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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케이션 in 케리케리 KeriKeri(3)

뉴질랜드 농장의 Cottage House에서 보낸 시간

by 킨스데이

케리케리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스톤 스토어 Stone Store와 플로우 & 페더 Plough & Feather 레스토랑, 레인보우 폭포, 카우리 숲 등으로 유명한 북섬의 작은 마을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예술가들이 많이 산다고 하는데 크게 체감을 못해서 패스하겠다. 백인 위주였던 러셀에 비해 이 동네는 마오리 주민들을 포함, 좀 더 다양한 heritage가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느낌을 받았다(내가 아시아인이라서 그런지 다양성 부분에 더 민감할 지도). 에어비앤비 슈퍼 호스트인 존과 수가 수십 년간 정성껏 갖꿔 온 농장에서 보낸 2주간의 워케이션은 도심 생활만 해온 나에게 러셀과는 또 다른 자연의 선물 같은 경험이었다.


코티지 하우스 in the Farm

나무 굵은 가지 사이로 아침 이슬이 맺혀 햇빛에 영롱하게 반짝이는 거미줄을 본 적이 있는가? 내가 머문 코티지 하우스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문을 열고 나서면 오렌지와 자몽, 레몬, 귤이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있었다. 그래서 아침마다 오렌지를 나무에서 직접 따서 신선하게 직접 주스로 짜마시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설탕과 같은 첨가물 없는 오렌지즙 본연의 맛을 느끼니 '그동안 음료회사에 속고 살았구나. 설탕 덩어리를 마셨구나' 하고 후회가 되면서 이후로 슈퍼마켓에서 파는 설탕 섞인 오렌지 주스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게 되었다. 이 집의 특징은 1층이 원룸처럼 잘 세팅된 넓은 부엌과 거실, 침실이 원룸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2층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아이들용 싱글 침대가 두 개가 놓여있는 다락방이 있었다. 부엌에는 커다란 식탁이 있어 줌 미팅과 리포트 마무리 작업을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한국과 줌 미팅을 할 때 와이파이가 약해서인지 여러 번 끊기는 불편함이 있었다. 워케이션의 주요 조건 중에 하나가 인터넷 와이파이가 안정감 있게 연결되어 있느냐인데 시골 농장이라 그런지 인터넷 연결이 도시 대비 강력하게 세팅되어있지 않은 점이 옥에 티였다. 물론 외국에 나오면 한국 인터넷 서비스와 절대 비교를 하지 않는 것이 내 철칙이지만 가끔씩 한국의 인터넷 퀄리티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럼에도 새소리와 어디선가 멀리서 들려오는 수탉의 울음소리에 아침잠을 깨고 밤에는 별이 하늘에 수놓아져 있는 집에서 지내니 절로 미소가 나왔다. 물론 창문이나 문을 열어놓고 있으면 온갖 종류의 벌레들이 집으로 침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밤새 비가 무섭게 폭우처럼 쏟아지다가도 해가 뜨면 깨끗한 공기와 드라이한 청명함으로 인해 빨래를 널면서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었다.

내가 머물렀던 Cottage House ⓒ 킨스데이 2022


스톤 스토어 Stone Store

1832년 외부와의 무역으로 처음 오픈한 잡화점, 스톤 스토어는 뉴질랜드의 가장 오래된 석조 건물로 현재도 건물 내부에서 아기자기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케리케리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데 건물 자체가 심플하나 견고하게 잘 건축되어 그 당시의 건축 양식과 기술을 인지할 수 있었고, 주변의 정원과 호수를 낀 풍경, 마오리 기념비 등 볼거리가 많아 가족 나들이 또는 데이트 장소로 추천한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집을 구매할 때 "뷰"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뷰가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집들이 들어서 있다. 스톤 스토어 주변 호수 뷰를 따라 집과 이들이 소유한 요트를 볼 수 있다.


스톤 스토어가 보이는 호수 전경 ⓒ 킨스데이 2022



자연 보전의 롤모델: 레인보우 폭포 Rainbow Waterfall, 카우리 숲, Kauri Walk, 찰리의 바위 Charlie's Rock

뉴질랜드의 자연이 웬만해서 모두 아름답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국가가 관리하는 곳을 방문하면 나무의 휘어짐까지도 섬세하게 살리고 배려한 conservation의 바람직한 예시에 새삼 감탄하고 저절로 감사가 넘치게 된다. 레인보우 폭포길은 '숲 생태계는 이런 거구나' 할 정도로 생생하게 잘 살아있어서 날씨와 시간대를 달리해서 세 번이나 방문할 정도였는데 갈 때마다 나무와 흙, 물, 이끼, 이름 모를 식물들과 곤충 등으로 구성된 숲 생태계가 만들어내는 오감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하모니에 경탄을 금치 못할 따름이었다. 찰리의 바위 폭포 바로 옆에서 즐긴 피크닉과 벤치에 누워 카우리 나무 꼭대기를 한없이 바라보던 경험 또한 자연에게서 한아름 선물을 받아 든 기분이었다. 이런 천혜 환경을 잘 관리하고 보전하는데 애쓰는 뉴질랜드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 가득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레인보우 폭포 트래킹에서 보이는 숲 생태계 ⓒ 킨스데이 2022
벤치에 누워 올려다본 카우리 나무 ⓒ 킨스데이 2022


더올드팩하우스 마켓 The Old Packhouse Market

매주 토요일 오전 올드팩하우스에서 마켓이 열리는데 동네 주민뿐 아니라 외부 셀러들이 모여드는 바글바글하게 생동감 넘치는 큰 규모의 마켓이다. 베이커리, 치즈, 프레쉬 음료, 꿀, 옷, 화장품, 비누, 인퓨저, 나이프, 채소, 디저트, 꽃, 식물, 아트 작품 등 다양한 제품들이 판매된다. 온 동네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라고 할 정도로 케리케리 사람들이 다 모이는 것 같다. 오후에는 동네 주민들이 함께 연주하는 Jam 콘서트도 열린다고 해서 가봤는데 그냥 동네 노래자랑 수준이었다. 올드팩하우스 건물 자체도 1979년에 지어진 오래된 창고인데 나무로 때는 난로가 주변 소파에 몸을 파묻고 로컬 파이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노라면 마치 나도 케리케리 주민인 것처럼 현지인 놀이에 빠져 들게 된다. 사람들이 모두 친절하고 선량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러셀보다 여기 케리케리에서 '커뮤니티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마켓에서 구매할 때는 카드는 거의 안되고 현금으로 거래한다.

더올드팩하우스마켓에서 열린 잼 콘서트 ⓒ 킨스데이 2022


2주간의 황금 같은 농장 별장 체험의 시간이 지나고 뉴질랜드 현지 친구가 한국인 아내, 딸과 같이 살고 있는 오클랜드의 신도시 홉슨빌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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