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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케이션 in 러셀 Russell(2)

노을이 아름다운 뉴질랜드 바닷가 마을

by 킨스데이

스카이 아트란 이런 것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서울 시민 중에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항상 빌딩이나 아파트에 가려있어서 그 광대함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고 자란 나로서는 하늘을 캔버스에 옮겨놓은 것처럼 매일마다 새로운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뚫어져라 바라본 건 러셀이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테라스에서 등 따스히 햇볕을 등지고 점심을 먹거나, 자쿠지에서 가랑비 맞으며 온 몸을 릴랙스 시킬 때에도 하늘은 블루와 그레이, 옐로우와 핑크, 퍼플, 네이비 등 무궁무진하게 다채로운 "스카이 아트"를 펼쳐 보였다.


스카이 아트 @ 러셀 ⓒ 킨스데이 2022


러셀에 머문 이유

오클랜드에서 러셀을 향해 북쪽으로 이동한 이유는 뉴질랜드의 베이 오브 아일랜드 (Bay of Islands)가 겨울 에는 바닷가 근처라 상대적으로 1) 날씨가 온화하고 2) 바닷가와 트랙킹을 할 수 있어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으며 3) 아기자기하게 카페와 레스토랑, 슈퍼마켓, 약국 등 편의시설이 근처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뉴질랜드 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새 '키위'도 살고 있는 조용한 해안가 마을이었다. 여름에는 관광객과 현지인으로 복작할 수 있으나 겨울에는 한가로웠다. 인구밀도도 낮아 날씨가 산책하기에 좋거나 토요일 마켓이 열릴 때야 사람 구경, 펫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일의 생산성이 저절로 향상되는 워케이션 장소

2주 동안 에어비앤비에서 머물렀는데 기본적으로 와이파이를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노트북과 멀티 충전 콘센트만 있으면 어디서든 나의 오피스가 됐다. 주변이 정말 조용하고 새소리만이 들리는 가운데 멀리 요트가 떠있는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를 보며 마무리해야 할 50 페이지 가량의 리포트를 작성하는 작업이 이렇게 새롭게 신날 줄이야. 저절로 업무 속도가 올라가고 집중이 잘 되었다.


내가 머무는 러셀의 Tapeka View에서 일하다가 잠깐 쉬고 싶으면 5분 거리에 해변가가 두 개나 있다. 하나는 자갈 해변, 다른 하나는 모래 해변. 뉴질랜드에 오기 전, 영화 '헤어질 결심'을 봐서 그런지 몰아치는 파도와 모래사장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내내 서울 아파트에서 재택 하며 지냈던 나로서는 바닷가 마을에서 보내는 이 시간이 전부 새롭고 해방된 느낌이 들었다. 호스트가 자유롭게 근처 나무에서 레몬을 따먹어도 된다고 얘기했을 때, 흥분해서 욕심을 부려 한꺼번에 여러 개를 따기도 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집집마다 레몬나무나 오렌지 나무, 만다린 나무 등 과일나무를 키우는 것이 흔한 일이다. 20-30층 아파트가 아닌 기본적으로 작은 정원이 딸린 1-2층 단층 주택에서 사는 인구가 많아서일 수도 있겠다.


점심이나 저녁에는 근처 타운에 가서 외식을 하거나 오븐을 이용해서 레몬과 마늘, 양파, 올리브 오일을 이용한 생선 그릴 요리, 고구마, 감자, 당근, 토마토 등 야채 오븐 요리 등을 가볍게 만들어 먹기도 한다. 요즘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뉴질랜드는 외식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다.

맑은 날 트레일 정상에서 내려다본 타피카뷰 Tapeka View, Russell 해변 풍경 ⓒ 킨스데이 2022


핫 초콜릿 맛집

기본적으로 뉴질랜드에서는 겨울에 비가 자주 오는 편인데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산성비 때문에 조금이라도 빗방물이 떨어지면 우산을 펼치는 한국인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으스스하게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나 지붕과 창문을 부셔버릴 듯이 몰아치는 비바림이 거센 날에 발견한 핫 초콜릿 한 잔은 추위로 꽁꽁싸맨 몸과 마음을 사르르 따뜻하게 어루만져 준다. 핸드메이드 초콜릿 한 개와 세트로 12 NZD (9,600원). 친절하고 상냥한 아르헨티나 아줌마가 운영하는 Newport 초콜릿 샵에서 맛본 리치하고 깊은 핫 초콜릿은 나의 최애 음료가 되었다. 참고로 뉴질랜드는 초콜릿 퀄리티가 매우 뛰어나다. (그래서 살찔 확률이 높다ㅠ) 특히 휘태커 artisan 시리즈 제품은 한국에 돌아갈 때 지인 선물용으로 적합하다.


역사 깊은 곳

여기 러셀은 마오리 원주민과 영국이 1840년 2월 6일 최초로 와이탕이 조약(Waitanga agreement)이 이루어진 곳이라 뉴질랜드 역사적으로 의미가 큰 지역이다. 마오리 족장이 영국 여왕에게 주권을 이양한다는 내용인데 번역이 잘못되어서인지 양쪽이 조약 사항에 대한 이해가 달라 불평등 조약이라고 지금까지도 논란이 일고 있다. 와이탕이 조약 기념관에 가면 사본 등 기록물과 장소를 견학할 수 있다. 나는 입장료가 외국인은 60 NZD (약 49,200 원)이나 돼서 포기했다. 또한 역사가 오래된 Duke of Marlborough란 호텔도 꼭 방문해보기를 권장한다. 핑크빛 식당 벽에 걸려있는 작품들과 샹들리에, 가구들이 오랜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키위와의 조우는 실패

이 동네에는 키위가 살고 있어서 강아지 목줄을 꼭 매달라는 표시가 있을 정도로 키위 사랑이 각별했다. 저녁 즈음에는 빨간색 불빛이 나는 토치를 들고 Bush를 걷다 보면 운 좋게 키위를 목격할 수도 있다고 해서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그날 밤 집 앞에서 키위가 어찌나 울어대던지 약 올리는 건지 위로하는 건지...

키위가 살고 있다는 안내문 ⓒ 킨스데이 2022


2주가 지나 나는 케리케리 KeriKeri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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