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부가 재택근무하며 자녀 양육 품앗이 가능한 오클랜드 신도시 체험기
오클랜드의 신도시 홉슨빌
홉슨빌은 정부의 'Affordable housing' 정책 차원에서 만들어진 오클랜드의 신도시이다. 옛 공군기지로 사용하던 지역을 홉슨빌 포인트 주거 지역으로 개발했는데 차로는 오클랜드 센터까지 대략 20분~30분가량 소요되고 페리 선착장이 두 곳이 있어 페리로도 오클랜드 중심가로 출퇴근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60가구로 시작했다가 현재는 3천 가구로 그 규모가 늘어났는데 유치원, 학교와 슈퍼마켓 (뉴월드, 카운드다운 등), 카페, 식당 등 편의시설, 공원이 들어면서 커뮤니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주로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이나 은퇴자 이렇게 두 커뮤니티 그룹에게 친화적인 거주 환경을 제공한다. 페이스북에 커뮤니티 그룹 페이지가 있어서 정보 공유 및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고 했다. 여전히 곳곳에서 집과 편의시설 건설 공사가 이뤄지고 있고,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한국의 땅콩주택을 연상케 하는 곳도 있지만 호수 뷰를 중심으로 럭셔리 콘도 형태의 집도 건설 중이다. 한국의 청약 제도처럼 젊은 부부들이 저렴하게 내 집 장만을 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해서 (대출해서) 분양받은 주민들이 있다고 한다.
한 때 내 영어 선생님이었고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던 뉴질랜드 현지 친구와 그의 한국인 와이프, 5살 딸, 중년의 개 한 마리(톰)가 함께 살고 있는 홉슨빌의 주택(방 3개와 화장실 3개, 작은 정원 공간이 딸린 2층 집)에서 며칠 신세를 지게 됐고, 그의 집에서 워케이션을 하면서 동네를 둘러보려 뉴질랜드 정부의 주택 정책과 실행 현장을 가볍게 견학할 기회가 생겼다.
워케이션 노트
우선 부부가 요일을 정해 번갈아 가며 2층 서재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이라 와이파이 부스터를 설치해서 인터넷 연결 상태가 꽤 안정적이었다. 1층에 있는 커다란 원목 식탁이 내 차지였는데 뉴질랜드산 플랫화이트 한 잔을 마시며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등지고 널찍한 책상에 노트북을 켜고 앉아 잔잔한 재즈음악을 들으면서 일하자니 웬만한 카페 못지않은 분위기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그렇지. 워케이션이 이런 거지. 가끔씩 톰이 내 발끝에 다가와 장난치거나 옆 의자에 앉아 놀아주기를 바라는 강력한 눈빛을 보낼 때를 제외하고는 오롯이 리포트 작업에 몰입할 수 있었다. 재택 하는 친구의 점심시간을 이용해 동네의 호수 + 요트 뷰를 누릴 수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은 뒤 근처 공원을 산책하며 동네 구경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뉴질랜드의 워킹맘 & 대디 라이프
뉴질랜드는 아이들 키우기 좋다고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실제 어린아이를 둔 한국인 가정도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들었다. 왜 일까? 추측컨대 첫째, 우선 아이들이 자연에서 맘껏 뛰놀 수 있고 둘째, 경쟁 없이 창의적인 교육을 영어로 받을 수 있으며 셋째,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섞여서 다양성과 포용성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공립/사립 교육기관별 제공하는 교육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친구 딸이 아직 5살이라 평일 오전 8시 30분에 걸어서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후 3시에 같이 하교하는 일이 이 부부의 가장 우선 중요한 스케줄이었다. 이 역할은 당일 재택 하는 사람의 책임인데 이 집 아빠가 5일 중에 3일을 재택 해서 주로 담당했다. 하지만 오후 3시는 실제 업무 시간이라 학교가 너무 일찍 끝나서 일하는 부모가 불만이 있다고 얘기를 했다. 부부가 동시에 사무실에 나가야 하는 일이 발생하면 하교 픽업이 가장 큰 이슈가 된다. 그래서 실험적으로 오후 6시-7시까지 운영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에 보낼까 고려 중이었다. 친구네 주거 지역에는 대학교 동창 부부와 딸아이 또래 가정이 많아서 가끔씩 품앗이 형태로 아이들을 서로 맡아서 돌봐주기도 하고 주말에는 함께 외식을 하는 등 자연스럽게 이웃사촌이 되는 분위기였지만 여전히 워킹맘 & 대디에게 양육과 일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도 이 부부는 퇴근 후에 한 명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면 다른 한 명이 아이를 씻기고 잘 준비를 시키는 등 부부의 역할 분담이 나름 잘 이뤄져 보였다. 딸이라서 엄마를 더 찾긴 하지만 아빠도 대등하게 집안일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이가 잠들자 부부와 함께 넷플릭스를 같이 보면서 와인을 한 잔 하는 chill out 타임을 가졌다. 남자 초등학생 조카 두 명과 한 시간을 놀아도 금방 녹다운되는 나로서는 이 부부의 일상을 지켜보면서 저절로 존경을 표하고 싶었다.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내 싱글 라이프에 감사함이 절로 들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워킹맘 & 대디, 모두 존경합니다!
홉슨빌에서의 3박 4일을 뒤로하고 나는 야외 온천이 유명한 Rotorua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