나 같은 관광객이 많이 오지는 않는다는 뉴질랜드 친구의 말에 수긍이 갔다. 실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보편적이나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도 더러 있었다. 길거리나 야외에서는 거의 착용하지 않는 분위기. 그러나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코로나 확진자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어서 알아서 조심하는 모양새다. 나는 실내외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입국 때 받은 무료 자가키트로 입국 1-2일, 5-6일 사이에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이메일 링크에 입력해야 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코로나 해외 입국자 관리 시스템인데 한국과 달리 별도 PCR/RAT 검사 증명서를 내지 않아도 되어 훨씬 편리하다고 생각한다.
차갑지도 그렇다고 뜨겁지도 않은 작은 도시, 오클랜드
뉴질랜드에서는 차 없이는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 어려운 편인데 (우버나 버스가 커버하지 않는 곳이 많다) 오클랜드는 적당한 규모의 도시로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에 식당, 카페, 슈퍼마켓. 극장 등 편의시설이 있으면서 워터프런트가 있어 나처럼 뚜벅이에게는 편리하게 지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서울만큼 인구밀도가 높지 않고 상대적으로 공기가 아주 맑은 편이라 걸어 다녀도 쾌적한 느낌이다. 버스나 우버도 이용 가능하다. 2년 전에는 곳곳마다 공사 중이라 피곤했는데 그 사이 조금은 정리가 된 느낌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곳에서는 퀄리티 있는 문화생활의 한계가 크다는 점이다. 아트, 오페라나 뮤지컬, 발레, 클래식 콘서트 등 유럽이나 미주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 콘텐츠는 부족하나 원주민인 마오리족 관련된 역사적 유산이나 관리는 상대적으로 잘 되어있어 부분적인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아트 갤러리 공원 옆 오클랜드 대학교
오클랜드 아트 갤러리에서는 상설 전시와 특별 전시가 진행되는데 20 NZD (약 16,400 원)에 해당되는 입장료를 굳이 내고 싶지 않다면 상설 전시 관람만으로도 볼거리는 괜찮다. 특히 3층 카페테라스에서의 점심이나 간단한 티타임은 공원 뷰를 즐길 수 있어서 추천. 아트 갤러리 바로 옆에는 앨버트 공원이 있고 여기에 자줏빛 마그놀리아(목련) 나무가 꽤나 인상적으로 꽃을 만개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목련은 주로 위로 솟은 수직형인데 반해 뉴질랜드의 목련은 옆으로 넓고 둥그렇게 퍼지는 형태의 모습을 띄고 있다. 코를 깊숙이 들이밀어야 은은한 꽃향기를 느낄 수 있다. 분수대 근처 벤치마다 오클랜드 대학교 학생들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점심을 먹거나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잔디밭과 고목들로 잘 관리되어 있는 앨버트 공원을 산책하노라니 도시에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게 된다. 공원 건너편에는 오클랜드 대학교 캠퍼스가 자리하고 있어 캠퍼스까지 걸으면 토스 만보기에서 만 걸음은 충분히 채울 수 있다.
오클랜드에서 3일간 머물면서 시차 적응 및 컨디션을 회복한 후에 좀 더 따뜻한 북섬의 작은 해변 마을 러셀Russell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