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와 야외 온천, 레드우드 숲으로의 초대
About 로토루아
뉴질랜드는 화산이나 지진 활동이 많은 환태평양 조산대 '불의 고리' 중에 하나이다. 특히 로토루아는 지열의 도시로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수증기가 곳곳에서 피어 올라오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는데 그곳이 바로 자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여러 유명한 호수와 레드우드 숲도 있어 자연을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로토루아를 꼭 방문해야 한다. 2년 반 전에 로토루아로 1일 투어를 했던 기억이 좋게 남아 이번에 다시 한번 추억의 장소도 돌아볼 겸 온천도 즐길 겸 로토루아로 향했다.
Okere Falls 트래킹 코스
뉴질랜드는 물이 풍부한 나라이다. 강수량 자체가 높은 편이고 2011년 수자원공사 자료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연평균 강수량*은 1,732 mm로 산불이 많이 나는 호주기 534 mm로 세 배나 높은 강수량을 나타내고 있으며 연중 고르게 강수량 수치를 보인다는 것이 우리나라(1,274 mm) 상황과도 다르다고 하겠다. 그래서인지 뉴질랜드에는 호수가 많다. 바다 같은 호수도 있고 아담한 사이즈의 호수도 많다. 로토루아에도 호수가 많은데 취향에 따라, 액티비티에 따라 선호도가 나뉘고, 뷰를 중요시하는 뉴질랜더들의 집들이 호숫가 주변으로 쭈욱 포진해있다. 하지만 결코 스카이라인을 해친다거나 눈에 띄는 색상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진 않는다. 내가 머문 3층짜리 에어비앤비 하우스에서도 3층 테라스에서 호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Okere Falls 트래킹을 걸으면 나무 데크를 따라 호수 절반을 둘러볼 수 있다. 날씨가 허락할 때 마다 트래킹 코스를 걸었다. 호수 건너편 물안개가 산으로 피어오르는 광경을 보면서 마음을 정화시켰다. 트래킹 오른편으로 보이는 동물 농장들 역시 자연을 헤치기보다는 벗 삼아 양과 소들을 관리하는 모습이었다. 주변이 정말 고요한 가운데 흑조와 오리, 다양한 물새들이 호수의 주인으로 군림하는 모습에서 "공존이란 이런 것이구나, "를 실감할 수 있었다.
*참고자료: https://m.water.or.kr/knowledge/educate/general/general01_qna0505.contents
핫풀 Hot Pool과 에코 트레일
로토루아에 오면 야외 온천을 꼭 이용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40도 정도로 유지되는 100% 천연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근육 하나하나가 부드러운 손길로 섬세하게 마사지를 받듯 저절로 피곤이 풀렸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아래 내 머리 위의 겨울 공기는 시원하면서 온 몸은 온천수에 노곤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특히 미끌미끌한 물이 "그동안 추운데 힘들었지" 다독이며 꼭 안아주는 것 같아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너무 덥다 싶으면 잠깐 앉아서 몸의 온도를 낮추고 다시 물에 들어가는 반복 했다. Private pool은 40분을 이용할 수 있고 샤워실도 안에 함께 있어 온천을 즐긴 뒤 마무리 샤워를 하고 나올 수 있게 되어있다. 온천을 즐긴 뒤 나른한 몸을 깨우기 위해 핫풀을 따라 에코 트레일을 걸었는데 핫풀 주변의 나무 식물들과 암석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되어있어 아이들 교육에도 적합해 보였다.
*핫풀 참고자료: https://www.hotpools.co.nz/
레드우드 숲 산책
미국 캘리포니아에 레드우드 국립공원이 있다면, 뉴질랜드 로토루아에도 레드우드 와카레와레아 숲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레드우드를 보유한 규모로는 미국과 비교가 안되지만, 뉴질랜드 특유의 숲 보전 관리 스킬과 "데이 & 나이트 트리 워크"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가미되어 특히 가족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트레일을 따라 러닝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기존 트레일을 벗어나 촉촉하게 젖어있는 나뭇잎을 밝으며 레드우드 나무 사이를 마음껏 걸어 다녔다. 큰 나무는 두 팔로 감싸 않지 못하지만 여기에 있는 대부분의 레드우드는 날씬하고 어린 편에 속했다. 요즘 숲 생태계에 관심이 많아져 인터넷을 찾아보니 레드우드 나무는 실제로 뿌리가 그다지 깊게 자라지 않다고 한다. 대신 옆으로 뿌리를 뻗쳐 레드우드 나무끼리 서로 연결되어 영양분을 나누고 비바람을 견뎌낸다고 한다. BBC에서 나무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레드우드도 뿌리를 통해서 교류와 협력을 하는 것이 아닐까. 보통 10-50 미터씩 자란다는 단단한 레드우드 나무는 잔가지 없이 꼳꼳하게 서 있는 모습으로 그 무게감을 자랑했다. BBC 드라마 <다운튼 애비>에서 따뜻하고 다정한 메이드라기보다는 묵직하게 충실함을 다하는 말없는 집사 같은 모습이랄까? 촉촉하게 가랑비가 내려 레드우드 나무색이 더 짙게 느껴진 산림욕이었다.
레드우드 숲 근처 레스토랑 겸 카페
레드우드 숲 근처 길가에 위치한 카페 겸 레스토라(이름 까먹음 ㅠ). 예전에는 야외에 피아노도 있었고 비건 메뉴도 다양해 히피스런 느낌이 자연스럽게 풍기는 레스토랑이자 카페였는데 그 사이 사장님이 바뀌었는지, 코로나 19 펜데믹 영향인지, 피아노는 사라지고 야외 테이블이 재배치가 됐으며 메뉴도 대중적으로 변해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야외에서 햇빛을 쬐며 새들과 함께 식사하고 대화를 하는 즐거움은 여전했다. 주말이라 손님 중에는 가족들이 대부분이었고 모토바이크 아저씨 족들도 잠깐 들려 목을 축이고 가는 뉴질랜드식 휴게소 역할을 하고 있었다. 김치 핫도그가 있어서 주문을 해봤는데 맛은 보통. 친구가 시켰던 나초 요리가 더 근사했다.
워케이션 노트
호수 근처의 3층짜리 에어비앤비에 머물렀는데 1층 바 테이블에 노트북을 꺼내 들고 호수를 지그시 바라보며 업무를 처리했다. 와이파이 속도는 만족스러웠고, 바 테이블 의자가 높기는 했지만 크게 불만은 없었다. 로토루아는 내가 그동안 지냈던 곳에 비해 내륙에 있어 기온이 4~5도가량 낮아 추운 편이었다. 그래서 계속 히터를 켰다 껐다 하면서 일을 했다. 미어터지는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로 출근해 다닥다닥 책상에 붙어 앉아 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일하는 게 즐겁고 능률도 좋았다. 소음과 사람 스트레스, 끊이지 않는 미팅의 공해 속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오로지 나와 노트북, 일에만 몰입할 수 있는 지금의 이 환경과 이 순간에 감사했다. 내 스스로 떠난 워케이션이지만 직원들에게 워케이션 옵션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한없이 선하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로토루아에 5일간 머무는 동안 추억의 튀니지안 레스토랑을 다시 방문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중고 책방에서 평소에 읽고 싶었던 <Atonement> 원서를 2 NZD (약 1,660 원)에 득템 하는 행운도 누렸다. 지난 추억을 음미하고 새로운 추억을 다시 쌓은 시간을 뒤로하고 다음 행선지 타우랑가로 이동했다.